[하루천자]오늘부터 나를 고쳐 쓰기로 했다<4>

조인경 2024. 5. 3. 06: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편집자주 - 몸이 지치고 자주 아프면 마음도 부정적으로 흐르기 쉽다.

몸은 물러도 마음은 단단하니까 마음이 무른 것보다 낫다며, 자신의 부족함을 미워하지 않고 돌볼 수 있기까지 저자에게도 숱한 시행착오와 용기가 필요했다.

저자는 부족함 앞에서도 삶을 긍정하며 꾸준히 성장하고자 하는 이런 태도를 '완벽주의'가 아닌 '완성주의'라고 부른다.

"저기서 쉬었다 갈까요?" 누군가의 외침에 너나 할 것 없이 평상 위에 대자로 드러누웠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 몸이 지치고 자주 아프면 마음도 부정적으로 흐르기 쉽다. 몸은 물러도 마음은 단단하니까 마음이 무른 것보다 낫다며, 자신의 부족함을 미워하지 않고 돌볼 수 있기까지 저자에게도 숱한 시행착오와 용기가 필요했다. 체력과 기분 관리에 이어 삶의 태도를 이야기하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그 단단한 마음을 키우고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나눈다. 저자는 부족함 앞에서도 삶을 긍정하며 꾸준히 성장하고자 하는 이런 태도를 ‘완벽주의’가 아닌 ‘완성주의’라고 부른다. 모순처럼 들리지만, 나를 고쳐 쓴다는 건 현재의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글자 수 991자.

내가 먼저 샌들을 벗어 쇼핑백에 집어넣었다. 쭈뼛쭈뼛하던 글 친구들도 하나둘 신발과 양말을 벗었다. 차갑고 미끄덩한 황토를 밟자 어릴 적 미술 시간에 갖고 놀던 지점토가 떠올랐다. 찰흙이나 지점토로 무언가를 만들 때 찰기를 더하려고 손바닥에 물을 묻혀서 주물렀던 기억이 난다. 지점토 반죽은 주무를수록 점점 더 미끄덩해졌는데 물 묻은 황톳길의 촉감이 딱 그랬다. 아차 하면 넘어지겠다 싶어 열 발가락에 힘을 꽉 주며 오르막을 올랐다. 나무 밑 그늘 길이었는데도 몸에서 열이 올라왔다. 출발은 같았지만 걸을수록 사이가 벌어졌다. 앞서 가던 사람들이 멈추어 뒷사람을 기다려 주기도 했다. 울창한 나무 사이로 햇살이 새어들었다.

30분쯤 걸었을까. 산 중턱 즈음에 놓인 커다란 나무 평상이 우릴 맞아 주었다. “저기서 쉬었다 갈까요?” 누군가의 외침에 너나 할 것 없이 평상 위에 대자로 드러누웠다. 흙이 묻은 발바닥을 달랑달랑 흔들며 초록 이파리 사이로 드러난 하늘을 넋 놓고 올려다보았다. 아토피가 심해져 회사를 그만두고 매일 혼자 뒷산을 오르던 시절이 전생처럼 떠올랐다. 달라진 점은 그때처럼 외롭지 않다는 것. 세상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나는 더 이상 칙칙하지 않았다. 그 세상의 일부였다.

그러고 누워 있는 내가 조금 우습고 신기했다. 깔끔 떤다고 손에 흙 묻히기를 꺼리고 손수건이라도 깔아야 흙바닥에 앉던 내가, 이제는 누울 곳만 보이면 옷이 더러워지거나 말거나 등부터 들이댄다. 기회만 되면 양말을 벗고 걸으려 하며 맨발 전도사까지 자처하다니. 흙에는 경직된 마음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마력이 숨어 있는가 보다.

몸이 아프면 자꾸만 자연과 가까워진다.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발바닥과 땅 사이를 가로막는 방해물만 제거하면 되는 거였다. 내가 만약 아주 건강했다면 산을 찾았을까. 맨발로 걷고 이 좋은 사람들과 하늘을 올려다보며 누워 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불공평하기만 한 세상에도 공평한 부분이 조금은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선가 귀여운 새소리가 들렸다.

-김선영, <오늘부터 나를 고쳐 쓰기로 했다>, 부키, 1만75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