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의대 증원 최대 1509명…마감 4시간 전 겨우 정한 이 대학

이가람, 최민지 2024. 5. 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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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31개 의대가 확정한 2025학년도 증원 인원 ‘1469명’(차의과대 제외)은 각 대학의 치열한 눈치싸움 끝에 나온 결과였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달 30일 오후 6시까지 의대 증원을 포함한 대입 시행계획 변경 신청을 받았는데, 대학들은 마감 직전까지 의견을 조율하고 숫자를 정정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내부 구성원과의 의견 합치뿐만 아니라 의정 갈등 등 외부 변수까지 고려하다 보니 의사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립대, 증원 규모 놓고 치열한 눈치싸움


정근영 디자이너
대학들의 고민이 시작된 건 지난달 19일부터다.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 2000명 중 2025학년도에 한해 50~100%까지 자율 조정할 수 있게 허용했기 때문이다. 정원 규모에 따라 합격생 성적이나 전형 구성 등이 달라질 수 있다 보니 각 대학은 1명 단위를 조정하는 데에도 고심을 거듭했다.
성균관대 의과대학 전경. 뉴스1

이른바 ‘빅5 의대(서울·연세·가톨릭·울산·성균관대)’ 중 지방에 캠퍼스가 있어 증원 대상에 포함된 성균관대와 울산대는 막판까지 증원 규모를 수정했다고 한다. 두 학교는 공교롭게도 현 정원(40명)과 배정 인원(80명)이 모두 동일했다.

성균관대는 29일 교무회의 종료 시점까지만 해도 배정받은 인원의 100%인 80명을 적어 내려고 했다. 하지만 이날 의대 측과 막판 조율 과정에서 10명을 줄이기로 최종 결정했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의대 교수들과 마지막까지 회의를 진행하고 정원을 확정한 게 저녁 7시 반쯤이었다”고 말했다.

울산대도 29일 오후에 기존 배정 인원의 75%인 60명을 증원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언론에 공표했다. 하지만 다음날 오후 2시 정정보도를 통해 “지역 의료인력 양성 및 의료서비스 부족 해소 등의 현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당초 계획보다 10명 많은 70명을 증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대학가에서는 성균관대의 증원 규모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한 국립대 관계자는 “지리적으로 가까이 있거나 입학성적이 비슷한 의대끼리는 일종의 ‘라이벌 의식’이 있다”며 “증원 규모가 맞춰진 게 우연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막판 수정에 교육부 집계 실수까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의과대학을 운영하는 40개 대학 총장과 영상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율 증원을 건의한 국립대조차 내부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강원대는 마감일인 30일 오후 2시에 열린 교무회의를 마치고 나서야 선발 인원을 확정 지을 수 있었다. 정부 건의문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부산대와 전북대, 전남대의 의사 결정은 그보다 더 늦었다. 결국 전남대는 1일 오전에야 확정 인원을 제출했다. 결과적으로 국립대 9곳은 모두 증원분의 절반을 반납했다.

대학들이 막판까지 조정을 거듭하면서 교육부의 최종 집계 수치가 잘못 나오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주대와 영남대는 각각 배정 인원에서 10명과 20명을 줄인 최종 인원을 대교협에 제출했지만, 교육부가 2일 오전 배포한 최초 보도자료에서 두 대학은 모두 100% 증원을 신청한 대학으로 집계됐다.

혼선이 빚어지자 교육부 관계자는 “처음에 준 숫자는 30일 오후 6시 기준으로 대학들이 제출한 숫자였다”며 “마감 이후 2개 학교에서 다시 인원을 정정해 제출했는데 자료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자율 증원에 동참한 한 대학 관계자는 “서로 보이지 않는 패를 가지고 있다가 (정부에) 찍히지도 않고 실리도 챙길 수 있는 인원을 가지고 치열하게 눈치싸움을 벌였다”고 말했다.

이가람·최민지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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