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직적 증거인멸’ 선관위, 헌법기관 자격 없다

2024. 5. 3.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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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관리위원회가 감사원 감사에 대비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했다는 사실은 충격이다.

전남선관위는 감사 직전 관련 문서를 변조했고, 서울선관위는 증거가 되는 서류를 파기했다.

선관위는 그동안 "헌법에 따라 선거 사무는 일반 행정과 구분되므로 감사원의 직무 감찰을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선관위는 더 이상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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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선거관리위원회가 감사원 감사에 대비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했다는 사실은 충격이다. 전남선관위는 감사 직전 관련 문서를 변조했고, 서울선관위는 증거가 되는 서류를 파기했다. 2022년에는 내부적으로 승진 비리가 확인되자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고 버틴 사실도 드러났다. 심지어 김세환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퇴직하면서 아들의 인사비리 자료가 담긴 노트북을 가져가 내용을 삭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기업은 물론 정부 부처 어디서도 상상할 수 없는 비리 사실 은폐가 서슴없이 벌어졌다. 이는 채용 비리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다.

선관위는 헌법에 의해 설치됐고, 법률에 따라 독자적 권한을 부여받은 헌법기관이다. 누구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선관위가 헌법적 지위를 내부 비리를 은폐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까지 용납한 것은 아니다. 선관위는 그동안 “헌법에 따라 선거 사무는 일반 행정과 구분되므로 감사원의 직무 감찰을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감사는 여론이 나빠지자 마지못해 채용 비리에 한해 받아들인 것이다. 그런데 그 제한적인 감사에서조차 800여건의 규정 위반이 밝혀졌고, 중앙선관위 사무총장과 차장이 은폐에 나선 사실까지 드러났다.

선관위는 더 이상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이 비리를 저지르지 않는지 감시받는 것은 당연하다. 선관위는 내부 감사로 충분하다고 주장했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다. 더구나 감사 과정에서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증거자료를 파기하는 뻔뻔스러움까지 보였다. 더는 묵과할 수 없다. 안으로 곪은 선관위를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 채용 비리와 증거 인멸 관련자를 철저히 수사해 처벌하고, 감사원은 정기적으로 감사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선관위의 자체 개혁이 절실하다. 헌법기관이라는 허울좋은 말 뒤에 숨지 말고 잘못을 바로잡아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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