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번영’과 ‘번성’ 사이

2024. 5. 3.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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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외로움이라는 전염병' 특집 기사가 실렸다.

당연히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지수는 상승하고 외로움이라는 전염병은 심각한 변종이 되어갈 수밖에.

여기에 더해 공익의 붕괴와 사익의 추구, 스마트폰과 SNS 환경, 도시화와 1인 가구 증가는 외로움의 불길에 기름을 끼얹는 중이다.

외로움의 시대에 교회만이라도 번성의 산을 향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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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원 장로회신학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지난해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외로움이라는 전염병’ 특집 기사가 실렸다. 미국인의 절반 정도가 고독사의 영향권 아래 놓였다면서 미국 비벡 머시 공중보건국장이 해결 방안으로 제시한 ‘연결의 열쇠’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그저 친구 전화를 받고 식사 자리에 초대하고 경청하고 봉사할 기회를 찾아보라!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 같지만 막상 사람들은 생각보다 무기력하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울 증상은 세계 최고, 항우울증 투여는 세계 최저라는 기이한 상황이다.

어쩌다 이리됐을까. 주머니 형편만 피면 외로움도 금세 나을 거란 신화에 사로잡힌 탓이 크다. 최근 우리는 ‘무엇이 삶을 의미 있게 만들까?’ 설문조사에서 가족 말고 물질적 풍요를 선택한 유일한 나라가 되고 말았다. 친구, 일, 취미까지 다 제쳐 놓은 나라도 유독 한국! 심각한 것은 재화가 주는 안정감으로 행복을 추구하려는 욕망은 우리가 최고도지만 재화 자체를 충분히 얻기는 요원한 현실이란 것이다.

당연히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지수는 상승하고 외로움이라는 전염병은 심각한 변종이 되어갈 수밖에. 여기에 더해 공익의 붕괴와 사익의 추구, 스마트폰과 SNS 환경, 도시화와 1인 가구 증가는 외로움의 불길에 기름을 끼얹는 중이다.

하지만 정말 경제만 나아지면 외로움이 눈에 띄게 줄어들까? 솔직히 그러지 않을 거라는 예감을 지울 수가 없다. 처음부터 인간은 홀로 있는 존재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혼자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학자 폴 틸리히는 말한다. 모든 인간은 인간이라는 이유로 혼자라고. 모든 피조물은 숭고한 고립 가운데 타자와 거리 두기를 하는 자기 제한성을 존재의 필연적 구성 요소로 지닌 까닭이다.

사람만 혼자가 아니라 별들도 그렇게 혼자다. 살아 있는 피조물치고 유한한 개체 아닌 게 있을까. 이렇듯 사람에게 외로움이란 그저 경제학이나 사회학 등의 차원으로 축소할 수 없는 어떤 근원적인 인생 숙제로 마주하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인간의 ‘홀로 있음(aloneness)’을 ‘사라지지 않는 기쁨’을 맞이할 ‘고독(solitude)’의 자리가 되게 할 것인가? 아니면 ‘끝내 사라지고 마는 기쁨’에 목마른 ‘외로움(loneliness)’의 자리가 되게 할 것인가? 이렇게 구분하면 좋겠다. 사람은 누구든지 일시적인 가치와 그걸 넘어서는 가치를 각각 지향하는 두 개의 산 사이에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재정과 건강이 나아져도 가시지 않는 외로움은 따로 있는 법. 그건 아마도 죄책과 죽음으로 인한 외로움에서 오는, 사람이면 누구나 어찌할 도리가 없는 궁극적 고립감일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대개는 잘나가고 싶고 잘 풀리고 싶은 번영의 산에 오르고 싶어 한다. 내가 원하는 자리를 향한 등정인 것이다. 하지만 오르는 내내 “이게 내가 바라던 전부인가?” 하는 근원적인 외로움을 떨치기 힘들다. 그러다 진정 의미 있게 살고 싶어 번성의 산에 오르는 때가 찾아온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로 찾아가는 등정인 것이다. 고독할지언정 더는 외롭지 않은 길.

한국교회가 지난날 경제성장의 피라미드를 닮은 번영의 산을 선뜻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는 건 아닌지. 갈수록 교회 밖 사람들 못지않게 신자들도 외로워지는 원인일 것이다. 외로움의 시대에 교회만이라도 번성의 산을 향하길 소망한다.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시내산으로!

“이르시되 (번성을 위한) 기도 외에 다른 것으로는 이런 종류(외로움)가 나갈 수 없느니라 하시니라.”(마가복음 9장 29절)

송용원 장로회신학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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