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태원 합의’ 하루 만에 입법 폭주… 다시 멀어진 협치

2024. 5. 3. 00:3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의 수사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안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결국 통과됐다.

이런 사건을 하라고 검찰과 별개로 만든 기구, 그것도 민주당 정권이 반대를 무릅쓰고 창설한 기구에서 진행 중인 수사를 굳이 특검에 넘기라는 법안은 정략적 의도를 배제하기 어렵다.

특검법안을 직접 상정하진 않았지만, 민주당이 이를 강행하려 제출한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의 표결을 허락해 단독 처리의 길을 열어줬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의 수사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안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결국 통과됐다. 반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다. 역시 쟁점 사안이던 전세사기특별법안도 민주당이 밀어붙여 다음 본회의에서 처리토록 부의됐다. 타협과 절충으로 이태원특별법안에 합의한 지 하루 만에, 그것을 본회의에서 함께 통과시킨 지 1시간도 안 돼 다시 입법 폭주가 벌어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회담으로 성사된 협치 사례에 정치의 복원을 기대했던 많은 국민을 허탈하게 했다. 대단히 실망스럽다.

채 상병 사건의 진상을 명백히 규명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어떻게 규명하느냐의 방법론 차이가 있었는데, 민주당은 특검을 고집했고 끝내 강행했다. 이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관계자들을 소환하며 수사 중인 상황이었다. 이런 사건을 하라고 검찰과 별개로 만든 기구, 그것도 민주당 정권이 반대를 무릅쓰고 창설한 기구에서 진행 중인 수사를 굳이 특검에 넘기라는 법안은 정략적 의도를 배제하기 어렵다. 모처럼 조성된 협치의 흐름을 하루 만에 깨뜨리면서까지 밀어붙일 일은 아니었다. 22대 국회도 압도적 의석으로 주도할 민주당에 과연 타협의 정치를 해나갈 의지가 있는지 의심케 한다.

줄곧 여야 합의를 요구해온 김진표 국회의장은 채 상병 특검법안 상정에 부정적이었는데, 결과적으로 다수당의 압박에 굴복한 셈이 됐다. 특검법안을 직접 상정하진 않았지만, 민주당이 이를 강행하려 제출한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의 표결을 허락해 단독 처리의 길을 열어줬다. 차기 국회의장에게 나쁜 선례를 남기고 말았다. 지금 민주당의 국회의장 후보들은 하나같이 법률에 명시된 정치적 중립 의무보다 당의 방침을 우선하겠노라, 공공연히 말하고 다닌다. 국회의장의 의사봉이 협치의 장애물로 전락하지 않도록 남은 의사일정에서라도 폭주를 견제하고 타협을 견인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이제 공은 용산으로 넘어갔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느냐의 선택이 남았다. 여당은 거부토록 건의하겠다는데, 신중히 결정해야 할 일이다. 독소조항이 존재하는 법안의 문제를 넘어 큰 틀의 정치도 생각해야 한다. 협치 무드를 하루 만에 깨뜨린 야당의 행태에 맞서 강 대 강 충돌을 다시 되풀이할 것인가, 어느 때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한 문제가 대통령 앞에 놓였다. 진용이 바뀐 대통령실 내부에서 진지한 토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