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이 한번, 훈이 한번…난형난제로구나

피주영 2024. 5. 3.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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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허웅(앞쪽)이 지난 1일 홈인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수원 KT와의 경기에서 동생인 KT 허훈의 수비를 피해 드리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부산 KCC와 수원 KT의 2023~24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승제) 3차전이 열린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은 경기 내내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현수막과 피켓 등 각종 응원 도구를 양손 가득 든 여성 팬 수백 명이 모여들며 체육관 안팎이 떠들썩했다. 마치 인기 아이돌 가수의 콘서트장 같았다. 수많은 팬들을 코트로 불러 모은 핫이슈는 KCC 가드 허웅(31)과 KT 가드 허훈(29)이 벌이는 ‘형제 대결’이다. ‘농구 대통령’ 허재(59)의 장남 허웅과 차남 허훈은 실력과 인기를 겸비한 프로농구 최고 스타다. 허웅은 프로농구 인기상을 다섯 차례(역대 최다) 받았고 3년 연속 올스타 투표 1위에 올랐다. 허훈은 2019~20시즌 최우수선수(MVP)다.

허씨 형제는 매 경기 불꽃 튀는 승부로 팬들의 성원에 보답 중이다. 형(허웅)은 1차전(KCC 90-73승)에서 팀 내 최다 17점을 넣으며 승리를 이끌었고, KCC가 패한 2차전(KCC 97-101패)에서도 16점으로 분전했다. 허벅지와 발목이 좋지 않은 동생(허훈)은 1차전에 23분 가량만 뛰며 12점 4어시스트를 올렸다. 2차전에서 풀타임 출전에 22점 10어시스트를 올리는 투혼으로 팀 승리에 앞장섰다.

승부처로 꼽힌 3차전에서 허훈은 풀타임을 소화하며 양 팀 최다인 37점(6어시스트)을 터뜨렸다. 하지만 승리는 26점(7어시스트)을 넣은 허웅이 가져갔다. KCC는 KT를 92-89로 물리쳤다. 허웅은 90-89로 앞서던 종료 3.2초 전 상대의 반칙으로 얻은 자유투 2개를 모두 넣어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앞서나간 KCC는 13년 만의 챔피언 등극에 한 발 다가섰다. 역대 챔프전에서 1승 1패 이후 3차전을 잡은 팀의 우승 확률은 69.2%(13회 중 9회)다.

허웅은 “(부상 중인) 허훈이 (2·3차전) 80분을 뛴 건 ‘리스펙트(존경)’한다. 열정과 투지, 기술 등 모든 부분에서 인정한다”며 동생을 치켜세웠다. 그러면서도 “(생애 첫) 우승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매 경기 절실하게, 냉정하게 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형제 대결

부산 팬들은 허웅이 이끄는 KCC가 부산의 오랜 우승 갈증을 풀어주길 바란다. 부산 연고 스포츠 구단은 1992년 야구(롯데), 1997년 축구(대우), 농구(KIA)를 마지막으로 우승과 더이상 인연을 맺지 못 했다. 허웅·라건아·송교창·이승현·최준용 등 우승 후보급 호화 라인업을 갖춘 KCC는 정규리그에선 5위(30승 24패)에 그치며 6강 플레이오프(PO)에 턱걸이로 진출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 와선 몰라보게 달라졌다. 6강에서 디펜딩 챔피언 SK를 만나 3연승을 거뒀고, 4강에선 정규리그 1위 원주 DB마저 꺾었다.

3차전이 열린 사직체육관엔 올 시즌 최다 관중인 1만497명이 입장했다. 프로농구 경기에 1만 명 이상이 들어찬 건 지난 2012년 3월24일 KT와 KGC(현 정관장)의 4강 플레이오프 4차전(1만2815명) 이후 12년 만이다. 당시에도 장소가 사직체육관이었다. 허웅은 “힘들 때나 정신적으로 해이해질 때 팬들의 함성이 들리면 등골이 오싹해지며 힘이 난다”며 뜨거운 성원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4차전은 3일 같은 장소에 열린다. 경기를 하루 앞둔 2일 이미 입장권 대부분이 팔려나가 두 경기 연속 1만 관중 달성이 유력하다.

부산=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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