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허진호 감독 “요즘 세대 멜로, 코미디 도전해보고파”

정진영 2024. 5. 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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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 이틀째인 2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베스트웨스턴호텔에서 열린 'J스페셜:올해의 프로그래머' 기자회견에서 허진호 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는 필름으로 영화를 찍다가 디지털로 바뀌는 걸 경험한 세대예요. 정말 이렇게 빨리 변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빨리 변하는 것 같아요. (영화관의 어려움은 있지만) 영화를 영화관에서 같이 웃으면서 본다는 건 분명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저도 코미디 영화에 도전해 봐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진행하는 ‘올해의 프로그래머’에 선정된 허진호 감독은 극장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1998) ‘봄날은 간다’(2001) 등을 연출하며 ‘멜로 장인’으로 불리는 허 감독은 같은 장르 안에서도 계속해서 변주와 변화를 시도해왔듯, 영화 산업의 미래를 얘기하며 코미디를 대안으로 꺼내 들었다. 또 요즘 젊은 세대의 연애 이야기를 다뤄보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2일 전북 전주시 베스트웨스턴플러스 전주 호텔에선 ‘올해의 프로그래머’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올해의 프로그래머’는 올해로 4회째에 접어든 섹션으로,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영화인을 프로그래머로 선정해 자신만의 영화적 시각과 취향에 맞는 영화를 선택해 관객과 공유한다. 홍 감독은 자신을 지금의 영화인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깊은 영향을 준 영화 5편을 선정했다.

왼쪽부터 '바보들의 행진'(1975), '파리, 텍사스'(1984), '동경 이야기'(1953).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먼저 3편은 소년 시절의 허진호에게 인상을 남긴 영화들이다. 그가 극장에서 처음 본 영화 ‘바보들의 행진’(1975)과 영화에 매료되는 계기였던 ‘파리, 텍사스’(1984), 영화의 이미지와 서사의 관계를 깨닫게 된 ‘동경 이야기’(1953)다. 나머지 2편은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봄날은 간다’와 ‘외출’(2005)이다.

이 다섯편은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허 감독이 처음 극장에서 봤다는 영화 ‘바보들의 행진’은 그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서울 변두리에 있던 재개봉관에서 만났다. 그는 “나이 차가 나는 누나들이 있어서인지, 누나들이 사둔 책을 되게 재밌게 읽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보들의 행진’이었다. 그걸 초등학생 때 재개봉관에서 처음 봤다”며 “은연중에 1970년대에 대한 동경이 있었던 것 같다. 학창시절을 보냈던 1980년대보다 1970년대 문화가 내겐 더 익숙한데, 그 시절의 문화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줬나 질문하며 ‘바보들의 행진’을 택했다”고 말했다.

‘파리, 텍사스’는 군 제대 후 친구와 우연히 보게 된 영화였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의 깊은 감정에 매료됐다. 허 감독은 “영화 포스터만 보고 야한 영화인 줄 알고 보러 갔었다. 실제로는 그런 영화가 아니었지만 깊은 감정을 느끼고 나왔다”며 “영화 OST가 담긴 CD를 살 정도로 그 영화를 좋아했다. 그때의 기억으로 ‘파리, 텍사스’를 골랐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오스 야스지로 감독의 ‘동경 이야기’는 영화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배낭여행을 갔던 파리에서 본 뒤 “영화가 이런 삶의 깊이까지 다룰 수 있구나”를 느꼈던 영화라고 했다.

왼쪽부터 '봄날은 간다'(2001), '외출'(2005).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자신의 연출작 가운데 ‘봄날은 간다’와 ‘외출’을 고른 이유를 묻자 돌아온 답은 간단했다. 최근 런던 한국영화제에 갔다가 만났던 사람이 “‘외출’이 제일 좋은 영화”라고 해줬던 말을 듣고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였다. ‘봄날이 간다’는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 유지태가 이번 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만큼, 함께 보며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서였다.

허 감독은 자신이 선정한 영화들을 관객과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봄날은 간다’는 은수(이영애)가 상우(유지태)에게 툭 던지듯 내뱉는 “라면 먹고 갈래?”란 대사로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인지도가 높다. 허 감독은 “‘8월의 크리스마스’나 ‘봄날은 간다’를 젊은 세대가 알고 있다는 게 신기한 일 같다. 그 영화들이 그렇게 오래 지속될 이유가 뭘까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더라”며 “일상생활에서 가져온 이야기들과 그런 대사 때문에 옛날 영화임에도 젊은 관객들과 접점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신작 ‘보통의 가족’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제26회 우디네극동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서로 다른 신념을 가진 형제가 무서운 비밀을 우연히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이 주연을 맡았다. 그는 “올 가을에 개봉하지 않을까 싶다”며 “(원작 소설을 보고) 사람의 양면적인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해 선택했다. 또 한국에서의 교육 문제와 자식의 문제를 도덕적, 윤리적으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다루고 있는 재밌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전주=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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