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자진 사퇴 기다려야?.. "조합장 탄핵은 너무 어려워"

◀앵커▶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들어 직원을 때린 순정축협 조합장 사건, 많이들 기억하실 겁니다.

징역 10개월이 선고된 뒤 2심 재판이 진행되면서 축협이 마비될 판국이어서 조합장 해임이 추진되고 있는데요,

탄핵 절차가 너무 복잡해 결국 자진 사퇴만을 기다리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협동조합의 민낯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재웅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직원을 신발로 내리치는 등 폭행을 일삼고 노조 탈퇴 등을 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순정축협 조합장,

첫 재판에서 징역 10개월이 선고된 가운데 검찰이나 조합장 모두 결과에 불복해 재판은 2심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조합장이 수 개월째 공석이다 보니 축협 업무는 마비될 지경, 게다가 최근 상임이사까지 직을 내려놓으면서 혼란은 커지고 있습니다.

[순정축협 관계자]

"상임이사님이 지금 그만 두셨어요. 개인적인 일이 있으셔서. 대행 체제로 가죠, 이사님들 중에."

어이없는 폭력 행위로 조합의 명예를 실추한 데다 구속 재판으로 조합의 추진력에 제동이 걸린 상황,

그런데 조합은 조합장의 자진사퇴만을 기다리는 형국입니다.

탄핵이 시급하다는 지적에 지난해 12월 조합원 1/5이 연명해 해임 투표를 진행했는데 과반은 넘겼지만, 해임 요건인 2/3를 넘지 못해 원점으로 돌아온 겁니다.

[조합원]

"새로운 조합장으로 해서 정상화를 시켜야 되는데, 지금 그냥 흐지부지하고 있는 상태인 것 같아요."

농협중앙회 측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난 2월에는 순정축협에 징계 요구를 통보했지만, 비슷한 양상이 재연되고 있습니다.

징역 10개월이 선고된 이달 중순에야 이사회가 소집됐고, 과반 찬성으로 징계는 의결됐지만, 절차의 끝이 아닙니다.

향후 대의원 총회를 소집해 2/3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마지막 단계인 조합원 총회에 상정할 수 있고, 여기서 과반을 확보해야 비로소 직이 박탈되는 겁니다.

[전재웅 기자]

"하지만 투표에서 해임안이 부결되면 쳇바퀴 돌듯 같은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다보니 조합장 탄핵이 산 넘어 산, 강 건너 바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조합 간부]

"과반 정도는 또 조합장의 측근이 많아서 그렇게 어려울 거라는 그런 판단들을 하는데.."

지난 연말 조합원 총투표에서 탄핵이 무산된 바 있어 앞으로 있을 대의원 총회 결과를 장담할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농협중앙회는 순정축협 대의원회에서 해임안이 부결되면 다시 이사회가 재심의 절차를 밟을 거라는 설명,

징계안을 거부해도 지원 자금 회수 등 재정상 압박은 가능하겠지만, 선출직 조합장이어서 직접 개입에 한계가 있는 겁니다.

조합 내부에서는 범죄가 입증됐다 하더라도 물의를 일으킨 이의 자진 사퇴만을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자조 섞인 탄식이 나오고 있습니다.

MBC뉴스 전재웅입니다.

영상취재 : 강미이

그래픽 : 안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