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어려운 내수 ‘깜짝 성장’…KDI “관건은 금리 선제 인하”

김기환 2024. 5. 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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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한 내수를 살리려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다. 올해 하반기에 금리를 낮추더라도 내수 진작 효과는 내년에야 나타난다고 전망했다.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같은 내수 부양책은 물가를 자극해 고금리를 장기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일 펴낸 ‘최근 내수 부진의 요인 분석: 금리와 수출을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시점상 정부가 올해 1분기 ‘서프라이즈’ 경제성장률(1.3%)을 발표한 직후인 데다, 내용상 “섣불리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다”는 식 경고라 주목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5일 내수가 1분기 성장률의 절반이 넘는 0.7%포인트 기여했다고 발표했다.

경제성장률 추이, 주요 부문별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은행]


KDI는 수출 증가가 곧장 내수 회복으로 이어진다는 해석을 경계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회복세를 보인 것과 달리, 내수는 회복세가 가시화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출 회복→소득 증가→내수 활성화로 이어지기 보다는, 수출과 내수의 온도 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금리 장기화가 변수로 끼어들어 기업 투자를 위축시켰고, 가계 소비 감소를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2004~2024년 분기별 경제성장률과 수출·투자·민간소비(내수)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상품 수출이 1%포인트 늘면 설비투자는 같은 분기에 최대폭(0.36%p) 증가하고, 약 2분기 후까지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내수는 (수출이 1%포인트 늘어난) 1분기 뒤에야 최대 0.07%포인트 증가하고, 3분기 후까지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쉽게 말해 수출이 늘면 투자에 ‘굵고, 빠르게’, 내수에는 ‘얇고, 늦게’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기준금리 변동은 수출보다 더 늦게서야 투자·내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를 1%포인트 인상할 경우 투자는 3분기 후 최대 2.9%포인트 감소하고 영향은 8분기까지 유지했다. 내수는 3분기 후 최대 0.7%포인트 감소하며 영향은 9분기까지 유지했다. 김미루 KDI 연구위원은 “통화 정책은 금융 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투자·내수 등 실물경제에는 파급 효과를 본격적으로 미치기까지 상당한 시차가 있다”고 분석했다.

KDI는 현재 수출 호황, 고금리 추세가 이어진다고 가정할 경우 올해는 2023년 하반기부터 시작한 수출 회복이 소비·투자를 각각 0.3%포인트, 0.7%포인트 증가시키겠지만 누적한 금리 인상 효과가 소비·투자를 각각 0.4%포인트, 1.4%포인트 감소시켜 내수 회복을 제약한다고 봤다.

결국 금리 인하가 내수, 즉 체감 경기 회복의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KDI는 “향후 통화 긴축 기조를 전환하면(금리를 내리면) 점진적으로 내수 회복이 가시화할 것”이라며 “통화 정책이 내수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시차를 고려해 선제적인 통화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내수를 살리려면 기준금리를 빨리 내려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올해 하반기에 금리를 내리더라도 내수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건 2025년이라고 봤다.

대규모 내수 부양책을 자제할 것도 권고했다. 야당에서 추진하는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이 대표적이다. 김준형 KDI 연구위원은 “물가 안정세를 흔들면 고금리 기조가 좀 더 장기화할 수 있다”며 “물가 상승, 혹은 물가를 교란할 수 있는 대규모 내수 진작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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