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놀아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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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적 친구가 없다.
어리기도 했지만 여러 번의 전학 탓에 아이들의 기억에 나는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언제 적 작품인지 나도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야구를 소재로 다룬 만화로 주인공 남자가 까치였다.
"친구야, 나는 이제 민들레가 되었어. 나랑 같이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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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진 기자]
▲ 표지 |
ⓒ 천개의 바람 |
나는 어릴 적 친구가 없다. 초등학교 6년 동안 전학을 3번 했다. 어리기도 했지만 여러 번의 전학 탓에 아이들의 기억에 나는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초, 중, 고, 대학교를 모두 고향에서 졸업했다. 교직 생활을 경기도에서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친구들과의 왕래도 끊어졌다.
3년 전쯤 아주 우연히 중학교 친구를 만났다. 충청도로 시집온 친구는 내 직장이 있는 공주에 거주하고 있었다. 네일숍을 운영하고 있었고 내가 고객으로 찾아가 만난 것이다.
"너 진짜 많이 변했다. 머리부터 모든 게 까치 같았는데."
"까치? 무슨 까치?"
"외인구단에 나오는 그 까치."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중 외인구단을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지 싶다. 언제 적 작품인지 나도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야구를 소재로 다룬 만화로 주인공 남자가 까치였다. 삐뚤어진 성격에 고슴도치 같은 머리모양. 그리고 한 소녀를 향한 순정남.
"내가 왜 까치였는데?"
"머리도 짧게 까치 머리였고 진짜 성격 사나웠는데, 지금은 참 편해 보이네."
그랬었지. 어린 시절 나는 모난 성격에 지는 것을 참지 못하는 아이였다. 누군가 나를 건드리면 날을 세우고 상처 주는 말로 상대를 제압했던 것 같다.
그림책 가시소년의 주인공은 온몸이 가시로 뒤덮여 있다. 날카로운 말을 입에서 내뱉고 소리를 지른다. 소년의 가시는 매일 더 크고 날카롭게 자란다. 그러나 소년은 가엾은 아이다. 친구들에게서 외면당하고 선생님께 차별받으며 부모는 서로 싸우기 바쁘다. 아무도 소년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지 않는다.
▲ 책 일부 |
ⓒ 천개의 바람 |
이야기로 돌아가 가시 소년은 사람들은 누구나 가시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들은 속으로 감추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외롭다고. 친구를 사귀고 싶다고. 용기 내어 가시를 다듬고 말한다.
"나랑 놀아줄래?"
어쭙잖은 변명으로 들릴 수 있지만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는데 격하게 공감한다. 든든한 직장이 생겼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내 삶이 안정을 찾아가면서 내 가시들은 서서히 사라졌다. 선생님이 되고 엄마가 되면서 아이들을 대하다 보니 내 가시가 있던 자리에 꽃이 피어났다.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피워 낸 작고 환한 꽃.
시절이 지나면 꽃은 진다. 꽃이 진 자리에 나는 뿌리를 내리고 있다. 존중과 배려, 감사를 양분 삼아 더 깊고 단단해진 뿌리를.
"친구야, 나는 이제 민들레가 되었어. 나랑 같이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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