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中 정부, 트럼프 컴백 시 무역·기술전쟁 대비 돌입"

신경진 2024. 5. 2.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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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왼쪽)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사진은 2019년 6월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따로 만난 모습. 중앙포토

중국 관리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할 때 벌어질 새로운 미·중 무역 전쟁과 기술전쟁에 대비하기 시작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서 WSJ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가장 큰 우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브로맨스’가 방해받을 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집권 기간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갖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매체는 냉전 기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구소련에 맞서기 위해 중국을 방문했던 것처럼 트럼프도 모스크바를 중국에 맞서도록 하는 ‘역(逆) 닉슨’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고 봤다.

트럼프 1기 중앙정보국(CIA)과 국무부를 이끌었던 마이크 폼페이오의 합류 여부도 중국에 걱정거리다. 지난해 1월 폼페이오의 회고록 『한 치도 내줄 수 없다(Never Give an Inch)』의 번역본을 본 시 주석은 “미국은 대만에 완전한 외교적 인정을 부여해야 한다”는 대목을 읽고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중국이 영토 입국을 금지한 트럼프 행정부 관료 명단(총 28명)에 포함됐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전날 “폼페이오는 ‘거짓말쟁이’이자 ‘최후의 광대’”라고 극언을 사용해 비난했다.

지난 2017년 11월 8일 베이징을 국빈방문한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첫 일정으로 자금성을 방문했다. 태화전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트럼프 부부를 향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중앙포토


WSJ에 따르면 몇몇 중국 관리는 내심 트럼프의 당선을 기대하기도 한다. 트럼프의 재집권이 미국의 정치·사회적 혼란을 야기해 세계 단일 패권의 쇠퇴를 가속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임기 동안 쌓아온 동맹국을 밀어내 중국이 유럽과 관계를 재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지도부와 가까운 소식통은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가 중국에 끼칠 피해가 잠재적 이익보다 클 것으로 믿는 중국 관리가 다수라고 WSJ에 전했다. 쑨윈(孫韵) 미국 스팀슨 센터 중국 프로그램 디렉터는 “트럼프가 백악관에 복귀한다면 미·중 관계 개선은 한계가 있지만, (관계의) 하락은 밑바닥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외교부·상무부·과학기술부 등은 미국 선거 관찰팀을 임명했으며 특히 트럼프 캠프의 인선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고위 관리들은 미국 기업의 최고 경영진에 구애를 강화하면서, 트럼프 내각에 누가 포함될지를 캐묻고 미국 기업인을 중국에 붙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트럼프(左), 시진핑(右)


중국 지도부가 가장 우려하는 건 미·중 무역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다. 트럼프 1기 동안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는 평균 3%에서 12%로 인상됐다. 트럼프는 재선에 성공하면 중국에 6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공언한 적 있다. 중국 경제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미·중 무역 전쟁으로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입은 피해는 미국의 3배에 달했다.

중국의 또 다른 걱정은 첨단 기술 통제다. 베이징 관리들은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 미국의 수출 통제 속도와 범위를 예측하기 위한 시뮬레이션에 미국과 서방 전문가들을 초대한 상태다. 중국 정부 연구원들은 기술 접근 우회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이미 중동 아부다비의 기술혁신연구소와 생명공학, 양자 컴퓨팅, 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했다.

중국 분석가들은 “미국의 기술 제재를 회피하려는 중국의 노력이 향후 몇 달간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미국 측은 중국 기업들이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식으로 미국의 강력한 인공지능(AI) 칩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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