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치면 비행기 표값 오른다고?

한명오 2024. 5. 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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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궁금한 몇가지 것들


“2024년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통합 항공사 출범 준비에 돌입하는 해가 될 것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은 기업으로서는 메가 캐리어로의 도약이지만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는 걱정이 앞서는 일이기도 하다.

소비자는 ‘합병으로 인해 기존 마일리지 가치가 소멸하진 않을까’ ‘독과점으로 항공권 가격은 오르고 서비스 질은 떨어지진 않을까’ ‘슬롯 이관 과정에서 이용 가능한 노선이 줄어들지는 않을까’ 등을 우려한다. 슬롯은 항공사가 특정 시간대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다. 이런 의문들은 한낱 기우로 끝날까, 현실이 될까.

항공권 더 비싸질까

우선 마일리지.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이 문제에 대해 콕 집어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끔 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시청에서 주재한 민생토론회 모두발언이었다.

윤 대통령은 “두 기업이 합병해 하나의 거대 항공사가 되면서 국민께서는 그동안 적립한 마일리지가 깎이거나 요금이 오르지 않을까 우려하는데 그런 목소리를 잘 듣고 있다”며 “항공 여행 마일리지는 단 1마일의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요금을 비롯한 서비스 품질이 독과점으로 인해 떨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2년 2월 합병을 승인하면서 밝힌 조치에서도 마일리지 제도를 2019년보다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바꿀 수 없는 조건이 포함돼 있다. 양사는 기업결합 전 마일리지 통합방안을 공정위에 제출, 승인 뒤 시행하게 된다. 대한항공은 상용고객 우대제도가 통합돼 마일리지 적립 및 사용 다양화로 고객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최근에도 한 방송에서 마일리지 통합과 관련 “마일리지 통합은 공정위 승인을 받도록 했다”며 “소비자에게 절대 손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운임 인상 제한과 서비스 품질 유지도 합병 승인 조건 중 하나다. 노선·분기·좌석등급별 평균 운임을 2019년 운임 대비 물가상승률 이상 올릴 수 없도록 했다.

노선 줄어들면 어쩌나


특정 여객 노선이나 운항 횟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염려도 있다.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인 EU 집행위원회(EC)는 대한항공의 기업결합에 조건부 승인을 내렸다. 유럽 4개 도시(파리, 로마, 프랑크푸르트, 바르셀로나) 노선에서 여객·화물 노선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며 이를 넘기라고 했다. 대한항공은 이 슬롯을 티웨이항공에 넘기기로 했다.

지난 1월 일본 경쟁 당국인 공정취인위원회(JF TC)의 심사 통과 당시에도 노선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며 시정 조치 요구가 나왔다. 대한항공은 다른 항공사가 요청할 경우 서울 4개 노선(오사카·삿포로·나고야·후쿠오카)과 부산 3개 노선(오사카·삿포로·후쿠오카) 등의 슬롯을 일부 넘기겠다고 한 상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경쟁이 제한되는 노선은 유럽과 일본 외에도 미주, 중국, 동남아 등 65개 중복 노선 중 26개다. 대한항공의 일부 노선은 사라지지는 않지만 다른 항공사로 넘어갈 수 있다. 슬롯 이관으로 대한항공 노선이 줄고 운임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대한항공은 소비자 선택권이 축소되기보다 신규 항공사 진입으로 소비자 권익이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국토교통부는 국제선 통합관리 시스템을 통해 노선별 운임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완전경쟁 시장에 가까운 글로벌 항공시장에서 인위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소비자는 불안하다

대한항공은 기업결합 비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운임이 올라가는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업결합으로 중복 노선의 운항시간대를 분산 배치해 소비자 선택폭을 넓힐 수 있고, 외국에서 오는 항공편의 환승 스케줄을 다양화해 외국인 환승 수요를 더 유치할 수 있다는 이점 등을 대한항공은 강조한다. 델타항공과의 태평양노선 조인트벤처(JV) 효과도 증대될 것으로 본다.

이들은 회사 덩치가 커지는 만큼 제작사나 항공기 임대사와 협상할 때 항공기 가격이나 임대료를 인하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또 기재를 통합 운영하게 되니 자체 정비물량이 늘면 제반 정비사업(MRO)을 강화해 시설, 인력, 기재 등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다는 기대도 갖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의 염려는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아시아나항공을 자주 이용하는 40대 직장인은 “두 대형 항공사가 경쟁할 때는 특정 노선 중 더 싼 노선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 선택지가 아예 사라지는 것 아니냐”며 “결국 경쟁사가 사라지면 (노선에 따라서는) 더 비싼 대한항공을 어쩔 수 없이 타게 될 거 같아 씁쓸하다”고 했다.

기업결합 어떤 절차 남았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결합은 전 세계 14개 경쟁당국 중 13곳의 승인을 받았다. 미국의 승인만 남았다. 시장 독과점 문제에 어느 나라보다 강경한 미국이 한국의 메가 케리어 등장을 순순히 용인해줄지는 미지수다.

다른 과제도 있다. EU 경쟁 당국이 조건부 승인을 위해 제시했던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도와 슬롯 이관이다. 본입찰에 에어인천,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이 참여했다. 이들 LCC 3곳은 모두 자본잠식 상태로 재무 상황이 좋지 않다. 인수 후보들은 사모펀드·재무적투자자(FI) 등과 손을 잡고 인수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만약 이들이 중도에 인수를 포기하게 되면 대한항공은 EU 경쟁당국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다. 기업결합이 무산된다는 얘기다.

또 다른 문제는 프랑스 항공당국이 티웨이항공의 파리 노선 취항을 반대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지난달 중순 대한항공이 티웨이항공에 유럽 노선 슬롯을 넘겼을 때 “협정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2007 년 복수 취항 합의에 따라 인천~파리 노선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 취항할 수 있게 돼 있으니 제3의 항공사인 티웨이항공은 받아줄 수 없다는 논리다. 대한항공은 “현재 양국 항공당국이 협의를 진행 중이고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며 “티웨이항공의 다른 유럽 내 예정 취항지인 프랑크푸르트, 바르셀로나, 로마의 경우 향후 운항에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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