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만난 이재명, 이들부터 찾아갔다…유튜브 막말로 큰 '혁신회의'

김정재, 손국희 2024. 5. 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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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추미애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경기 하남갑 당선인 등 참석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총선 평가 및 조직 전망 논의 간담회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담을 마친 뒤 만난 건 당 지도부가 아니었다. 이 대표는 강성 친명계 모임 ‘더민주전국혁신회의’(혁신회의)와의 만찬이 열린 여의도의 한 식당으로 향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우리 혁신회의가 22대 국회에서 꼭 성과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4·10 총선에서 당선자 31명을 배출하며 민주당 내 ‘신(新)주류’로 등극한 혁신회의의 위상이 고스란히 드러난 장면이다.

지난해 6월 친명계 원외 조직으로 발족한 혁신회의가 민주당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혁신회의 약진에는 친명 유튜브가 결정적 요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혁신회의 출범식부터 ‘새날’(현재 구독자 99만명)과 ‘박시영tv’(51만), ‘서승만tv’(22만) 등이 생중계했고, 이후 혁신회의 멤버들은 이들 유튜브에 단골 출연자로 인지도를 높였다.

지난해 9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을 지지하며 단식·삭발·거리 농성 등을 통해 동조 투쟁에 나선 사람들. 당시 강위원 혁신회의 공동대표(사진 왼쪽 위)를 비롯한 혁신회의 구성원들이 동조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연합뉴스

혁신회의-친명 유튜브의 협업은 이재명 대표의 단식, 체포동의안 가결이 이어진 지난해 9월 정점을 찍었다. 당시 혁신회의 멤버들은 “이 대표를 지키자”며 앞다퉈 동조 단식을 선언했다. “민주당 의원 전원이 동조 단식하라”라고도 압박했다. 이런 과정이 유튜브에 중계되자 강성 지지층은 열광했다. 체포동의안 가결 때는 혁신회의 멤버들이 가결표를 던진 의원을 “매국노”라고 단정지으며 이 대표 방어에 총력을 기울였다.

혁신회의가 “부화뇌동했던 기득권 세력을 공천혁명으로 이겨냈다”고 자평하는 ‘비명횡사’ 공천 역시 친명 유튜브가 판을 깔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혁신회의와 유튜브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촉구해 온 의원평가 하위 20%에 대한 ‘페널티 확대’는 결국 공천 룰에 반영됐고, 박용진·윤영찬 등 비명계를 탈락시키는 요소로 작동했다. 경선 과정에서 비명계 현역 지역구에 나서는 ‘자객’ 역할을 자임한 건 혁신회의 멤버였다.

비명계의 한 의원은 “현안이 생기면 혁신회의 멤버가 곧바로 유튜브에 출연해 전광석화처럼 지지층 여론을 움직였다”고 했다. 이처럼 혁신회의와 친명 유튜브는 단순한 공생 관계가 아니라 한몸처럼 움직였다. 결국 혁신회의는 4·10 총선에 후보자 50명을 배출했고, 그중 당내 경선을 거쳐 31명의 최종 당선자를 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당선인과 우원식 의원 등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총선 평가 및 조직 전망 논의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내에선 “22대 국회에선 혁신회의가 민주당 전체를 이끌어 국회를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혁신회의의 ‘총선 평가 및 조직 전망’ 간담회부터 그런 모습이 엿보였다. 이날 행사장엔 국회의장 출마를 선언한 조정식·추미애·우원식·정성호 당선인은 물론, 차기 원내대표 후보로 단독 출마한 박찬대 의원까지 참석했다. 박 의원은 인사말에서 “국회의장 후보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이 자리에서 여러분께 표를 구하고 있으니, 혁신회의가 얼마나 대단한가”라고 추켜세웠다.

혁신회의 상임대표인 김우영 당선인은 총선 결과에 대해 “‘비명횡사’니 뭐니 했지만, 국민 분노가 총선에 분출돼 압도적 승리로 이어졌다”며 “무기력증과 계파 세습을 타파하려는 도전 정신이 성과를 냈다”고 자평했다. 성추행 의혹 등 논란 끝에 총선 출마를 접었던 강위원 혁신회의 공동대표는 “조직을 확대해 6월 1일 ‘2기 혁신회의’를 출범시키기로 했다”며 “조만간 이 대표의 연임 관련 의견이나 국회의장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등 날카로운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했다.

혁신회의는 향후 원내·원외 투트랙으로 조직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원내 31인을 중심으로 ‘협력 의원단’을 조직해 원외 멤버들과 정책·법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원외에서는 풀뿌리 지역 조직과 직능·부문별 조직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강위원 대표는 통화에서 “당원들이 댓글 달고 투표하는 수준을 넘어 혁신회의 소속으로 활발한 정치 활동을 하게끔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원혁 혁신회의 대변인은 “우리는 조직된 당원 2000명이 모인 최대 계파”라고 했다. 사실상 ‘당 내 당’으로 역할하겠다는 의미다.

혁신회의 측은 조직 정체성에 대해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모인 조직”(혁신회의 관계자)이라고 강조한다. 그만큼 ‘이재명 친위대’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강위원 대표는 지난달 29일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4번째 집권은 ‘이재명 정부’의 개막이어야 한다”고 했고, 1일 통화에서도 “우리 목표는 이재명으로 정권 교체”라고 했다.

민주당의 선봉대 역할도 자임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혁신회의는 “그간의 민주당은 180석을 갖고도 검찰개혁, 언론개혁 등 촛불 개혁의 적기를 놓쳤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행사에서도 “가짜뉴스로 여론을 조작하는 부분을 제어하자”(양문석)라거나 “검찰 독재에 의해 보복 응징을 당하는 이재명을 구해내자”(김우영) 등을 강조했다.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손피켓. 안태준 당선자 페이스북

다만 ‘신주류’라는 평가에는 “과하다”라고 손을 내저었다. 강위원 대표는 통화에서 “혁신회의 멤버는 지평이 넓고 의견이 다양하기에, ‘민주주의 4.0’(친문계)이나 ‘더좋은미래’(86그룹 주축 모임) 등과 비교하기 어렵다”며 “우리가 세 보이는 건 ‘존경하는 의원님’ 같은 미사여구를 생략하고, 특정인과의 관계가 경직될 걸 각오하면서 시민의 문법으로 강하게 얘기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혁신회의를 기반으로 한 ‘이재명 일극 체제’가 이 대표의 대선 플랜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친명 주도하는 정치 이슈에만 경도되면 대선에서 중도층이 떨어져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또한 “유튜브에서 강성 발언을 쏟아내는 혁신회의가 결국 이 대표의 발등을 찍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양문석 당선인은 지난해 3월 ‘김성수TV 성수대로’에서 “저들은 도려내야 할 고름이고 밟아 죽여야 할 바퀴벌레”라고 비명계를 원색적으로 비난했었다. 김우영 당선인도 강병원 의원을 겨냥해 “어린놈의 자식”이라고 공격했다. 김준혁 경기 수원정 당선인이 과거“김활란은 미군정 시기에 이대생을 미 장교들에게 성 상납시켰다”고 발언한 곳도 친명 유튜브(김용민tv)였다.

■ 혁신회의 당선자 누구? 대장동 변호사, 캠프 출신, 성남·경기파

「 혁신회의 당선자 31명은 친명계 중에서도 핵심 친위대다. 22대 국회 시작이 한 달 가량 남았지만 이미 당 요직에 임명된 이들이 적지 않다. 김우영 공동대표는 이 대표를 가까이서 보좌하는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에 임명됐다. 재선에 성공한 민형배 의원과 강득구 의원도 각각 당 전략기획위원장, 수석사무부총장을 맡게 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당시 강원도당위원장이던 김우영 당선인이 지난해 5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강원특별자치도 출범기념행사에서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후 김 당선인은 서울 은평을로 지역구를 옮겨 4·10 총선에서 당선됐다. 뉴스1

이 대표의 인적 네트워크는 혁신회의 소속 당선자 명단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우선 사법리스크 전반을 변호해 온 ‘대장동 변호사’ 5인방이 혁신회의 소속이다. 박균택·양부남 당선인은 이 대표 변호인을, 김동아·이건태 당선인은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의 변호인을 맡았다. 김기표 당선인은 또 다른 최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변호인이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경기지사일 때부터 가까이서 보좌했던 ‘성남-경기라인’은 혁신회의의 또 다른 축이다. 이재강(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안태준(경기주택공사 부사장), 윤종군(경기도청 정무수석), 조계원(경기도청 정책수석) 당선인이 혁신회의 멤버다. 경기도 청년비서관 출신으로 대선 때부터 이 대표의 수행비서를 맡았던 모경종 당선인도 혁신회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주원 기자

2021년 대선 경선 캠프인 ‘열린캠프’ 멤버도 대거 혁신회의에 포함돼 있다. 당시 상황부실장을 지낸 김현정 당선인과 현장 대변인 역할을 도맡았던 정진욱 당선인은 혁신회의를 거쳐 22대 국회에 입성했다. 총선 막판 ‘편법 대출’ 논란이 불거졌던 양문석 당선인도 열린캠프 지역위원장 출신이다.

손국희·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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