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현 목사의 복음과 삶] 성공적 실패

2024. 5. 2.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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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상 중 하나다. 세상에는 성공보다 실패가 흔하다. 실패보다 실패에 대한 반응이 중요하다. 나쁜 실패가 있다. 실패를 통해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 것이다. 실패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값비싼 수업료다. 성공보다 실패가 주는 유익이 크다. 성공은 도리어 위험한 경험이다.

하워드 헨드릭스는 “내가 당신에 대해 두려워하는 것은 실패하느냐가 아니라 당신이 잘못된 일로 성공할까 두려워함이다”라고 했다. 성공만 한 사람은 자아도취에 빠지기 쉽다. 자신이 신이 된다. 성공만 한 사람은 기도를 배울 수 없다. 성공만 있다고 믿는 것은 신화에 불과하다. 성공에 취한 우월감은 세상을 가볍게 다룰 위험성이 있다. 실패의 경험이 없는 사람은 대체로 인간미가 떨어진다. 성공은 타인의 희생과 자신을 혹사시킨 결과물인 경우가 많다. 성공 후에도 알 수 없는 허무주의의 유령에 시달린다. 이들은 성공이 곧 행복이라는 등식이 틀렸다는 것에 놀란다. 성공만 한 사람은 위험하다. 성공의 자리는 외로운 정상이다.

실패는 그리 반가운 것은 아니다. 실패로 인해 자존감이 손상을 입는 게 문제다. 실패가 끼친 외적 손실보다 마음의 손상을 경계해야 한다. 열등감이 문제다. 실패한 자신에게 경멸을 보내면 길이 없다. 실패는 결함도 아니고 무능도 아니다. 실패는 끝이 아니다. 벽돌이 몇 장 무너졌다고 집이 무너진 것은 아니다. 괜히 남을 탓하고 환경을 나무라며 세월을 보낸다면 그것이 진짜 실패다.

실패는 그냥 쿨하게 떠나보내면 된다. 실패는 미래를 위한 자원 축적이 될 수 있다. 자세히 보면 실패로 잃은 것보다 얻는 게 더 많다. 실패로 배운 것이 있다면 성공한 실패다. 실패로 내려간 바닥은 다시 치솟아 오를 디딤돌이 된다. 아이들은 넘어지면서 큰다. 나무는 흔들리면서 자란다. 바닥에서 경험한 쓴맛은 인생의 폭을 넓혀 준다. 내려가본 만큼 삶의 깊이는 달라진다. 쓴맛을 본 사람은 삶의 광폭이 넓다. 다양한 맛을 본 사람은 삶의 이해력이 깊다. 단색보다 다양한 색이 뒤섞여질 때 오묘한 색상이 나온다.

실패는 인생의 어두운 밤을 통과하는 시간이다. 낮보다 밤을 통과할 때 사색은 깊어진다. 밤이 깊을수록 하늘의 별들은 더 총명하다. 실패는 인생의 의미를 재발견하게 한다. 삶이 경박스러워지지 않게 한다. 실패를 통해 다듬어진 겸손은 품위를 자아낸다. 실패의 경험은 쓰임새가 많다. 다른 사람을 섬길 때 유용하다. 성공만 한 사람은 실패자를 위로하기에 한계가 있다. 성공한 이야기는 도전을 주기도 하지만 좌절을 심어줄 때가 더 많다. 누군가에게 실패담을 들려줄 때 사람들은 위로를 얻는다.

위로의 힘은 공감에서 얻어진다. 공감의 힘은 실패한 사람에게서 나온다. 세상에는 성공보다 실패를 경험한 사람이 더 많다. 실패의 늪에 빠진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실패를 경험했던 사람의 따뜻한 한마디다. 실패로 인해 깊이 팬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가슴은 따로 있다. 위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실패한 사람에게는 성공 비법보다 위로가 필요하다. 실패 요인을 분석해 주는 것보다 이해가 먼저다. 실패 경험으로 무너진 사람을 다시 일으킬 수 있다면 성공한 실패다.

실패한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실패한 사람에게 해줄 메시지가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실패는 끝이 아니다. 실패는 인생의 필수 코스다. 실패는 그림 속 하나의 점과 같다. 연극의 한 막이 끝나면 또 다른 막이 오르듯 실패도 하나의 극일 뿐이다. 1막이 끝나면 2막이 오른다. 나의 실패는 누군가에게는 다시 실패하지 않도록 알려주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실패를 감출 이유가 없다. 실패는 비극도 불행도 아니다. 그냥 하나의 실패일 뿐이다. 실패는 일상에서 또 찾아온다. 그때 또다시 시작하면 된다. 실패하더라도 뒤로 넘어지지 않고 앞으로 넘어지면 된다. 누군가 그랬다. 실패를 두려워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진짜 실패라고.

(부산 수영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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