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어떻게 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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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자식이나 만나는 어린이에게 예외 없이 한 가지 질문을 한다.
그러고는 이를 한꺼번에 충족시킬 수 있는 직업 몇 가지를 제시한다.
자기중심적 사고방식 속에서 자신의 신념만 강요하는 고집이나 사회의 공통선을 외면하는 불통, 인생의 황금기를 공부하는 데 바쳤는데 적절한 대가 없이 자료 속에 파묻혀 지내며 또 공부만 해야 한다는 최근 어느 직업군의 '푸념'도 이에 대한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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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자식이나 만나는 어린이에게 예외 없이 한 가지 질문을 한다.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세계 공통 질문이 아닐까 싶다. 묻는 어른 마음에 흡족한 답이 나오면 열심히 하라 격려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자기 희망을 섞어 장황하게 설명하곤 한다. 입신양명(立身揚名) 출세하라거나 돈을 많이 벌라는 권유일 때가 많다. 그러고는 이를 한꺼번에 충족시킬 수 있는 직업 몇 가지를 제시한다.
국어사전은 입신을 세상에서 떳떳한 자리를 차지하고 지위를 확고하게 세움, 입신양명은 출세하여 이름을 세상에 떨침이라고 설명한다. 뭔가 빠졌다. 입신양명은 효경(孝經)에서 유래했다.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입신행도 양명어후세 이현부모 효지종야(立身行道 揚名於後世 以顯父母 孝之終也). 풀이하면, 몸은 부모에게 받은 것이니 감히 다치거나 훼손하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고, 몸을 세워 도를 실천해 후세에 이름을 떨쳐서 부모를 드러내는 것이 효의 마지막이다. 출세는 불교의 출세간(出世間)에서 유래했다. 세속을 떠난다는 뜻이다. 출세의 뜻은 완전히 다르게 사용되고 있고, 입신양명에서는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해야 한다는 도의 실천이 없어졌다. 돈을 많이 벌라는 권유도 마찬가지다. 그저 많이 벌라 할 뿐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요즘 누가 입신양명이나 출세를 아이에게 말하냐,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직업만을 강조하면 출세하란 말과 같다. 아이의 생각 속에 삶의 목적을 직업으로 각인하는 게 될 수 있다. 도의 실천 없는 입신양명, 이유 없는 재물 축적의 결과를 요즘 우리에게 자주 보이는 사람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자기중심적 사고방식 속에서 자신의 신념만 강요하는 고집이나 사회의 공통선을 외면하는 불통, 인생의 황금기를 공부하는 데 바쳤는데 적절한 대가 없이 자료 속에 파묻혀 지내며 또 공부만 해야 한다는 최근 어느 직업군의 ‘푸념’도 이에 대한 방증이다.
죽으면 지위와 돈 모두와 멀어진다. 한동안 죽음 체험이 유행이었다. 내용은 단순하다. 영정사진을 찍고, 유언을 쓰고, 수의를 입고, 관에 들어가고, 나와서 소감을 나누는 순서로 진행된다. 유언을 쓸 때, 관 뚜껑이 닫히면서 못 박는 소리가 들릴 때, 관에 누워 잠시 있을 때 삶을 돌아보게 되고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며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고 한다. 그 느낌을 얼마나 오랫동안 갖고 생활할지, 관에 누워 다잡은 결심을 계속 실천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사실 우리는 매일 죽음을 경험한다. 밤이 되면 잠자리에 누워 눈을 감는다. 하루 동안의 일을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이다. 잘한 일, 못난 행동, 후회하는 말 등이 스쳐지나간다. 하루를 반성하면서 내일 다른 생활을 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실천한다면 조금 더 나은 삶으로 내 인생을 채워가는 셈이 된다. 죽음 체험과 다르지 않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만으로 절반은 성공이다. 어려운 일도 겪겠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자체로 순간순간 기쁘고 즐겁고 보람 있다고 느낀다. 좋아하는 일의 연장선에서 사회의 공통된 가치를 이뤄간다면 금상첨화다. 다른 사람과의 공감, 자신의 신념과 다른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관용도 갖추면 삶이 더욱 윤택해질 수 있다.
사회 공통의 가치를 실현하는 사람이어야 제대로 된 이름을 남길 수 있다. 직업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라는 인식이 자리잡혀야 사회가 건강해진다. 아이에게 ‘무엇이 될래’라고 묻지 말고 ‘어떻게 살래’라고 묻자. 그나저나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전재우 사회2부 선임기자 jw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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