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 찾은 전주국제영화제… 주목받는 日 감독 미야케 쇼 개막작 장식
올해로 25회째를 맞은 전주국제영화제가 1일 막을 올렸다. 오전 내 흐렸던 하늘이 개고 기온이 오르면서, 개막식을 찾은 관객들의 얼굴도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개막식 입장이 시작되자 일찌감치 개막식장을 찾아 줄을 서 있던 관객들은 부리나케 뛰어 들어갔다. 길었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지나 영화제에도 활기가 찾아왔음을 알리는 풍경인 듯했다. 이번 영화제는 한국 영화와 국제경쟁 부문에 출품된 영화 모두 역대 최다를 기록하며 영화제 시작 전부터 기대감이 높았다.
활기차게 시작한 영화제의 포문을 연 건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는 미야케 쇼 감독의 신작 ‘새벽의 모든’이다. 이날 국내에서 처음 공개된 ‘새벽의 모든’은 PMS(월경 전 증후군)를 앓는 여성과 공황장애가 있는 남성의 우정과 연대를 따뜻한 시선으로 아름답게 그려낸 영화다. 일본 작가 세오 마이코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월경을 앞두고 극도로 예민해지고 공격적으로 변하는 주인공 후지사와는 PMS가 발현될 때면 상대가 누구든 쉽게 날이 선 말을 뱉어버린다. 이 때문에 증상을 완화해줄 약을 처방받아 먹어보기도 하지만, 졸음이란 부작용 탓에 제대로 된 직장생활을 할 수가 없다. 결국 작은 회사인 쿠리타 과학에서 일하며 조금씩 안정을 찾아간다.
쿠리타 과학에서 함께 일하는 후배 야마조에는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 다른 직원들과 교류하지 않고 ‘빨리 원래 있던 회사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만 하며 의욕 없이 지내던 야마조에는 후지사와를 만나며 조금씩 변해간다. 머리도 자르고 자전거도 타고 회사 직원들과 소소한 대화도 하며 웃음을 되찾고, 후지사와가 PMS 증상으로 힘들어할 때 도와주기도 한다.
영화의 메시지는 후지사와와 야마조에가 ‘이동하는 플라네타륨(둥근 천장에 달, 태양, 항성, 행성 등의 위치와 운동의 모양을 투영하는 장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영원해 보이는 우주도 끝없이 움직이면서 변하고,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밤도 새벽을 지나 아침이 된다는 후지사와의 내레이션은 그 메시지를 압축적으로 전달한다. “모든 것은 변한다. 기쁨도, 슬픔도 지구가 도는 한 반드시 끝난다. 그리고 새로운 새벽이 찾아온다.”
이 모든 과정은 아날로그적인 화면과 섬세하고 따뜻한 연출 안에서 펼쳐진다. 전작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과 같은 16mm 필름으로 촬영돼 그 따뜻함이 배가 됐다. 누구 하나 나쁜 사람 없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에 영화를 보는 관객도 자연히 치유 받는다.
영화를 연출한 미야케 감독은 이날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열린 개막작 상영회 및 기자회견에 참석해 “일본에는 일이 내 마음처럼 안되고, 내 마음대로 살 수 없는 사람들이 PMS나 공황장애뿐 아니라 다양한 이유로 많이 있다”며 “다양한 시각으로 이 문제를 생각해볼 시간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PMS나 공황장애를 앓는 주인공들이 특별한 사람이 아닌, 보통의 다양한 사람임을 전하고 싶었다고도 했다.
그는 우주란 설정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의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미야케 감독은 “PMS나 공황장애는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인생과 같이 함께 가야 하는 아픈 상황”이라며 “그 긴 시간을 보여주기 위해 먼 미래와 먼 과거를 보여줄 수 있는 우주를 영화 안으로 가져왔고, 플라네타륨이 그걸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야케 감독의 따스한 시선으로 예열을 마친 영화제는 이날 오후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리는 개막식으로 화려하게 막을 열 예정이다. 배우 공승연과 이희준이 MC로 나선다. 오는 10일까지 열리는 영화제는 ‘골목상영’, ‘전주씨네투어X산책’, ‘전주씨네투어X마중’과 ‘전주씨네투어X음악’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도 즐길 수 있다.
전주=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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