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뽈터뷰] 김병지 ② 양현준 셀틱 이적을 유튜브 라이브로 발표한 이유

김희준 기자 2024. 5. 1. 14: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김병지는 강원FC 대표 말고도 수식어가 여러 개다.

2017년 '슛포러브'에서 지구방위대 영상을 찍으며 유튜브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2018년 6월 첫 영상을 게재한 이래 지금까지 1,000개 가까운 영상을 올리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왔다."'슛포러브'랑 제가 예전에 지구특공대라는 걸 했는데 5명의 멤버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풋살팀을 하는 거였어요. 이후 기획은 있는데 뛰어난 PD를 못 구한 적도 있었죠. 그리고 나서 2018년 월드컵을 통해 소통 플랫폼으로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제가 처음 유튜브를 할 때는 해설, 축구 쪽은 거의 전무했죠."김 대표는 현재 유튜브 외에 인스타그램에도 집중하고 있다.

음성재생 설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병지 강원FC 대표.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구리] 김희준 기자= 김병지는 강원FC 대표 말고도 수식어가 여러 개다. 2006년부터 축구교실을 운영해 지금까지 이어왔고, 2010년에는 월드컵 해설위원과 칼럼니스트로 축구팬들과 교감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계기로 유튜브 채널 '꽁병지TV'를 개설한 유튜버, 2021년 여자 아마추어 축구 붐을 일으킨 '골때리는그녀들'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준 예능인이다. 행정가로서는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을 거쳤고, 경영인으로서 2023년부터 강원 대표로 일하며 수익 개선, 홍보 다양화 등을 강조했다.


▲ 해설에서 맛본 실패가 유튜브 개설로


해설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김 대표는 지도자 공부에 도움을 얻고자 해설 계에 뛰어들었으나 전문성이 아쉬웠을뿐더러 특유의 말투와 발음이 공적인 자리에 어울리지 않아 해설 생활을 오래 이어가지 못했다.


유튜브에서는 달랐다. 보다 자유롭게 많은 주제를 이야기할 수 있었고, 특유의 말투도 문제점보다는 개성으로 작용했다. 2017년 '슛포러브'에서 지구방위대 영상을 찍으며 유튜브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2018년 6월 첫 영상을 게재한 이래 지금까지 1,000개 가까운 영상을 올리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왔다.


"'슛포러브'랑 제가 예전에 지구특공대라는 걸 했는데 5명의 멤버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풋살팀을 하는 거였어요. 이후 기획은 있는데 뛰어난 PD를 못 구한 적도 있었죠. 그리고 나서 2018년 월드컵을 통해 소통 플랫폼으로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제가 처음 유튜브를 할 때는 해설, 축구 쪽은 거의 전무했죠."


김 대표는 현재 유튜브 외에 인스타그램에도 집중하고 있다. 축구 기술에 대해 팬들과 소통하는 등 활동폭을 넓히는 중이다. 김 대표는 인터뷰 이후 자신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강원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이식해 올해 게재한 강원의 인스타그램 릴스 조회수가 300만을 넘겼다고 했다.


김병지 강원FC 대표(가운데). 서형권 기자

▲ 여자 축구 붐 일으킨 '골때녀' 함께 만든 김병지


김 대표는 예능에도 활발하게 출연하는 편이다. 세상을 더 잘 알기 위해 관심 있는 분야는 직접 체험해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특히 '골때리는그녀들(골때녀)'에서는 축구를 모르던 아마추어 여성들에게 풋살을 가르쳐주는 감독으로 2021년부터 꾸준히 출연해왔다.


김 대표에 따르면 '골때녀'의 탄생과 정착부터 그의 의견이 영향을 미쳤다. 축구 예능을 만들고 싶어하던 PD와 작가들에게 '아마추어 여성을 가르치는 선수 출신 감독'이라는 구도를 제시해 골때녀가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불타는청춘' PD님들과 작가님들이 어느 날 여자 출연자분들하고 마당에서 축구를 했는데 너무 재밌었대요. 축구로 뭔가 만들고 싶으니까, 친구한테 얘기를 했던 거예요. 그런데 그 친구가 '그러면 김병지를 만나봐라. 뭔가 답이 나올 수 있으니까' 해서 저하고 불타는청춘 팀하고 만났어요."


"제가 의견을 냈던 건 축구를 모르는 여자들 팀을 만들고 연예인들에게 감독을 시키지 말자, 정말 축구를 잘하는 월드컵 멤버들에게 감독을 시키자는 거였어요. 축구를 하나도 모르는 사람과 축구를 정말 잘하는 감독의 구도는 신선하지 않겠냐고 했죠. PD님 걱정은 현직 감독님들이 그걸 하시겠냐는 거였어요.. 그래서 제가 다 섭외했어요."


그렇게 시작된 골때녀는 2021년 설 연휴에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2024년까지 이어져오는 방송국 효자 프로그램이 됐다. 골때녀를 통해 축구에 관심을 가진 여자들도 많이 늘었고, 이는 김 대표가 축구협회 부회장을 하며 맡았던 여자 아마추어 축구 저변 확대에도 큰 도움이 됐다.


김 대표는 골때리는그녀들의 창시자 격이지만 정작 프로그램 내에서 성적은 좋지 않다. 시즌 1 준우승을 차지하고 시즌 2에서 승격을 맛본 뒤로 내리 강등만 4번을 겪었다. 이에 대해서는 "감독들이 잘하는 게 당연히 맞아요. 제가 감독님들보다 더 잘 가르치면 그게 더 이상할 것 같아요"라며 웃어넘겼다.


양현준(왼쪽), 김병지 강원FC 대표.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양현준 셀틱 이적을 유튜브 라이브로 발표한 이유


김 대표는 2021년부터 2년간 축구협회 부회장을 지낸 뒤 2023년 이영표 전 대표를 뒤이어 강원에 취임했다. 당시 이 전 대표를 물러나게 하고 자리를 차지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축구협회 부회장 때 이 전 대표가 도와달라고 해서 테크니컬 디렉터로 들어가려고도 했다"며 강원 대표 부임 때까지 이 대표와 지속해서 상의했고 지금도 잘 지내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 대표가 강원에 온 뒤 대중적으로 가장 주목받았던 일은 양현준의 셀틱 이적이었다. 2022년 토트넘홋스퍼와 K리그 올스타전에서 활약하며 두각을 나타낸 양현준은 한국에서 유럽 진출에 가장 가까운 유망주 중 한 명으로 평가받았다. 2023년 여름에는 양현준이 직접 인터뷰를 통해 유럽에 나가고 싶은데 구단의 반응이 아쉽다는 발언으로 한 차례 논란을 빚기도 했다.


"양현준은 무조건 유럽을 보내야 한다는 게 기본이었어요. 강원FC 성적이나 이적 타이밍이 문제였지 이적 자체는 문제가 아니었어요. 당시 강원 성적이 좋지 않았고, 양현준의 퍼포먼스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팀에 6개월 정도만 있다 가면 좋지 않을까 부탁했던 거죠. 양현준 선수가 인터뷰를 하면서 이적설이 팀에 미치는 여파가 커졌어요. 팀 분위기에 문제가 생기면서 보낼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죠."


김 대표는 그해 여름 양현준을 셀틱에 보내기로 결정하고 협상을 통해 40억 원 가까운 이적료를 받아냈다. 그리고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양현준 이적 승인 계약식을 실시간으로 발표했다. 파격적인 형식을 택한 건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당시 양현준과 강원 사이에 대한 여러 소문이 있었기 때문에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어떤 부분이 사실과 다른지 밝히고 강원이 양현준의 셀틱 이적을 지지한다는 걸 밝혀야 했다.


"당시에 루머가 참 많이 돌았어요. 빨리 정리를 하는 게 구단이나 셀틱이나 양현준 선수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었죠. 우리도 유튜브가 있는데 이런 중대사항은 우리 채널을 통해 내보내는 게 신선하지 않을까 해서 시도했어요. 여러 가지 플랫폼이 있지만 굳이 다른 매체를 통해서 사실을 전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키워드가 잘못 해석돼서 논쟁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걸 없애고 싶었어요. 라이브를 하면 사실을 직접적으로 전달하고 실시간으로 정정을 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그때 유튜브 라이브로 양현준 이적 승인을 발표했죠."


호세 마리아 델 니도 카라스코 세비야 회장(왼쪽), 김병지 강원FC 대표이사. 강원FC 제공

▲ 세비야가 강원과 MOU를 맺은 숨겨진 이유


김 대표는 자신이 부임한 뒤 강원이 서서히 발전 중이라고 자부한다. 지난해에는 입장료 수입이 3억 5천만 원에서 15억 5천만 원으로 4배 이상 늘었고, MD 판매 수입도 2배 이상 늘었다. 2022년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있었음을 감안해도 상승 폭이 제법 컸다. 2024년에는 입장료 수입 목표를 지난해보다 25%가량 높인 20억 원 수준으로 정했다.


올해 초에는 세비야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강원은 국내 유망 선수에 대한 정보를 세비야와 공유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며 선수 및 코칭스태프, 구단 운영 인력을 위한 단기 집중 프로그램을 통해 세비야의 노하우를 전수한다. 세비야 또한 강원의 어린 선수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었기에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일단 스페인 구단과 교류하고 싶었어요. 세비야는 스페인에서 전통 강호예요. 우리 구단에 제일 우호적으로 접근했던 구단이었고요. 3년 전쯤에 세비야 구단이 왔잖아요. 그때 회장님 만났던 기억이 있는데 그걸 계기로 세비야에 대한 개인적인 이미지가 좋게 자리잡혔죠. 공교롭게도 우리 어린 선수들 있죠. 이승원, 양민혁 등등 있는데 세비야가 이승원 선수한테 관심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직접 세비야 회장님 만나 뵙고 우리가 세비야와 협약을 통해 어떻게 구단을 성장시킬지에 대한 생각을 전했죠."


강원과 세비야가 서로에게 관심이 있음을 확인한 뒤에는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김 대표는 직접 세비야를 찾아가 경기를 관람하고 구단 운영을 확인한 다음 MOU를 체결했다.


"제일 중요한 건 우리 우수 선수들이 세비야를 통해서 성장하는 거였어요. 그리고 선수와 더불어 구단 직원들도 성장할 수 있으면 구단에 너무 좋을 것 같았어요. 선수도 단기 집중 프로그램으로 보내고, 이번 연말에 우리 프런트들도 6명 정도 보내서 역량을 강화하는 워크숍을 하기로 정해져 있습니다."


김병지 강원FC 대표. 서형권 기자

▲ 환갑 전에 K리그 구단주가 되는 꿈


김 대표는 오래 전부터 구단주가 되고자 하는 꿈을 숨기지 않았다. 여러 매체를 통해 구단주가 되는 게 최종 목표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했다.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없었다. 김 대표가 은퇴 전후로 해설, 행정가, 경영 등 여러 방면에 뛰어든 건 결과적으로 구단주가 되기 위한 역량을 키우기 위함이었다. 유튜브 등 SNS 활동과 방송 출연도 결과적으로 구단주가 익혀두면 좋은 일들이었다.


"저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정해져 있어요. 구단주가 되는 게 목표였고 지금도 그 목표를 위해서 달리고 있어요. 해설도 하고, 경영도 하고, 행정도 하고 있는 이유가 구단주가 되기 위해서예요."


올해 3월 축구협회는 2027년까지 승강제를 아마추어리그인 K7까지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프로리그인 K리그1과 K리그2, 세미프로리그인 K3리그와 K4리그, 아마추어리그인 K5리그부터 K7리그까지를 하나로 묶는 대형 프로젝트다. 계층별 이동이 가능해지면서 프로 혹은 세미프로 진입을 목표하는 구단도 많아질 전망이다. 김 대표는 이 지점을 노린다.


"앞으로는 가능성이 좀 더 열리지 않을까 생각해요. 예전에는 구단주가 되려면 돈을 많이 벌었어야 했어요. 매년 150억, 200억 원 쓸 수 있어야만 했죠.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K4, K3리그 유지할 수 있는 정도면 돼요. 그리고 승강제가 성립되는 2027년쯤이면 경영에 대한 걸 더 잘 알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어요."


물론 구단주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선수 시절부터 꾸준히 고난을 견디고 이겨낸 자신의 힘을 믿는다. 축구 선수로서 대학 진학에 실패한 뒤 실업팀에서 남들 시선에 상관없이 꾸준히 축구를 할 수 있던 원동력도 바로 그러한 믿음 덕분이었다.


"구단주가 되는 건 당연히 어려울 거예요. 그런데 확률적으로 얘기하면 선수 시절이 더 희박했어요. 직장팀에 있을 때 제가 줄넘기를 하고 있으면 왜 일 안 하고 운동하냐고 물어요. 그래서 프로팀 간다고 하면 다 '미친놈'이라고 했어요. 직장팀에서 프로팀을 갈 확률은 100만분의 1보다 낮을 거예요. 그에 비하면 지금 제가 가진 여건에서 구단주가 될 확률은 100분의 1보다도 높을 걸요. 구단주가 되기 위해 달리고 있습니다. 지금 계획은 60살 전에 K3리그든 K4리그든 인수를 하고 싶어요. 직접 만들자는 생각도 있어요. 굳이 인수할 필요가 없죠. 제가 만들면 되니까."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강원FC 제공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