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L.1st] 두 지략가의 치열한 전술싸움, '김민재 실수'에 앞서 안첼로티 승부수 있었다

김정용 기자 2024. 5. 1.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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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니시우스 주니오르(왼쪽, 레알마드리드)와 김민재(바이에른뮌헨).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상대 허를 찌르기 위한 토마스 투헬 바이에른뮌헨 감독, 카를로 안첼로티 레알마드리드 감독의 전술변화가 치열하게 격돌했다. 여기에 레알 선수들이 스스로 보여준 전술적 조치까지 효과를 보면서 두 팀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1일(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2023-2024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4강 1차전을 치른 바이에른뮌헨이 레알마드리드와 2-2로 비겼다. 승부는 9일 레알 홈에서 열릴 2차전에서 갈린다.


▲ 투헬의 전반전 깜짝 배치


투헬 감독이 깜짝 배치를 꺼내는 원칙은 8강 아스널전과 똑같았다. 아스널의 공격은 오른쪽의 부카요 사카 중심이므로 바이에른은 왼쪽 수비를 강화했다. 반면 레알 공격은 왼쪽에서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와 호드리구가 주고받는 패스 및 드리블 중심이다. 이번에 바이에른은 오른쪽 수비를 강화했다.


이를 위해 두 센터백 중 커버 범위가 넓은 김민재를 오른쪽에 배치했고, 미드필더 중에서도 수비력이 좋은 콘라트 라이머를 오른쪽에 뒀다.


윙어의 경우 왼쪽 수비를 강화할 때는 풀백과 미드필더를 겸하는 하파엘 게헤이루가 조커 역할을 했지만 오른쪽에는 그런 선수가 없었다. 바이에른 주전 공격형 미드필더지만 중앙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는 수비력을 지닌 자말 무시알라가 오른쪽 윙어로 배치됐다. 무시알라가 오른쪽 측면에 배치된 건 독일 분데스리가와 UCL을 통틀어 이번 시즌 단 2번째였다. 이를 위해 자네는 주로 소화해 온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에 출장했다.


반면 카를로 안첼로티 레알 감독은 앞선 8강전에서 기습적인 포메이션 변화를 시도한 것과 달리 이번엔 평소와 같은 4-3-1-2 전형을 유지했다. 그래서 초반에는 바이에른의 구상대로 경기가 흘러갔다. 비니시우스나 호드리구가 측면에서 돌파를 시작할 공간이 허락되지 않았다. 초반 20분 동안 바이에른은 슛이 6회, 레알은 0회였다.


▲ 경기 흐름을 읽는 크로스의 클래스가 선제골로


그러나 레알 선수들은 감독이 지시한 전술만 소화하는 게 아니라 경기장 위 상황을 능동적으로 해석하고, 알아서 움직일 줄 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레알은 일단 왼쪽의 비니시우스에게 공을 주고 시작하는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는 걸 눈치챘다. 바이에른의 빈틈을 찾으며 차분하게 공을 돌렸다.


레알의 첫 슛에서 골이 터졌는데, 토니 크로스가 얼마나 지능적인 선수인지 잘 보여줬다. 크로스는 일단 바이에른 압박이 느슨한 오른쪽으로 이동해 공을 받았다. 비니시우스에게 정확한 스루패스를 찔렀다. 패스의 정확도에 앞서, 공격 패턴을 기습적으로 바꾸는 지능이 있기 때문에 나온 골이었다. 비니시우스를 일대일로 막으려 따라다니는 김민재와 후방 커버를 해줘야 하는 에릭 다이어 사이에 틈이 벌어지는 걸 놓치지 않고 준 패스가 비니시우스의 골로 마무리됐다. 경기 첫 슛으로 바로 득점했다.


▲ 안첼로티와 투헬의 측면 변화, 승자는 투헬


레알은 선제골 후 한층 안정적인 수비를 위해 대형을 바꿨다. 앞선 8강 맨체스터시티전에서 효과를 본 호드리구의 왼쪽 측면 배치로 4-4-1-1 대형을 썼다.


그러나 측면 변화에서 더 큰 효과를 본 쪽은 바이에른이었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미드필더 레온 고레츠카 대신 게헤이루를 투입했는데, 더 큰 변화는 자네와 무시알라의 좌우 배치를 바꾼 것이었다. 전반전이 측면 수비를 의식한 배치였다면 후반전에는 두 윙어가 돌파하기 편하도록 무시알라를 왼쪽에, 자네를 오른쪽에 배치했다.


이 변화가 경기를 크게 흔들었다. 후반전 초반에 자네의 돌파에 이은 왼발 득점, 무시알라의 돌파를 통한 페널티킥 획득과 해리 케인의 마무리가 나오며 바이에른이 역전했다. 레알은 원래 측면수비가 두터운 팀은 아니다. 이를 강화하려 전술변화를 줬지만 앞선 맨시티전만큼 강한 경각심으로 경기에 임하진 않았다. 자네와 무시알라가 돌파를 시작할 시공간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때 바이에른을 대표하는 축구지능의 소유자 토마스 뮐러도 보이지 않는 공헌을 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온 뮐러에 대해 방송 해설자 티에리 앙리는 "늘 센터백과 풀백 사이에 위치했다"는 점을 칭찬했다. 특히 연속득점 상황에서는 뮐러가 계속 돌파하는 선수와 같은 측면으로 이동했다. 해당 방향 레알 수비를 분산시키고, 돌파하는 선수에게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토마스 투헬 바이에른뮌헨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카를로 안첼로티 레알마드리드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호드리구(레알마드리드). 게티이미지코리아

▲ 벨링엄과 크로스 빼고 디아스, 모드리치 투입한 안첼로티 승부수 적중


바이에른이 역전한 뒤, 안첼로티 감독의 첫 조치는 수비가 불안했던 센터백 나초를 빼고 미드필더 오렐리앙 추아메니를 수비로 내리는 것이었다. 이어진 두 번째 조치가 제대로 적중했다. 크로스 대신 루카 모드리치를 넣어 같은 베테랑이면서 체력이 충분하고 더 공격적으로 뛸 수 있는 선수로 바꿨다. 또한 존재감이 적었던 벨링엄을 과감하게 빼면서 돌파력 좋고 측면 공격이 가능한 브라임 디아스를 투입했다.


이 교체가 승부를 뒤바꿨다. 이제 레알 포진은 4-3-3에 가까워졌고, 미드필더 3명 중 한껏 전진해 공격에 가담할 수 있는 모드리치도 존재했다. 비니시우스가 중앙으로 파고들고, 모드리치가 그 근처로 올라가 수비를 교란하며, 디아스는 측면에서 수비를 넓게 벌렸다. 호드리구는 완전히 스트라이커처럼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 상황을 만들어 놓고 비니시우스의 패스가 좋은 리듬에 호드리구에게 투입되면서 김민재의 수비 실수를 유발했다. 페널티킥으로 레알이 동점을 만들 수 있었다.


▲ 레알의 '한 방'은 변수가 아닌 상수


이날 바이에른의 패스 성공률은 93.7%나 됐다. 최근 9시즌을 통틀어 한 경기 최고 성공률 기록을 경신했다. 그만큼 바이에른은 홈에서 안정적이고 주도적인 경기를 의도했다. 전반전에 무시알라를 오른쪽에 둬서 안정감을 우선시하고, 후반전에 좌우 윙어를 바꾸면서 공격 템포를 올리는 조치도 다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레알은 베테랑의 경기 해석 능력으로 한 골, 안첼로티 감독의 전술 변화로 또 한 골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김민재가 막아냈다면 영웅이 될 수 있는 장면이었지만, 바이에른 수비수 개인의 실수라기보다 원포인트 공략에 성공한 레알 팀 전술의 승리였다. 투헬 감독을 비롯한 바이에른 측은 우세한 경기의 마무리만 실패했다는 취지로 이야기했지만 기대득점(xG)은 바이에른의 1.57에 비해 레알의 1.87이 오히려 더 높았다.


레알은 슛 횟수가 더 적어도 상대보다 높은 xG를 기록할 수 있는 팀이다. 이번 경기만 그런 게 아니라, 안첼로티 감독이 이끄는 레알은 UCL에서 늘 그랬다. 바이에른은 레알의 치명적인 한 방이 늘 도사리고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원정을 떠나야 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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