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부품 국산화… 민간 주도 ‘뉴스페이스’ 서막

임송수 2024. 5. 1.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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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군집위성 ‘네온샛’ 1호기 우주 궤도 안착 성공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이 초소형 군집위성 1호를 쏘아올리며 민간 주도의 우주개발, 이른바 ‘뉴스페이스’ 시대 진입을 선언했다. 학계와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국산화율을 끌어올리며 얻어낸 결과다. 한국이 뛰어든 군집위성 시장은 비용 절감, 개발 기간 축소 등 장점이 크다는 점에서 위성업계 트렌드로 떠올랐다. 다만 일정 궤도에 위성이 몰릴수록 우주 충돌 위험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에서 군집 운용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최신 트렌드는 초소형 군집 운용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산 첫 양산형 초소형 군집위성 ‘네온샛’ 1호기가 지난 24일 뉴질랜드에서 발사돼 우주 궤도에 안착했다. 군집위성은 우주 임무 수행을 위해 소형 위성 여러 대를 묶은 것이다. 특히 초소형 군집위성은 100㎏ 미만 위성으로 구성된다.

초소형 군집위성은 경량·저전력·저비용이라는 특징이 있다. 발사시장에서는 발사 비용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이에 대형 발사체에 무게가 적게 나가는 소형위성을 여러 대 탑재해 한 번에 발사하는 것이 대당 발사 비용 절감에 효과적이다. 개발 기간도 짧기 때문에 단기간 여러 대를 만들어 상황에 맞춘 빠른 대응도 가능하다. 가령 일부 위성이 고장나더라도 바로 대체 위성을 올려보내 임무를 대신할 수 있다.

작은 위성은 고성능 중대형 위성에 비해 해상도 등 성능은 떨어진다. 하지만 여러 대를 띄워 운용하면 시간적·공간적으로 촘촘한 관측이 가능해진다. 서비스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장점이 부각되며 민간 우주시장 트렌드도 초소형, 양산형, 군집 방식으로 진화했다. 2019년 ‘스페이스X’도 이런 방식으로 스타링크 위성을 쏘아 올려 현재 5000여기가 운용 중이다. 미국의 플래닛랩스, 막사르 테크놀로지 등도 수백개 위성을 띄워 지구 전체를 매시간 스캔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형 군집위성도 이 같은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다. 군집위성 1호를 포함해 2027년까지 총 11기가 모두 우주에 안착하면 한반도 전역에 대한 모자이크 영상을 얻는 데 걸리는 시간이 대폭 줄어든다. 기존에는 1대로 한반도 전체 정보를 얻는 데 약 130일이 걸렸다. 하지만 군집위성 시스템은 매일 3차례 이상 한반도를 촬영하면서 약 10일 만에 한반도 동태를 파악할 수 있다.

기술 자립 속도 낸다

이번 군집위성 발사는 국가 안보 확보를 주요 목적으로 한 것이지만 민간 우주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학계와 국내 민간 기업이 주도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위성 시스템은 카이스트와 민간기업 쎄트렉아이가 공동 개발했다. 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국내 다수 우주기업과 함께 지상 시스템, 검보정 및 활용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들 기업은 시스템과 본체, 지상 시스템, 조립·시험, 부분품 개발을 국내 독자로 수행하며 국산화를 진행해왔다. 이를 통해 위성 시스템의 국산화율을 56.9%까지 끌어올렸다. 지상시스템과 검보정 소프트웨어 등을 포함하면 국산화율은 62%에 이른다. 총 38개 부품의 국산화가 진행됐다.

국산화율이 높아진 건 이번 초소형 군집위성이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제한을 받지 않는 위성으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한국은 ITAR에 따라 한국이 개발한 발사체로 미국의 첨단 부품을 사용한 고성능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없다. 이번 초소형 군집위성은 누리호를 통해 발사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된 탓에 이 규제를 피하려면 주요 부품의 국산화가 필수였다. 과기정통부는 “국내 우주전문 제품 채용을 위해 많은 부품·장비의 국산화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현재 후발 주자인 한국에서도 위성 스타트업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를 포함해 여러 기업이 초소형 위성 수십기 이상을 양산해 군집 운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는 지난달 아시아 최초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으로부터 저궤도 비행기술 인증을 획득했다.

충돌 위험도 고조

발사체 ‘일렉트론’ 상단에 탑재된 초소형 군집위성 1호의 모습. 한국과 미국 연구원들이 지난 22일(현지시간) 탑재 작업을 마친 초소형 군집위성 1호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초소형 군집위성 1호를 실은 발사체가 지난 24일 오전 뉴질랜드 마히아 발사장에서 발사되고 있다(위부터). 로켓랩 X(옛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다만 군집위성이 트렌드로 자리잡을수록 우주 충돌 위험이 증가한다는 우려도 커진다. 네온셋 1호 발사에서도 다른 우주비행체와의 충돌 위험 때문에 발사가 24분가량 지연됐다. 지난 2월 28일에는 미국과 러시아 인공위성이 충돌할 뻔했다가 가까스로 비껴간 일이 발생했다. 펨 멜로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 부국장은 최근 정밀 조사 결과 두 위성 간 거리가 약 10m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지구 궤도에서는 위성 간 거리가 수㎞만 돼도 충돌 경계 대상이라는 점에서 10m는 초비상 상황을 뜻한다.

특히 저궤도 위성의 충돌 위험이 부각되고 있다. 저궤도 위성들은 대부분 고도 500~800㎞에 있는데 관측과 통신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최대한 낮은 궤도를 도는 게 유리하다. 수천기의 스타링크 위성들 역시 500㎞대에 몰려 있다. 500㎞ 아래로 내려오면 지구 중력의 영향을 받아 위성의 수명이 짧아진다.

실제로 스타링크 위성들이 우주 궤도에서 충돌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실시하는 회피 기동 수가 최근 급격히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2월 1일~2023년 5월 31일 스페이스X는 2만5000회 이상의 회피 기동을 수행했다. 이는 이전 같은 기간의 배로 많은 수준이다. 2019년 스페이스X가 처음 우주로 스타링크 위성을 발사한 후 지난해 상반기까지 진행한 회피 기동 수는 5만회가 넘는다. 휴 루이스 영국 사우샘프턴대 천문학과 교수는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2028년엔 100만회가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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