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쳐다만 보다가…이재명 5400자 청구서 떠안은 여당

이창훈 2024. 5. 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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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회담 이후 국민의힘이 숙제를 가득 안았다. 22대 국회에서도 거대 야당을 상대해야 할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회담에서 꺼낸 각종 특검과 특별법 등의 입법 과제를 108석으로 상대해야 한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이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날 열린 회담에 대해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서로의 생각을 확인했다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29일 대통령실에서 135분 동안 각각 3명의 참모가 배석한 가운데 처음으로 단독 회담했다.

하지만 "만났다"는 의미를 제외하면 국민의힘에선 이 대표의 태도와 민주당 반응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이 대표는 회담장에서 풀 기자단이 퇴장하기 직전 기습적으로 5400여자 분량의 원고를 15분간 읽으며 윤 대통령의 국정 기조 변화를 촉구했다. 이를 두고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윤상현), “사실상 국정을 포기하라고 협박한 것 같다”(김용태)는 지적이 나왔다. 윤 권한대행은 윤 대통령을 겨냥해 “변화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비판한 민주당을 향해 “아쉽다. 정치적인 목표가 달성되지 않았다고 평가절하하면 다음을 기대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의 태도가 기분 문제에 가깝다면, 민주당이 꺼낸 의제는 풀어야 할 난제들이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이미 거부권을 행사했거나 재정 문제 등으로 반대 입장을 밝혀온 법안들을 대거 회담 테이블에 올렸다. 민주당은 회담에서 이견을 못 좁힌 ‘채 상병 특검법’과 ‘이태원 특별법’ 등을 5월 임시국회에서 강행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권한대행은 5월 임시국회 의사일정 합의를 거부하며 “정쟁을 유발할 수 있는 법안들을 처리하겠다는 본회의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지난 1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따라 국회로 돌아온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의 편향성, ‘불송치 또는 수사 중지 사건’의 기록 열람 권한 등의 독소 조항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도 ‘선 수사 후 특검’과 편향된 특검 추천, 피의 사실 공표 가능한 브리핑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이탈표를 막기 위한 표 단속에 분주하다. 조경태ㆍ안철수ㆍ이상민 의원 등이 채 상병 특검법에 찬성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다. 기명 투표라 일부 의원이 이탈할 경우 당내 이견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유상범 의원이 당선인 총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의 부당성을 알리는 자료를 공유하는 등 특검법 반대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을 마친 뒤 악수하며 기념촬영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 대표의 ‘25만원 전 국민 민생지원금’과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요청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무리하게 재정을 풀면 국민의 물가 고통을 연장하게 될 것”(윤재옥)이라며 일관되게 반대하고 있다.
이 대표가 제안한 전세사기 특별법과 연금개혁은 재정적자를 심화할 수 있어 정부 부처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민주당이 단독으로 본회의에 직회부한 전세사기 특별법에 대해 “수조원 규모의 국민 혈세가 투입되지만, 상당액을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악성 임대인의 채무를 세금으로 대신 갚는 것과 다름없다”고 반대했다. 보건복지부도 이 대표가 처리를 독려한 국회연금개혁특위 공론화위원회의 ‘더 내고 더 받는 안’(소득대체율 50%, 보험료 13%) 에 대해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우려가 든다”고 했다.

당에선 영수회담 청구서를 두고 “정부와 야당 사이에 끼인 신세”라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한 재선 의원은 “정부도 야당도 서로 양보하지 않으니 야당을 상대할 여당은 협상할 공간이 없다”며 “22대 국회에선 더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해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매사 대통령실과 맞상대하면서 여당을 패싱하고 허수아비로 만들었다”며 “우선 여당을 국회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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