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마음의 가난

2024. 5. 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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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서 주최한 글짓기 공모전에 당선된 적이 있다.

한참 후에야 내가 물질의 가난에 허덕였던 게 아니라는 걸, 내 마음에 별빛 한 점 파고들 틈도 없었다는 걸 깨닫고 쓴 일기는 부끄러운 고백이었고 지금도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물질의 가난은 불편한 것이지만 마음의 가난은 불행한 것이다.

외적인 성취나 물질의 부족으로 정의되지 않는 마음의 가난은 소통의 결핍, 정서적 불안, 정신적 불만족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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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


서울시에서 주최한 글짓기 공모전에 당선된 적이 있다. 직장인 시절 일상의 고단함을 토로한 일기를 적어낸 것인데, 가난한 젊은이에게 뜻밖의 수익을 가져다주었다. 상장을 받고 기쁨 대신 안도의 한숨을 쉬었던 건 삼십 만원의 상금이 자취방 월세에 보태져 생계 걱정을 덜어주었기 때문이었다. 일기의 내용은 이렇다.

‘사는 동안 마음껏 가난을 누려야겠다. 모두 별이 되어서 내게 오려는데 이리 속이 가득 차서야 껴안아 맞을 수가 없으니. 차가 없어 갈 수 없는 곳과 두 다리가 있어 갈 수 있는 곳을 비교하며 편의와 축복을 저울질했다. 양화대교 위 줄지어 선 빨간 후미등에 피로를 호소하며 멀미를 했다. 한강마저 노랗게 물들인 노을을 버스 창가에 두고…….’

그때 내 마음은 자책과 불안, 초조함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노력했으나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것만 같았고 세상은 절대 문을 열어주지 않는 철옹성처럼 느껴졌다.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은 점점 부풀어 올라 삶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게 두 눈을 가렸다. 한참 후에야 내가 물질의 가난에 허덕였던 게 아니라는 걸, 내 마음에 별빛 한 점 파고들 틈도 없었다는 걸 깨닫고 쓴 일기는 부끄러운 고백이었고 지금도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물질의 가난은 불편한 것이지만 마음의 가난은 불행한 것이다. 외적인 성취나 물질의 부족으로 정의되지 않는 마음의 가난은 소통의 결핍, 정서적 불안, 정신적 불만족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이 말에는 얼마든지 부유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숨어 있다.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이해와 포용, 감사와 겸허의 태도로 삶을 바라보면 마음에는 풍요가 깃든다. 마음의 가난을 비워내는 과정은 쉽지 않지만 살아가며 얻는 배움도 가난으로 채워진 마음을 비워내야 가능하다. 삶의 아름다움은 우리 마음에 따라 달리 빚어진다.

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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