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반유대주의와 반이스라엘

고세욱 2024. 5. 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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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큰 가치로 여기는 표현의 자유에도 묵시적 금기가 있다.

어느덧 '반유대주의=반이스라엘'이 됐다.

지난 18일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시작돼 미 전역과 유럽으로까지 번진 반전·반이스라엘 시위는 그래서 이례적이다.

반이스라엘이지 반유대주의가 아니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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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세욱 논설위원


서구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큰 가치로 여기는 표현의 자유에도 묵시적 금기가 있다. 미국, 유럽에서는 반유대주의가 첫손에 꼽힌다. 스포츠 선수들이 승리 세리머니로 나치식 경례를 했다간 출전 금지는 기본이고, 팀에서 퇴출되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1998년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전선의 지도자 장 마리 르펜은 반유대인 발언을 하다 유럽의회로부터 면책특권을 박탈당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반유대주의 음모론을 주장하는 X(옛 트위터) 글에 동조하는 듯한 답글을 달았다가 대기업들이 광고를 중단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을 적극 막지 못한 데 대한 부채의식 때문일 것이다. 이는 종전 후 세워진 유대 국가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 지원과 맥을 같이 한다. 특히 유대인이 정치 경제 주류인 미국의 애정과 관심은 유별나다. 미국은 세계 인구의 900분의 1정도인 이스라엘에 대외 원조의 약 20%를 쏟아붓는다. 유엔 등에서 미국 외교의 이중잣대 논란이 불거질 경우 십중팔구 이스라엘 문제 때문으로 보면 된다. 어느덧 ‘반유대주의=반이스라엘’이 됐다. 이스라엘이 4차례 중동전에서 영토를 빼앗고 팔레스타인 탄압을 일삼아도 별 제재가 없는 이유다.

지난 18일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시작돼 미 전역과 유럽으로까지 번진 반전·반이스라엘 시위는 그래서 이례적이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직후와도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텐트 농성, 학내 행진 등 비폭력 시위에 공권력이 투입되고 미국에서만 1000명가량의 학생들이 연행돼 과거 베트남전 반대 시위를 연상케 한다. 무슨 짓을 해도 면책되다시피 한 이스라엘의 행태가 임계점을 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처음에는 전쟁의 피해를 봤지만 압도적 군사력으로 팔레스타인 사망자가 3만5000명에 달하자 여론이 돌아섰다. 인상적인 것은 시위대의 구호다. 반이스라엘이지 반유대주의가 아니라 외친다. 20세기 서구가 쌓은 금기는 과연 무너질 것인가.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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