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아침에 해고? 이건 막아달라"... 아파트경비·캐셔가 국회 간 까닭

김성욱 2024. 4. 30. 18:3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원청이 용역업체를 바꾸더라도 기존에 일하던 하청 노동자들의 고용이 유지될 수 있도록 법을 손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를 해고하려면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지만, 하청·용역업체 등을 통해 간접고용 하는 경우 도급업체를 변경해 노동자들을 '계약해지' 하는 방식으로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입법 토론회서 전문가들 한목소리 "용역업체 변경시 하청 노동자 고용승계, 법으로 보장해야"

[김성욱 기자]

 30일 국회에서 정의당과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주최로 '용역업체 변경 시 근로관계 승계 입법토론회'가 열렸다.
ⓒ 김성욱
 
"평택에 있는 삼성아파트에서 3년 넘게 일했는데… 근로조건이 너무 열악해서 소문을 듣고 노조에 가입했더니 작년 12월에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한여름에 선풍기 하나도 없는 휴게실에서 밤을 버텨야 했다. 지금 아파트 경비원들은 3개월 단위 계약을 하는데, 우리들끼리 '노예계약'이라고 한다. 3개월마다 해고당할 수 있고, 퇴직금이나 연차수당도 못 받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 업체, 저 업체를 떠돌아다니는 철새다." - 아파트 경비 간접고용노동자 류광은씨

"작년 8월까지 2년 넘게 캐셔 일을 했는데 갑자기 새로운 용역업체가 들어오면서 실업자로 전락했다. 지배인에게 '그동안 수고했어요. 앞으로 잘해볼게요' 문자 하나 받았다. '절 해고한다는 문자냐'고 물었지만 돌아온 답장은 '해고가 아니라 새로운 고용이 되지 않은 것'이라고…" - 군산 미군기지 캐셔 간접고용 노동자 이수영씨

"음식물 쓰레기와 생활폐기물을 처리하는 시설인 전주 리싸이클링타운에서 일하던 노동자들 11명이 올해 새해 벽두에 집단 해고됐다. 8년 동안 누구보다 땀 흘리며 전문가가 되기 위해 악취와 음식물을 온몸에 뒤집어 써가면 헌신한 일터인데, 왜 하루 아침에 쫓겨나야 하나." - 리싸이클링타운 간접고용 노동자 이태성씨

"회사는 퇴직금 안 주려고 일부러 1년 미만 쪼개기 계약을 했다. 노조에 가입하자 더 심해졌다. 올해 초 부산관광공사는 관객이 더 늘어날 거라고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원을 포함해 7명을 해고했다. 고용승계가 법적으로 보장된다면 저같은 피해자가 더 나오지 않을 것이다." - 태종대 다누비열차 부산관광공사 간접고용 노동자 박춘열씨

원청이 용역업체를 바꾸더라도 기존에 일하던 하청 노동자들의 고용이 유지될 수 있도록 법을 손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를 해고하려면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지만, 하청·용역업체 등을 통해 간접고용 하는 경우 도급업체를 변경해 노동자들을 '계약해지' 하는 방식으로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다. 그간 원청은 이런 허점을 악용해 노조에 가입하거나 눈밖에 난 노동자들을 솎아냈다. 보호가 필요한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해고에 더 취약한 것이다.
  
전문가들 "더이상 간접고용 고용승계 문제 방치 안돼… 입법해야"
  
 30일 국회에서 정의당과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주최로 '용역업체 변경 시 근로관계 승계 입법토론회'가 열렸다.
ⓒ 김성욱
 
30일 국회에서 정의당과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주최로 '용역업체 변경 시 근로관계 승계 입법토론회'가 열렸다.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도급 사업 이전에 따른 해고의 제한' 조항을 두자는 것이다. 현 국회에는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각각 발의한 비슷한 법안들(사업이전에서의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이 있지만, 입법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박귀천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간접고용의 폐해 중 특히 용역업체 변경 시 근로관계의 승계 문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입법돼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아직까지 해결이 안됐다"라며 "그동안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에서 '고용승계기대권' 등 어떻게든 해석론을 통해 의미 있는 법리를 만들긴 했지만, 더 이상 상황에 따라 달리 적용되는 판례와 법관 개인의 양심에만 이 문제를 기대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제는 입법을 통해 바탕을 마련할 때"라며 "그렇지 않다면 근로자 입장에서 앞으로도 계속 대법원까지 6~7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유럽에서는 통상적인 용역이 아니라 하청에 재하청을 여러 번 한 경우에도 원래 일하던 노동자들의 근로관계가 승계될 수 있는 쪽으로 해석이 나오고 있다"라며 "독일에서는 신업체와 구업체 사이에 명시적 계약이 없더라도 근로자 입장에서 '사업 이전'이라면 고용관계도 이전해야 한다는 식으로 해석한다"고 했다.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의 하은성 노무사는 "간접고용이란 결국 직접고용을 회피하면서 자의적으로 해고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노조가 없는) 미조직 사업장의 경우 특히나 노동자가 본인을 보호하기 힘들다"고 했다. 박정준 노무사 역시 "노동자의 고용승계 기대권을 보장하는 확실한 근거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법에 고용승계 기대권을 명시하고, 사측에서 이를 거부하려면 정당한 이유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고 했다.

정의당은 양경규 의원 대표발의로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는 법안을 낼 예정이지만, 21대 국회 임기가 한달 밖에 남지 않아 사실상 다음 국회를 기약해야 하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경비원 숨진 강남 아파트, 이번엔 44명 해고... "내 인생 마지막 직업인데" https://omn.kr/2725d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