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주부 김건희 민망해서"... '정치심의' 류희림-백선기의 충성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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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호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제144차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안건에 오른 MBC <스트레이트>(2024/2/25) |
ⓒ 민주언론시민연합 |
'윤석열-김건희 대통령 부부를 비판한 방송사는 무조건 중징계'.
윤석열 정권에 대한 스승과 제자의 충성 경쟁이 가관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 류희림)와 제22대국회의원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 위원장 백선기) 얘기다. 백선기 위원장은 류희림 위원장의 성균관대 박사 과정 지도교수였다. 두 위원회 수장들은 윤석열-김건희를 비판한 방송에 최고수위 징계를 강행하면서 방송사들에게 일종의 '보도지침'을 내리고 있다.
오전엔 백선기, 오후엔 류희림... 방송사 무더기 징계
방심위 전체회의와 선방위가 동시에 열린 지난 29일은 사제간 충성경쟁이 가장 낯뜨겁게 벌어진 날이었다. 이날 오전 선방위 회의에선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을 보도한 MBC TV <스트레이트>에 대해 '관계자 징계'가 결정됐다. 법정제재인 관계자 징계는 선방위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위 징계로, 방송사 재승인 심사에서 감점을 받게 된다.
최재영 목사가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주는 모습을 공개하고,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을 다룬 내용이 문제가 됐다. 총 8명 선방위원 중에서 백선기 위원장을 포함한 5명이 관계자 징계 의견을 냈다. 그 과정에서 최철호 위원은 "가정주부 입장에서는 아버지와 인연을 강조하니 민망해서 받은 것"이라고 김 여사를 옹호하기도 했다.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오후에는 방심위 전체회의가 열렸다. 류희림 위원장 주재로 진행된 전체회의에선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비판한 방송 5건에 대해 모두 중징계가 결정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언급한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2023년 10월 31일), 한일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일장기에만 예를 표했다고 말한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2023년 3월 16~17일),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수사무마 의혹 보도를 중징계한 방심위를 비판한 MBC 뉴스데스크(2023년 11월 13일), '바이든-날리면' 1심 판결을 비판한 MBC 뉴스데스크(1월12일)가 모두 법정제재(주의)를 받았다. 김건희 여사와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가 주가조작으로 22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보도한 YTN <이브닝 뉴스, 뉴스나이트>는 이보다 수위가 높은 '경고'가 결정됐다.
이례적 효력정지 인용... 법원서 제동걸린 언론 제재
하지만 선방위와 방심위의 중징계는 연일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1일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방송분(2023년 12월 13일, 20일~26일, 27일)의 선방위 법정제재 3건에 대해 MBC의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였고, 26일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2023년 12월 27일)에 내린 법정제재도 효력정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본안소송인 행정처분취소소송 결정이 나기 전까지 선방위의 행정처분 효력은 발생하지 않는다.
방심위도 비슷한 상황이다. 방심위가 최고수위 징계인 과징금을 의결한 윤석열 대통령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보도도 연달아 효력이 정지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3월 21일 KBS에 대한 과징금(3000만 원) 행정처분의 집행을 정지한 것을 비롯해, MBC <뉴스데스크>와 <PD수첩>에 내려진 과징금 총 6000만 원과 JTBC <뉴스룸>에 대한 과징금 총 3000만 원, YTN <뉴스가 있는 저녁>에 대한 과징금 2000만 원 처분도 집행정지했다.
법원은 행정처분 집행정지를 매우 보수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법조계는 잇단 효력정지 인용을 매우 이례적으로 보고있다. 이는 두 위원회의 징계가 본안 소송에서 패소할 확률이 높다는 관측으로도 이어진다.
무리한 정치 심의로 위원회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지난 18일 선방위 의견진술에 참석한 박범수 MBC뉴스룸센터장은 백 위원장 등 위원들 앞에서 "과잉심의이자 표적탄압"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동안 방송사 측 관계자들이 발언에 신중을 기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같은 직격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전국언론노동조합 CBS지부도 지난 22일 성명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을 조롱했다며 법정제재한 선방위를 향해 "아예 (윤석열 대통령을) '최고존엄'이라고 호칭하는 게 어떤가"라고 일갈했다.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 지난 2023년 12월 11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백선기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전달하고 있다. 백선기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명예교수는 류희림 위원장 박사 학위 논문 지도교수다. |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
지난 29일 선방위 과잉 징계로 업무방해 피해를 봤다며 MBC, CBS, YTN와 언론노조는 서울남부지검에 백선기 위원장 등 선방위원 5명을 고발했다. '민원사주'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류희림 위원장도 경찰 수사와 권익위 조사를 앞두고 있다.
앞으로 두 위원장들이 임기를 마치고 무탈할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최근 한 정치권 인사는 "류희림은 버리기 가장 좋은 카드"라고 평했다. 총선에서 기록적인 패배를 하고 수세에 몰린 윤석열 대통령이 국면 전환과 야당 협치 카드로 '류희림 해촉'을 빼들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대통령 입장에서 볼 때, 김 여사와 채 상병 특검 등과는 달리 '류희림 위원장 해촉'은 정치적으로 큰 부담도 없다.
이재명 대표가 영수회담에서 '방심위 편파 운영'을 지적하자 윤 대통령이 잘 모른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두 사람의 '충성경쟁'의 끝은 어디일까. 두 사람은 전두환 정권 시절 허문도 등에 비견될 정도로 대한민국 언론자유 탄압의 장본인으로 역사에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백선기 위원장 임기는 오는 5월 10일까지이며, 류희림 위원장은 오는 7월에 임기 만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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