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참지 못하는 우리 아이, 어쩌죠? [이정민의 ‘내 마음의 건강검진’⑨]

데스크 2024. 4. 3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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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좌절 상황에서 경험하는 감정’이라고 한다. 특히 영유아기 때 보이는 분노는 보통 배고픔과 같은 욕구가 해결되지 않았을 때 매우 격렬하게 나타난다. 그리고 이럴 때 부모님들은 무척 당황하지만, 어떻게든 아이의 욕구를 찾아 해결해서 아이를 잠재운다. 또 보통은 연령이 올라감에 따라 분노는 점차 사그라든다.

그런데 종종 센터에는 ‘여전히 화를 참기 어려워해요’라는 주호소로 내원하는 아이들이 있다. 게임에서 질 것 같은 상황,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하는 상황 등이 오면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거나 발을 구르는 등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왜 그럴까? 어떻게 해주면 좋을까? 아래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다.

www.canva.com

(아래는 가상의 사례입니다)

화를 참지 못하는 우리 아이, 어쩌죠?

5살인 A는 평소 다정하고 배려를 잘하는 성격의 남자아이다. 친구에게 양보도 곧잘 하는 편이고, 집에서 엄마에게 애정 표현도 많이 하는 사랑스러운 아이다. 하지만 화가 났을 때는 누구도 어쩌지 못할 정도로 화를 낸다. 특히 다 같이 하는 놀이에서 졌을 때나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게임 등을 못하게 했을 때 크게 분노한다. 그럴 때 아이는 짜증스럽게 소리를 치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부모님에게 막말하기도 한다. 전에는 주로 집에서만 화를 많이 내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친구들한테도 화를 내기 시작하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나름대로 일관된 훈육을 하려고 하지만 부모님도 사람인지라 자꾸 지치기만 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A의 타고난 기질이나 현재 마음 상태, 부모님의 성향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자 종합심리검사를 실시하였다. 심리검사 결과를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자신이 원하는 바가 명확하지만, 아직 ‘협상’은 아직 어려운 아이. 사실은 부모도 ‘고집쟁이’

검사 결과, A의 지능은 평균 수준으로 평가된다. 특히 언어적 유창성이 ‘평균상-우수’ 수준으로 평가되는바,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명확하고 유창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A는 기질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바가 명확한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때로는 규칙을 살짝 어겨서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야만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애정욕구 또한 높아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자 노력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내가 원하는 것’이 생겼을 때는 그 욕구가 더욱 클 수 있겠다. 그리고 A는 아직 좌절에 대한 인내력을 기르는 것이 익숙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분노는 그 좌절을 견디는 ‘미숙한’ 방식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부모님 검사 결과, 어머니가 A와 비슷하게 자기 욕구가 강하고 유연한 대처가 다소 어려운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평소 아이에게 풍부한 애정을 줄 수 있지만, 나름대로 ‘이상적인’ 양육하려 할 때 아이의 상황이나 마음을 배려하지 못한 채 훈육이나 지시를 위주로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겠다. 아울러 아이는 가족화검사 상 어머니를 가장 먼저, 가장 크게 그리고 자신은 맨 마지막에 가장 작게 그려내었다. 가정 내에서 어머니가 가장 권위를 가지고 있으며, 반대로 A 자신의 의견은 크게 받아들여지지 못한다고 여길 소지가 엿보인다. 그래서 더욱 자신의 욕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듯한 상황에 민감할 수 있겠다.

아버지의 경우, 다소 내향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아울러 때로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데, 이것이 양육태도에서도 나타나 다소 비일관적인 훈육태도를 보였을 수 있겠다. 또한 바쁜 직업적 상황 등으로 인해 적극적인 훈육이나 중재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검사자 제안: 평소 아이의 입장을 고려한 후 결정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미숙하게나마 행동을 조절하려는 아이의 노력을 인정해 주기.

우선 어머니는 일관적인 훈육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문제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양육관이 명확하기 때문에 ‘올바른 태도’에 대해 가이드를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때때로 ‘조율’을 하려는 모습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잘 뜯어 보면, A가 ‘모든 순간에’ 화를 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이 나름대로 자신의 욕구를 참으면서 어머니의 훈육에 우선 따라가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상황들이 언제 있을지 어머니 본인이 자신의 양육 상황을 먼저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꼭 매 순간은 아니더라도, 아이의 의견을 먼저 물어보고 조율하려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도움 될 것이다.

또한 아이 스스로 ‘분노를 조절했다’, 혹은 ‘전보다 나아졌다’고 느끼게끔 도와주는 과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A의 경우 ‘화가 났을 때 “화가 나요”라는 말로 표현 하기’라는 규칙을 제시하더라도 패배하는 상황이나 제지당하는 상황과 같이 아이에게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는 이를 지키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말로 표현하려 하다가도 눈물을 보일 수도, 또다시 발을 구를 수도 있다. 이럴 때 ‘또 그러지!’ 하고 훈육하기보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게 기다려준 후, ‘규칙을 지키려고 노력하느라 수고했다’, ‘나름대로 참으려고 하는 모습을 봤다’, ‘하지만 다음에는 좀 더 잘 할 수 있으니 노력해 보자’고 독려해 주는 과정이 도움 될 수 있다. 그리고 아이가 좀 더 규칙을 잘 지킬 수 있는 방법(ex. 잠시 다른 방에 가서 분노를 삭히고 오기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는 자세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부모님이 이러한 태도를 보일 때, 아이는 부모님이 자신을 무작정 제지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는 것이라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정민 임상심리사 ljmin09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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