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자산가 수익률, 일반 투자자보다 높았다

이광수 2024. 4. 30.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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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NH투자증권에 집계 의뢰
게티이미지뱅크


보수적으로 투자 종목을 선정하는 것으로 알려진 고액자산가들이 올해 일반 개인 투자자보다 더 높은 투자 수익률을 기록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일반 투자자와 마찬가지로 반도체와 이차전지, 바이오 섹터 등에 투자했다. 다만 여러 반도체 주식에 투자해 수익률을 극대화했고, 같은 업종 내에서도 실적 전망이 어두운 종목은 피하면서 더 우수한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30일 국민일보가 NH투자증권에 의뢰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4일 기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고액자산가의 올해 국내 외 주식 투자 수익률(각 매수 상위 20개 종목 단순 평균)은 21.45%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금융자산 100만원 이상의 일반 투자자는 9.41%의 성적을 냈다.

자산가는 실적 확실한 종목 샀다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증시 기준 투자 업종만 놓고 보면 자산가와 일반 투자자와의 차이가 없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바이오, IT 등으로 유사하고,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이 삼성전자(연초 이후 수익률 0.13%)인 것도 같다. 단 2개의 종목이 이들의 수익률 성패를 갈랐다. 일반 투자자는 LG에너지솔루션( 9.94%) 등 지난해 잘 나갔던 이차전지주를 올해도 그대로 매수했다. 그러면서 올해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의 수혜주인 한미반도체(131.12%)를 의미 있게 사지 못한 것이 차이를 벌렸다.

자산가는 이익이 둔화하는 종목을 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수요 성장세 둔화 영향이 반영돼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57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75.2% 감소했다. 또 일반 투자자는 대한항공(-13.18%)을, 자산가는 삼성바이오로직스(3.95%)를 사면서 수익률 차이가 발생했다.

자산가와 일반 투자자의 수익률을 가른 것은 해외주식이다. 자산가들은 엔비디아(66.44%)뿐만 아니라 슈퍼마이크로컴퓨터(168.02%) TSMC(28.30%) 마이크론(31.78%) 등에 투자하며 AI 반도체 업황 성장 수혜를 누렸다. 일반 투자자 투자 상위 종목을 보면 엔비디아는 있지만 AI 반도체 생태계에 포함된 다른 종목은 빠져있다.

자산가들은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A(13.37%) B(14.60%)에 투자하면서 변동성을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로 전환된 쿠팡(40.33%)도 비중 있게 투자했다. 쿠팡은 최근 유료 멤버십 월 회비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대폭 인상해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원성을 들었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이익률 개선 기대감이 커지며 주가는 상승했다.

일반 투자자는 자산가들이 투자하지 않은 양자 컴퓨터 기업 아이온큐(-45.67%)에 투자했다. 아이온큐는 한국인 김정상 듀크대 교수가 공동 설립한 곳으로 국내 투자자들에게 알려졌다. 특히 유튜브 등에서도 소개되며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유독 인기를 끌었다. 양자 컴퓨터는 기존 슈퍼컴퓨터가 해결하기 어려웠던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아직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은 없다. 아이온큐는 기술 개발 스타트업인 만큼 적자 기업이다. 지난해 약 750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실적이 확실한 종목을 좋아하는 자산가의 투자 성향과 맞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시점에서 양자컴퓨터 산업은 지금 당장 투자로 접근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며 “기술이 조금 더 성숙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투자자 수익률은 금리가 관건

일반 투자자 수익률이 지금보다 높아지기 위해서는 미국의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 자산가보다 더 다양한 미국 장기채 투자 ETF에 투자했고, 리얼티인컴(-7.02%)과 같은 상업용 부동산 리츠(REITs)에도 투자해서다.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이 상승하고, 부동산 공실은 줄어들어 이들 종목 수익률이 지금보다 개선될 수 있다.

다만 전망은 밝지 않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오랫동안 유지되는 탓에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뒤로 밀려나고 있어서다. 시장은 당초 올해 세 번 금리 인하를 예상했지만 잡히지 않은 물가 때문에 올해는 금리 인하가 아예 없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가장 최근 지표인 미국 3월 개인소비지출(PCE)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상승해 시장 전망치(2.6%)를 웃돌았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은 2.8%로 집계돼 마찬가지로 전망치(2.7%)보다 높아 첫 번째 금리 인하를 어렵게 하고 있다. 연준이 목표로 한 근원 PCE는 2.0%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들은 내달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을 97.6%로 보고 있다. 동결 가능성이 50% 아래로 내려가는 때는 9월(42.6%)이 되어서다. 불과 한 달 전에는 9월 금리 동결 가능성이 6.5%에 그쳤다는 점에서 시장이 빠르게 비관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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