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삼 목사의 신앙으로 세상 읽기] 크밍아웃

2024. 4. 30.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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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아웃(coming-out)'이라는 말의 일반적인 의미는 어려움을 감수하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는 행동을 뜻한다.

성 소수자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히는 일이 쉽지 않았던 시기에 커밍아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젊은 여성이 숨겨왔던 자신의 삶을 공개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모험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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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아웃(coming-out)’이라는 말의 일반적인 의미는 어려움을 감수하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는 행동을 뜻한다. 성 소수자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히는 일이 쉽지 않았던 시기에 커밍아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커밍아웃이라는 말의 유래는 여성들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쉽지 않았던 시대에 ‘커밍 아웃 오브 더 클로짓’(Coming out of the closet·벽장 속에서 나오다)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었다. 젊은 여성이 숨겨왔던 자신의 삶을 공개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모험적인 일이다. 이로 인해 지탄을 받거나 손해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으니 커밍아웃은 용기가 필요한 행동임에 틀림이 없다.

요즘 유행하는 말 가운데 ‘크밍아웃’이라는 말이 있다. ‘크리스천’과 ‘커밍아웃’이 결합돼 크리스천임을 공적으로 드러내는 행동이라는 뜻이다. 요즘 같은 반교회적 상황 속에서 크리스천임을 드러내는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한 한편, 성 소수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만큼이나 용기 있는 행동으로 인식돼야 하는 것이 또한 씁쓸하다.

여기서 한 가지 물어봐야 할 것이 있다. 왜 크리스천이 세상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을 어려워하게 됐을까. 단순히 크리스천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인해 세상에서 고난과 핍박을 받기 때문이라는 이유는 타당하지 않다. 요한복음 9장에 보면 예수님이 실로암에서 맹인을 고치신 일로 인해 유대인들에게 핍박당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심지어 유대인들은 예수를 그리스도라 시인하는 이들을 출교하기로 결심했고, 요한복음 9장 28절에 보면 “그들이 욕하여 이르되 너는 그의 제자이나 우리는 모세의 제자라”라는 구절이 나온다.

예수님의 제자로 산다는 것은 2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세상으로부터 욕을 먹는 일인 듯하다. 그러니 우리가 세상으로부터 욕을 먹거나 핍박당하는 것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중요한 것은 욕먹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느냐 부끄러워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크밍아웃’은 크리스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 자랑스럽고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때 어떤 핍박과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인도 선교사로 헌신했던 스탠리 존스의 저서 ‘인도의 길을 걷고 있는 예수’를 보면 인도 사람들이 ‘기독교인’과 ‘기독교적인 사람’을 구별해 생각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당시 인도는 영국의 식민지였고 인도에 기독교가 전해질 무렵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은 자신들을 학살하거나 억압했던 영국 사람이 된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기독교인이 된다는 말을 듣는 것이 당연히 불쾌한 일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기독교적인 사람’을 ‘기독교인’과 구별해 생각하는 지혜를 가지고 있었다. ‘기독교적인 사람’은 진짜 예수를 닮은 사람을 의미했기에, 기독교적인 사람이 된다는 것은 아주 명예로운 일로 여겨졌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많이 실추됐던 교회와 크리스천의 이미지가 조금씩 변해 가는 것을 느끼고 있다. 자신이 그리스도인임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들로 인해 크리스천임을 드러내기 주저했던 청년들이 여기저기서 SNS를 통해 ‘크밍아웃 챌린지’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이 있다. 크밍아웃이 기독교인임을 드러내는 것인지 기독교적인 사람임을 드러내는 것인지 분명히 하면 좋겠다. 크밍아웃이 그저 그런 ‘교회사람’임을 드러내는 것이라면 또다시 세상에서 손가락질을 받을 것이다. 가장 마음 아픈 것이 그저 그런 크밍아웃으로 인해 우리가 믿고 전하는 예수님도 그저 그렇게 치부되는 것이다. 진정한 크밍아웃은 말이 아닌 행동이다. 예수를 닮아 기독교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이다.

(만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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