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멕시코 대선의 핫 이슈, 물 부족
라틴아메리카의 강국 멕시코 정가에 보기 드문 인물들의 경쟁과 함께 새로운 화두가 등장하고 있다. 멕시코에선 오는 6월 2일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을 포함해 2만 명 넘는 선출직을 뽑는 총선거가 실시될 예정이다. 1824년 연방정부 수립 이후 가장 판이 큰 선거다. 그중에서도 단연 관심이 쏠리는 자리는 대통령직이다. 특히 올해는 멕시코 역사상 최초로 유력한 후보 두 사람 모두 60대 여성이라는 점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두 여성 정치인은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집권 좌파 국가재건운동(모르나)당의 후보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2) 전 멕시코시티 시장과 우파 야당 연합체인 광역전선의 통합 후보 소치틀 갈베스(61) 전 상원의원. 이들은 비슷한 나이 외에도 이공계 출신이라는 점, 무엇보다 환경 문제에 적극적으로 맞서겠다는 공약 때문에 주목받고 있다.
멕시코는 경제·마약·치안 등 복잡다단한 문제들로 골치를 앓고 있지만 고질적인 물 부족사태는 이제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어버렸다. 엘니뇨 현상으로 강수량이 줄어 십 년 넘게 계속된 가뭄은 현재 최악의 상태이다. 국토의 80%가 가뭄에 허덕이며 전국 저수지의 저수량은 40%대로 줄었고 주민들은 시도 때도 없는 단수에 고통받고 있다. 상황이 최악인 동남부 치아파스주 주민들은 세계에서 코카콜라를 가장 많이 마신다는 오명까지 얻었다. 마실 물이 부족하다 보니 주민들은 물 대신 지역 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코카콜라로 갈증을 해소하며 심지어 아기에게도 콜라 젖병을 물린다고 한다. 끔찍한 일이다.
이런 물 부족 사태에 대응하고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공로로 2007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셰인바움 후보는 지속가능한 물 활용 30년 계획을 갖고 나왔다. 정부뿐 아니라 농업·산업·서비스업 등 모든 분야에서 총체적인 액션을 취하겠다는 공약이다.
상대편의 갈베스 후보는 셰인바움의 집권당이 지난 6년간 물 부족 사태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전국의 상수도망을 늘리고 기존의 파이프 누수 복구에 우선 힘쓰겠다고 발표했다.
1억2000만 인구의 절반이 안전한 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멕시코. 두 후보가 내놓은 방안 모두 물 부족 사태를 이른 시일 내에 해결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누가 되든 멕시코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의 탄생이 임박했다는 사실. 수많은 남성이 해결하지 못했던 이 난제를 여성의 리더십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안착히 글로벌협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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