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인선 언급 없었다” 홍보수석이 전한 ‘영수회담’ 후일담
“합의문 나오지 않았지만 큰 의미”
“의료개혁이나 여러 민생 문제에 의견 일치”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29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에 대해 “합의문이 나오지 않았지만 합의문을 낸 것만큼 의미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또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정부의 의료개혁 필요성에 공감했으며, 후임 총리 인선에 대해서는 별도의 논의가 없었다고 전했다.
회담에 배석한 이 수석은 이날 채널A에 출연해 “합의문을 만드는 것 자체보다 양쪽에서 협치 또는 정치 복원의 의지를 갖고 있느냐가 더 중요했던 것 같다”며 “의료 개혁이나 의대 증원, 여러 민생 문제에 대해 의견을 일치한 부분은 굉장히 의미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약 15분 동안 A4용지 10장 분량의 모두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는 “예상했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700일 만에 만났는데 얼마나 할 말이 많았겠느냐. 그래서 저희는 다 들어주기로 한 것”이라며 “대통령께서 이번 회동은 경청의 시간이라고 했기 때문에 제1야당 대표가 하는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민주당은 회담 이후 진행된 브리핑에서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며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발언 비율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이 85%, 이 대표가 15% 정도였다”며 “이 대표가 화두를 꺼내면 윤 대통령이 답변을 했는데, 답변이 상당히 길었다”고 말했다. 이는 영수회담 제안 당시부터 윤 대통령이 강조했던 ‘경청’이 없었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이 수석은 그러나 “대통령께서 조금 더 말씀을 많이 하실 수는 있지만, 이 대표가 모두발언에서 여러 의제를 제안했기 때문에 대통령으로서 입장을 설명했던 것”이라며 “그 부분에서 조금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 수석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비공개 회담에서 ‘협치’를 강조했다. 이 수석은 “‘협치하자, 정치 복원하자’ 이게 가장 컸다. 이번 회동의 가장 큰 정신도 협치와 소통이었다”며 “구체적으로 (윤 대통령이) 의료개혁에 대해 많은 협조를 구했고, 이 대표도 공감하면서 ‘대통령의 정책이 옳다, 협조하겠다’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모두발언에서 언급했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자제’ 등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수석은 “그 문제가 비공개회의에서 나오지는 않았다”며 “다만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관련해서는 꽤 긴 시간 대통령의 설명이 있었다”고 했다.
이 수석은 “법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 유족이나 피해자 지원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데에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며 “그러나 민간 조사위원회가 수사기관 같은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의 부분은 법리적으로나 향후 입법에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해소해 준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대통령께서) 명확히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후임 총리 인선과 관련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고 했다. 이 수석은 “저희도 혹시 야당에서 국무총리와 관련해 어떤 이야기를 할지 궁금했는데 얘기를 안 했다”며 “혹시 야당에서 김부겸 전 총리나 박영선 전 장관 같은 분이 거론돼서 그게 좀 부담스러웠나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야당이 문제를 제기했으면 얘기할 텐데 굳이 우리가 먼저 제기할 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법무수석실’이라는 명칭으로 사실상 민정수석실 부활을 검토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에도 민정수석의 여러 부작용을 감안해 법무비서관으로 대신했는데, 결국 2년 만에 민정수석 기능은 필요하다고 다시 결정하지 않았느냐”며 “그런 결정을 우리도 유의해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열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제 현안이 있을 때마다 대통령이 직접 브리핑룸으로 가서 질문과 답변을 받고 있는 만큼 기자회견을 하느냐, 안 하느냐는 뉴스가 안 될 정도로 소통을 많이 하고 있다”며 “한다고 봐도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약 2시간15분동안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720일 만에 성사된 첫 만남이다. 회담은 당초 1시간가량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의제와 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으면서 만남이 길어졌다. 차담회 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회동을 위해 대통령실은 우엉차와 한과, 과일 등을 준비했다. 우엉차를 좋아하는 이 대표의 취향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제를 정하지 않고 회담을 진행한 만큼 공동 합의문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모두 ‘소통의 시작’이라는 데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회담 직후 “답답하고 아쉬웠다”면서도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야당과의 소통·협치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평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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