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연속 ‘100대 CEO’ 김남구·서경배·정태영…‘명예의 전당’ 헌액 [CEO LOUNGE]
매경이코노미 선정 ‘100대 CEO’가 올해로 20년째를 맞았다. 제조, 서비스, 금융, 벤처 등 주요 업종 CEO가 골고루 포함된 가운데 2005년 첫해부터 한 해도 빠지지 않고 20년 연속 개근해 ‘명예의 전당’에 오른 CEO가 돋보인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정태영 현대카드·커머셜 부회장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저마다 혁신, 위기 돌파, 해외 진출에 힘쓰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CEO로 우뚝 섰다.
현대카드, ‘금융테크 기업’ 변신
‘명예의 전당’ CEO들의 공통 키워드는 혁신이다.
2003년부터 현대카드를 이끌어온 정태영 부회장은 상품·브랜딩·테크 등 전 영역에서 혁신적 행보를 선보였다. 이를 통해 업계 최하위였던 현대카드를 1000만 고객의 금융테크 기업으로 만들었다.
지난해 한국 최초로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를 도입한 현대카드는 해외 실적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카드 해외 결제액은 지난해 12월 말 누적 기준 2조7258억원으로 전년 대비 74.8% 급증했다.
정 부회장은 신용 판매뿐 아니라 건전성 관리에도 두각을 나타내는 중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현대카드의 신용카드 연체율은 0.85%로 2022년 말보다 0.14%포인트 낮아졌다. 국내 전업 카드사 중 유일한 0%대다. 신한, 삼성카드 등 다른 카드사들이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것과 대비된다.
특히 정 부회장은 카드 비즈니스에 브랜딩과 마케팅을 적극 도입해 현대카드를 ‘국내에서 가장 브랜딩 잘하는 기업’으로 안착시켰다. 또한 유명 모델 없이도 완성도 높은 광고를 선보여 광고계에도 이정표를 남겼다는 평가다. 세계 최초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비롯한 ‘뮤직·아트·쿠킹 라이브러리’와 스티비 원더, 콜드플레이 등 세계 최정상급 아티스트를 무대에 세운 ‘슈퍼콘서트 시리즈’ 역시 그의 작품이다. 신용카드에 프리미엄 문화 혜택을 결합하는 차별화된 시도로 국내 신용카드 수준을 한껏 높였다는 평가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도 혁신 경영을 통해 한국투자금융지주를 국내 대표 금융사로 키워냈다. 그는 남들과는 다른 학창 시절을 보냈다. 대학교 4학년이던 1986년 겨울, 북태평양행 명태잡이 원양어선에 오른 것은 유명한 일화다. ‘제대로 한번 사회생활 해보자’는 오기로 배 위에서 하루 18시간 넘는 중노동을 4개월간 버텼다. 여기서 자연스레 체득한 끈기와 도전 정신은 그가 항상 강조하는 말인 ‘Why Not(왜 안 되죠?)’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대학 졸업 후 동원산업 평사원으로 2년간 근무한 뒤, 일본 게이오대 경영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났다. 1991년 귀국한 그는 당시 세계 1위였던 원양어선회사 동원산업으로 복귀하는 대신 업계 6~7위에 머물던 한신증권(동원증권의 전신) 명동지점 대리로 입사했다. 이미 세계 톱클래스에 오른 회사보다는 발전 가능성과 미래 가치가 큰 증권사를 택한 것. 이후 채권, IT, 기획 등 증권업의 여러 분야 실무를 익히며 경영 수업을 받았다. 2003년 동원금융지주, 2004년 동원증권 대표를 맡았고, 이듬해인 2005년 한국투자증권 인수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브로커리지(주식중개매매)에 강한 동원증권과 자산관리 부문 강자인 한투증권의 합병은 지금까지도 국내에서 가장 성공적인 인수합병(M&A) 사례로 꼽힌다. 성과를 인정받아 2011년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2020년 회장에 올랐다.
특히 김 회장은 적절한 권한 분산으로 오너-전문경영인 체제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전문경영인에 권한의 상당 부분을 위임한 뒤 몇 년의 시간을 주고 성과에 따라 확실한 보상을 한다. 지주 차원에서 결정할 만한 대형 M&A가 아니면 사실상 믿고 맡긴다는 의미다. 덕분에 한국투자금융그룹 전문경영인은 효율성만 좇기보단 모험적인 시도로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도 적극적이라는 평가다.
[2] 위기 돌파
아모레, 코로나 악재 딛고 日 공략
오랜 기간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어떤 식으로든 위기를 맞기 마련이다. CEO의 위기 대처법에 따라 기업 앞날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명예의 전당’ CEO는 절체절명 위기를 누구보다 슬기롭게 극복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故 서성환 태평양 창업주로부터 화장품 사업을 물려받아 아모레퍼시픽을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로 키워낸 주역이다.
그럼에도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를 맞닥뜨리면서 줄곧 힘든 시기를 보냈다. 팬데믹 동안에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여행객이 급감하며 오프라인 판매 채널이 어려움을 겪었다.
서 회장은 어려워진 대내외 사업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그야말로 동분서주했다. 중국 대신 미국과 일본, 동남아 시장으로 방향키를 돌려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했다. 그 결과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매출 4조213억원, 영업이익 1520억원을 기록했다. 면세점과 중국 시장 매출 감소로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은 줄었지만 새로운 글로벌 주력 시장인 미주와 EMEA(유럽·중동 등), 일본에서 높은 성장세를 유지했다.
일례로 일본에서는 엔화 기준으로 30%가량의 매출 증가를 이뤄냈다. 라네즈와 이니스프리가 견고하게 성장하고, 헤라·에스트라 등 신규 브랜드가 성공적으로 안착한 덕분이다. 미주 지역 매출도 전년 대비 58% 늘어나는 성장세를 보였다. 립 카테고리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며 성장한 라네즈와 ‘멀티브랜드숍(MBS)’ 채널 접점을 확대한 설화수, 이니스프리가 미주 시장 성장세를 이끌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아모레퍼시픽 북미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라네즈의 경우 립케어, 크림스킨 등이 성장세를 견인하는 중이다. 핵심 플랫폼에서 라네즈와 스킨케어 브랜드 코스알엑스(COSRX) 성과를 기반으로 글로벌 브랜드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3] 해외 진출
한투, 글로벌 시장 공략 성과
정태영 부회장의 또 다른 성공 비결로 해외 진출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취임 초기였던 2004~2005년 GE캐피탈, 산탄데르, 푸본금융그룹 등 세계적인 금융사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초석을 마련했다. GE캐피탈과의 조인트벤처(JV)는 현대카드의 펀더멘털을 강화했을 뿐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글로벌화하는 데 기여해, 한국 기업 경영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JV 사례로 평가받는다.
김남구 회장이 이끄는 한국투자금융그룹은 지난해 그룹 총자산이 1년 새 10조원가량 증가해 95조9000억원까지 불어났다. 국내 정상을 넘어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한 덕분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10년 일찌감치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현지 리테일 시장을 공략한 덕분에 베트남 시장점유율이 2011년 0.6%에서 지난해 3.3%로 5배 넘게 늘었다.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와 계열사 간 시너지 제고는 김 회장이 앞세운 목표다. 브로커리지, 기업금융(IB), 자산관리, 여신 등 모든 사업에서 본사와 계열사, 해외 현지법인, 글로벌 파트너들과의 시너지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상품 서비스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리딩 파이낸셜 그룹(Global Leading Financial Group)’으로 도약한다는 포부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7호 (2024.05.01~2024.05.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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