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진 앞둔 서울대·세브란스, 환자들 불안 고조…정부 “국민 보고 개혁"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고려대의료원 등 서울 주요 대형병원이 30일 휴진에 나서기로 하면서 환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같은 병원이라도 교수마다 진료과마다 상황이 달라 환자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29일 오전 찾은 서울대·세브란스병원은 평소처럼 환자들로 붐볐다.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보호자 권모(54)씨는 “김해에서 장모님을 모시고 왔다”라며 “수술 경과가 좋아 관리만 잘하면 되는데 사직·휴진 소식에 불안하다”라고 했다. 심혈관질환을 앓는 조모(32)씨는 “(의사들이) 환자들 생각해 돌아와야 한다”라고 했다.
비슷한 시각 세브란스병원, 암병원에 백혈병 딸(2)의 항암 치료를 위해 일주일에 사흘씩 온다는 엄마 박모(43)씨는 “열이 나면 위험해 응급실에 가든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데 이렇게 하나둘 무너지고, 아이 한 명 살리기 어려워지면 어떡하지 싶다. 급한 처치는 될 거라고 믿지만, 걱정이 된다”라고 했다.
이날 자궁 근종 환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는 “30일에 진료가 예약돼 있었는데 연기하라더라. 그 날짜도 한 번 연기한 것인데 이번에는 전화로도 안 오고 단체 문자로 와서 대표 전화로 전화해 일정을 다시 조정했다. 당황스러웠다”는 글이 올라왔다. 항암 일정이 잡혀있는 환자는 "아직 병원으로부터 연락이 없다"며 갑자기 취소되진 않을까 전전긍긍했다. 세브란스병원에 다니는 한 암 환자는 “30일에 항암 예약인데 밀릴까 해서 병동에 전화했더니 못하면 원무과에서 전화가 갈 거라고 했다”라며 “아는 정보가 있으면 알려달라”고 적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교수의 자율적 선택에 따라 쉬는 것이라 정확히 알 수 없다”라면서도 “30일에 쉬는 교수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했다. 휴진 참여 교수가 많지 않을 거란 시각도 있다. 세브란스병원 한 내과 교수는 “암 환자 항암제 맞는 일정 때문에 휴진이 어렵다”라고 했다.
정부는 우려만큼 큰 공백은 없을 거로 내다보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예고된 휴진이 어느 정도 규모로 진행될 것인지 현재로써는 알기 어렵다”면서도 “걱정할 수준의 혼란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교수 자리를 완전히 대체하긴 어려워도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요 조사를 거쳐 군의관과 공보의를 추가 투입한다고 했다.
교수들 집단 행동에 대한 조처와 관련, “법적 검토를 하는 건 당연한 책무”라며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의료계를 의식한 듯 “교수들에게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건 바람직한 방법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라며 “대화와 설득을 통해 환자 곁을 지켜주도록 하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개혁은 헌법적 책무”라며 국민만 보고 의료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부는 이날 심근경색 환자 등에 하는 심장혈관 중재술(스텐트 삽입술) 보상을 확대하는 당근책도 내놨다. 기존에 심장혈관 2개에까지만 수가(의료행위 대가)를 인정했는데 앞으로는 3, 4개까지 수가를 준다. 관련 수가도 130%에서 270%까지 2배 이상 올린다. 복지부는 “4개 심장 혈관에 하는 경우 그간 2개에만 인정돼 227만원이었다면 앞으로는 463만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 일반 시술보다 1.5배 수가를 적용하는 응급 시술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6월 1일부터 적용된다.
의사 커뮤니티에선 “스텐트를 4개 박는 경우는 굉장히 희귀한 사례다.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전공의는 “수가를 올려줘도 의사들이 안 돌아온다는 소위 ‘빌드업(쌓아가는 과정)’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반면 배장환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환자의 절반 정도 되는 비상승형 심근경색 환자 시술을 응급시술로 인정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봤다.
채혜선·문상혁·남수현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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