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민희진과 하이브의 공방, 업무상 배임은 성립할까
하이브와 어도어 민희진 대표에 관한 여론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4월 22일 하이브가 민 대표 등 경영진이 경영권 탈취를 시도해 온 정황을 파악했다며 감사에 착수한 것이 계기였습니다. 하이브는 카카오톡, 회의록, 업무일지 등에서 배임행위를 인정할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민희진 대표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였습니다.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약 2시간에 걸쳐 사태에 관해 설명하고, 자신의 억울함을 강한 어조로 말하였습니다. 카카오톡에 써진 내용들도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상사나 회사에 대한 불만을 적은 것으로 어디까지나 ‘사담’에 불과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민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하이브는 반박 입장을 발표하고, 다음날 민희진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였습니다. 고발장이 제출된 이상, 이제 다툼의 향방은 배임죄가 성립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보입니다.
배임죄란 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②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③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④ 그 사무를 맡긴 자에게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배임미수는 처벌되지만, 구체적인 행동을 시작하기 전의 예비나 음모만으로는 처벌되지 않습니다.
민 대표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합니다. 어도어의 대표이사로 어도어의 사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어도어의 사무를 처리하는 것이지 어도어의 최대 주주인 하이브의 사무를 처리하는 것은 아닙니다. 때문에 하이브는 피해자가 될 수 없습니다. 하이브가 고소가 아닌 고발을 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고소는 피해자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민 대표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하였는가?’입니다.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등 구체적 상황에 따라 법률 또는 계약,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행위를 함으로써 사무를 맡긴 사람의 신임을 저버렸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발표된 정황만으로는 구체적인 임무 위배행위가 무엇인지 확인되지 않습니다. 카카오톡이나 업무일지에 쓰인 글들은 넓게 보아 예비나 음모의 증거가 될 수는 있을지언정 구체적인 배임행위라 보기 어렵습니다.
설령 민 대표가 소속 아이돌 그룹을 빼내오기 위한 시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룹 멤버들과 계약해지 단계까지 나아간 것이 아니라면 단순한 계획은 어디까지나 예비나 음모에 불과합니다. 배임죄는 예비, 음모를 처벌하지 않습니다.
민 대표나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하고, 그 결과 어도어에 손해를 입혔는지도 의문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행위가 없는 상황에서 민 대표가 얻은 재산상 이익이 무엇인지 상정하기 어렵습니다. 어도어의 기업가치가 떨어졌다고 한들, 민 대표의 재산상 이익 취득에서 비롯된 것도 아닙니다.
더구나 하이브의 주장처럼 민 대표가 외부 자본을 끌어들여 경영권을 탈취, 조금 더 정확히는 민 대표 측 우호지분을 확보하려 했더라도 외부 투자를 받는 행위가 어도어에 손해를 끼친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사실 배임죄를 처벌하는 나라는 많지 않습니다. 미국의 경우도 민사상 손해배상만 문제가 됩니다. 우리 대법원도 점차 그 범위를 축소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배임죄로 처벌하던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주기로 약속하고 다른 사람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주는 이른바 '이중저당'이나, 채무자가 부동산, 자동차 등을 담보로 내놓기로 한 뒤 이를 다른 사람에게 처분한 경우 모두를 무죄로 판단하며 판례를 변경하였습니다. 배임죄의 인정은 그만큼 쉽지 않습니다.
현재까지 상황만 보면 민 대표에게 업무상 배임이 인정될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다만 하이브는 민 대표가 대외비인 계약서를 유출했다고도 주장하는데, 사실이라면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누설죄 또는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할 여지가 남아있습니다.
민희진 대표와 하이브, 현대판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승자는 누가될까요? 앞으로의 소식들도 계속 전해드리겠습니다.
법률사무소 민하 정상현 수석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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