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살해당한 어머니, '비극'을 극복한 크리스토펙의 MLB 감동 데뷔

배중현 2024. 4. 2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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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아버지가 총으로 어머니 살해
2019년 신인 드래프트 에인절스 지명
29일 미네소타전서 MLB 데뷔 꿈 이뤄
손목에 새긴 어머니 이니셜 'D.N.K'
29일(한국시간)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홈 경기 메이저리그(MLB) 데뷔를 이룬 잭 크리스토펙. 게티이미지


'비극'을 극복한 오른손 투수 잭 크리스토펙(27)이 꿈을 이뤘다.

크리스토펙은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홈 경기 5-9로 뒤진 8회 등판, 2이닝 3피안타 2탈삼진 2실점(비자책)했다. 이날 경기에 앞서 콜업된 크리스토펙은 일사천리로 메이저리그(MLB) 데뷔까지 해냈다. 투구 내용을 떠나 의미가 큰 '등판'이었다.

오렌지 카운티 레지스터를 비롯한 현재 매체를 종합하면 크리스토펙은 2012년 12월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자택에서 어머니(도나)가 아버지(존)에게 살해당했다. 그의 나이 불과 열다섯 살에 경험한 충격적인 일이었다. 친구와 함께 야구 연습을 마치고 집으로 향한 크리스토펙은 집을 둘러싸고 있는 많은 경찰을 발견, 처음엔 불이 난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현장에 소방관이 없다는 걸 깨달았고 곧 어머니의 살해 소식을 접했다. 이날 어머니가 야구 연습장까지 데려줬기 때문에 그가 받은 충격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2011년 8월 이혼한 아버지가 어머니를 지속해서 괴롭혔으나 어린 크리스토펙은 이 사실을 잘 알지 못했다. 이혼 직후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협박성 메시지를 보냈고 스토킹하기도 했다. 혹시나 아버지가 집에 찾아오면 이웃집 친구 집으로 뛰어갈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당시 크리스토펙의 친구로 이웃집에 살았던 선수가 바로 워싱턴 내셔널스 내야수 카터 키붐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피하지 못했다. 어머니를 스토킹한 아버지가 차고로 쫓아 들어간 뒤, 차를 향해 방아쇠를 두 번이나 당겼다. 아버지는 현재 종신형을 받고 복역 중이다.



크리스토펙은 비극을 겪은 지 두 달 만에 야구를 다시 시작했다. 조지아대에 진학한 그는 선발과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그 결과 2019년 신인 드래프트 14라운드 전체 421순위로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었다. 2022년 마이너리그 상위 싱글A, 2023년 더블A에 이어 올해 트리플A까지 올라와 빅리그 데뷔가 임박했다는 평가였다.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에 따르면 크리스토펙은 콜업 소식을 접한 뒤 형과 통화했다. 두 사람은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았지만, 주마등처럼 과거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에인절스 클럽하우스에서 취재진에 둘러싸인 그는 자신의 이야기가 비극이나 고난을 겪은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펙은 "그게 100%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크리스토펙의 왼 손목에는 어머니의 이니셜인 'D.N.K'가 새겨져 있다. 그가 공을 던지는 이유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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