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붙은 쌀 한 톨보다 작은 먼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주간함양 곽영군 2024. 4. 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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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함양 삶의 현장 19] 함양읍 유차용씨 '세차처럼' 방문기

매월 첫째주, 방방곡곡 진솔한 땀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는 '체험 함양 삶의 현장'을 연재한다. <주간함양> 곽영군 기자가 함양의 치열한 노동 현장 속으로 들어가 체험하면서 직업에 대한 정보와 함께 노동의 신성한 가치를 흥미롭게 전하는 연재 코너이다. 관련 영상은 유튜브 '함양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기자말>

[주간함양 곽영군]

ⓒ 주간함양
 
"더럽혀진 자동차 이곳저곳을 세차하고 청결해진 자동차를 주인이 보고 기뻐하는 순간이 가장 보람차고 즐겁다."

사람도 땀을 흘리면 샤워 또는 목욕을 해야 하는 것처럼 자동차도 주기적으로 세차가 필요하다. 다가올 여름. 곤충의 충돌흔적과 조류 배설물, 비포장도로에서 묻은 진흙 등은 운전자들의 골칫거리다.

최근에는 셀프 세차가 성행하면서 손수 자동차를 세차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전문가의 손길만큼 세심하기 힘들고 각종의 용품을 구매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특히 음식물이 자동차 시트에 묻으면 난감하다. 이때 스팀과 같은 장비가 필요한데 개인이 구비하고 있기엔 어려워 다시 세차 전문가를 찾는다.

손세차는 일반적으로 전문가가 비용을 받고 대신 세차를 해주는 셀프 세차를 의미한다. 사람이 손으로 직접 세차를 함으로써 자동세차의 단점(흠집)을 피할 수 있으면서도 차주가 직접 하는 것이 아니니 번거러움도 없다. 셀프 세차장에서 별도의 서비스로 하는 경우도 있으며, 자동차 정비소에서 겸업으로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번 체험함양삶의현장은 함양읍 키모마트 맞은편에 위치한 유차용씨 세차장을 방문하여 그의 삶을 조명했다.

지난 23일 수요일 그가 운영하고 있는 '세차처럼'을 방문했다. 예약된 차량을 기다리고 있는 유씨는 이른 시간에도 기운이 넘쳐보였다. 이윽고 회색 중소형차량이 세차장 앞으로 들어왔다. 손님은 "자동차 바닥에 음식물을 흘렸어요. 청소 부탁해요"라고 말했다.

  손님이 떠난 후 유씨는 능숙하게 차량을 후진하여 가게 안쪽으로 자동차를 밀어 넣고 본격적인 세차 준비를 시작했다. 먼저 검은색 라텍스 장갑과 마스크를 끼고 차량 4개 문과 트렁크를 활짝 개방했다. 이어 차량 안에 남아 있는 물건을 밖으로 빼냈다.

"기자님도 알겠지만 대부분 셀프 세차장에서 본인이 직접 세차를 하게 되면 외관을 먼저 청소하고 내부를 청소하지만 이곳 세차장은 내부를 먼저 청소한 다음 외관을 청소한다."

에어건을 이용하여 차량 내부에 있는 먼지를 털었다. 구석구석 숨겨진 곳까지 에어건을 쏘면 비산하는 먼지들로 눈이 뻑뻑하다. 굉음을 내며 바람을 뱉어내는 에어건은 상당한 압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트 곳곳에 숨어있는 먼지들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뒷좌석에서 앞좌석으로 먼지를 밀어내듯 에어건을 쏘며 먼지를 몰았다. 어느 정도 먼지를 털어내고 청소기를 이용해 먼지를 흡입했다. 비산한 먼지들은 어느새 시트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유씨는 청소기 앞머리를 바닥으로 내려치며 남아 있는 먼지가 없도록 청소했다.

유씨에게 청소기를 건네받아 반대편 시트를 청소했다. 쌀 한 톨보다 작은 먼지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바닥을 내려쳐도 꿈적하지 않는다. 청소기를 내려치며 먼지를 흡입하고 있으니 유씨가 노하우를 알려준다. 유씨는 "청소기 전체를 잡고 힘을 주면 나중에 팔이 많이 아플 수 있다. 그래서 저는 젊은 사람들이 세차장을 운영하겠다고 말하면 말린다. 팔꿈치에 무리가 많이 와서 나중에 다른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니 처음 배울 때 제대로 배우는 것이 좋다. 이렇게 딱 힘 전달 할 수 있는 부위까지만 잡고 내려치면 된다"고 말하며 청소기를 뺏어갔다. 답답했던 모양이다.

곰팡이 제거는 이렇게 

오늘 청소의 핵심은 음식물로 인해 피어난 곰팡이 제거다. 이에 앞서 유씨는 곰팡이가 피어난 곳에 약품을 처리했다. 그러고는 해당 곰팡이 자국에 스팀을 이용하여 가열하고 청소기로 흡입하듯 빨아들였다. 차량 내부는 마치 화제가 난 것처럼 수증기로 가득차고 역한 냄새가 진동한다. 이내 곰팡이는 열을 견디지 못하고 흔적이 사라지고 있었다.

다음은 자동차 외관 청소다. 먼저 곤충사체와 같은 오염물을 쉽게 제거할 수 있는 약품을 차량 전반에 뿌리고 물로 씻었다. 이어 차량 세제를 자동 분무기를 이용해 뿌리고 스펀지로 닦았다. 유씨는 "위에서 밑으로 닦으면 된다"고 시범을 보였다. 곧바로 스펀지 하나를 들고 차량을 닦았다. 사방으로 튀는 거품도 잊은 채, 내 차라고 생각하며 닦았다. 참고로 지난해 4월 이후 본인 차를 세차한 기억은 없다.

"저는 손님들에게 심각한 오염이 아니면 세차장으로 바로 오지 말고 셀프 세차장에서 한 번 세차를 해보고 오시라고 추천한다."

마지막 거품을 씻어내는 과정에서 멋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유씨는 전체적으로 차량에 물을 뿌리고는 차 문을 열고 틈 사이를 물을 쏘았다. 자칫하면 물이 차 안으로 다 들어갈 수 있지만 곡예에 가까운 기술로 깨끗하게 씻는다.

차량 청소가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에 또 다른 손님이 세차장을 방문했다. 시간이 많지 않다는 손님은 차량 앞에 붙어있는 곤충 사체 제거를 부탁했고 유씨는 흔쾌히 수락해 차량 앞부분에 붙어있는 곤충을 제거했다. 세차를 마무리한 후에 손님에게 무료라고 전달했다. "오늘 세차는 무료니 그냥 가셔도 좋다"고 유씨가 말하니 미안했던 손님은 손사래를 치며 차에서 내려와 현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떠났다.

끝으로 유씨는 "원래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기에 자연스럽게 세차를 하게 된 것 같다. 세차장을 시작한지 4년도 채 되지 않는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오물이 묻은 차량이 들어와 깨끗한 모습으로 주인 품으로 돌아가면 그것 보다 보람찬 것은 없다"고 말하며 앞으로 세차장을 방문하는 고객이 조금 더 쾌적한 환경에서 운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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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뉴스 (곽영군)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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