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패턴 반복한다면, 결국 '범죄도시'도 실패한다
[김동근 기자]
*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권선징악을 원한다. 나쁜 짓을 하면 반드시 벌을 받게 된다는, 꽤나 단순 명쾌한 이야기다. 하지만 의미의 단순 명쾌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권선징악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법의 테두리를 교묘하게 벗어난 범죄자들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법의 심판이 생각보다 통쾌하게 다가오지 않는 건, 범죄자에 대한 심판이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해외에서도 이런 심리가 있는 듯하다. 영화 <이퀄라이저> 시리즈나, <존윅> 시리즈 같은 영화들이 계속 사랑받는 건, 조금 폭력적인 방법을 통해 이루어지는 복수나 처벌들이 사람들에게 통쾌함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 영화 <범죄도시4> 장면 |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영화 <범죄도시4>는 2017년에 개봉한 1편 이후 계속 선보이는 시리즈물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마석도 형사(마동석)는 관객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하는 인물이다. 언뜻 그는 조금은 무식하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범죄자를 체포하거나 처단한다. 하지만 관객들에게 악의 처단이라는 대리만족을 선사한다는 점이 이 시리즈가 이어지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시리즈는 온라인 불법 도박 관련 사건을 다뤘다. 실제 경찰 수사가 진행됐던 사건을 기반으로 재구성했다. 영화의 빌런은 백창기(김무열)와 IT천재 장동철(이동휘)이다. 백창기는 엄청난 살기로 사람들을 죽이면서 필리핀 현지에서 도박장을 관리한다. 반면 장동철은 사업가적인 기질과 프로그래머 능력을 활용해 기업을 운영하면서 사람들의 돈을 빨아들인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빌런은 백창기다. 그는 자신의 일을 방해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이야기도 들어보지 않고 일단 칼을 쑤셔 넣는다.
지난 시리즈들과 구도나 전개 방식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악한 빌런을 초반에 등장시켜 긴장감을 끌어 올리고, 마석도 형사와 그의 팀이 특정 사건을 수사하다 비런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리고 수사 과정에서 누군가가 억울하게 다치거나 죽음으로써, 마석도 형사가 범인을 꼭 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수사 중간중간 유머코드도 빼놓지 않는다.
이번 편에서는 조선족 장이수(박지환)를 다시 등장시켜 재미를 배가시켰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좁은 공간에서 최종 빌런과 마형사가 대결을 벌이는 장면을 넣는다.
▲ 영화 <범죄도시4> 장면 |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면서 똑같은 구성과 전개를 보이지만, 달라지는 것이 있다. 바로 빌런이다. 이번 시리즈에 나오는 빌런의 악랄의 악랄함 수위가 높아졌지만 인사적인 측면에서는 강도가 약해진 느낌이다.
아무래도 <범죄도시> 시리즈 최고의 빌런은 1편의 장첸(윤계상)을 꼽을 수 있겠다. 2편의 강해상(손석구)도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3편의 빌런 부패경찰 주성철(이준혁)과 일본 조폭 리키(아오키 무네타카)도 강력했지만, 이름까지 기억될 정도는 아니었다.
이번 4편의 빌런 백창기 역시 강력함을 전달한다. 하지만 김무열 배우의 조금은 선한 얼굴이 악랄한 느낌을 다소 희석시키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4편은 이전 시리즈에서 사용하지 않았던 새로운 카드를 하나 추가했다. 바로 음악감독이다.
이번 <범죄도시4>의 음악감독은 작곡가 윤일상이 맡았다. 윤일상 음악감독은 김무열 배우에게 보이는 선함을 가리기 위해 그가 등장할 때 나오는 테마음악을 좀 더 강렬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빌런 백창기라는 캐릭터가 등장해 다양한 악행을 벌일 때, 관객은 음악과 상황의 복합적인 영향으로 좀 더 무섭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사랑받았던 요소 총망라한 '범죄도시4'
<범죄도시4>는 어쩌면 1편, 2편, 3편의 종합판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전 시리즈에서 사랑받았던 요소들을 총망라하여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극악한 범죄자들이 마석도 형사의 주먹에 나가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통쾌함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 시리즈의 이야기가 촘촘하지 않다 보니 했던 이야기를 또 하는 것 같은 기시감을 준다는 것이 큰 문제다. 비슷한 전개 방식에 빌런만 바꿔 끼워 넣은 방식이기 때문에 더 이상 신선하지 않다.
이 시리즈는 앞으로 8편까지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생각보다 적은 제작비를 이용해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마석도 형사의 활약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 될 수 있겠다. 하지만 네 편의 영화가 보여준 방식을 그대로 반복한다면, 새로운 시리즈가 나오더라도 관객이 극장을 찾아야 할 필요성은 못 느끼지 않을까.
마석도 형사는 사실 시리즈 내내 폭력적인 방식으로 깡패나 범죄자들을 단죄해 왔다. 그가 벌인 난장의 뒤처리는 늘 동료 형사의 몫이었다.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에서는 이런 상황에 대한 고민도 담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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