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보 재가동? 그건 정책 아닌 윤석열의 몽니"

김병기 2024. 4. 2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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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새뜸]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 "윤석열 제쳐두고, 이젠 거대 야당 책임 묻자"

[김병기 기자]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
ⓒ 김병기
"윤석열 대통령은 제쳐두고, 이제부터는 지난 총선에서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야권에 그 책임을 물어야하지 않을까요?"

패자에 대한 질책을 기대했는데,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은 지난 총선 승자인 거대 야당부터 압박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환경부장관이었던 그는 "촛불 혁명으로 정권교체를 한 시민들은 '이제는 잘 하겠지'하고 (민주당을) 믿어줬는데, 저도 책임이 크지만 끝까지 (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학습효과가 있다"면서 이제는 국민들이 윤석열 정권 퇴행을 막을 막강한 의회권력을 야당에게 부여했으니, 그 책임도 물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윤석열은 환경주의자를 '악'으로 규정... 멘탈 구조 이해할 수 없다"
 
▲ [환경새뜸] “윤석열 제쳐두고, 이젠 거대야당에 책임 묻자”...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 인터뷰 #4대강 #총선 #세종보 ⓒ 김병기

지난 4월 26일,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실에서 김 전 장관을 인터뷰했다. 이날 그는 금강에서 활동해 온 대전충남녹색연합의 임도훈, 김성중 환경운동가를 만나 윤석열 정부의 4대강 정책의 문제점과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면서 가지고 온 작은 노트에 빼곡하게 메모를 했다.

약식 간담회를 마친 김 전 장관은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권의 환경정책 기조변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짧고 단정적인 어투로 다음과 같이 일축했다.

"총선에서 참패한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방향은 맞다' '공직기강부터 잘 잡아라'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도대체 선거에서 진 사람이 할 수 있는 얘기인가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그 멘탈 구조를 이해할 수 없었죠. 정부가 퇴행적 환경 정책 기조를 바꿀 것으로 기대할 수 없겠죠."

김 전 장관은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환경부장관이 환경주의자가 아니기 때문에 임명했다고 말했는데, 이 말 한마디만 들어도 그가 생태적인 인식이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소위 환경주의자들은 국가정책에 반대만하는 '악'으로 설정해놓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장관은 "환경을 보존하는 이유는 생태적인 것이 없어지면 인간도 살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환경운동이 인간에 대한 반대행위인 것으로 잘못 인식하는 것이 윤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이고, 두 번째는 환경보존이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즉 경제가 발전하려면 환경훼손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문제"라고 말했다.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이 지난 26일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실을 방문해 금강에서 활동해온 환경단체 인사들의 이야기를 노트에 메모하고 있다.
ⓒ 김병기
 
거대 야당 압박해야 하는 까닭... "문재인 정부 때의 학습효과"

이날 김 전 장관이 윤석열 정권에 대한 야당의 견제 역할에 방점을 찍은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였다. 그렇다면 22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포함 175석을 획득한 더불어민주당은 김 전 장관이 기대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의 의석수는 192석에 달한다.  

"저는 아무 것도 안 하면 아무 것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사회 등 야당에 표를 준 사람들이 국회의원들을 움직여야 합니다. 특히 환경 가치는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기에 시민사회나 국민들의 역할이 더 필요하죠. 우리가 촛불 위에 세웠던 문재인 정부 때 이미 해보지 않았나요? 정부를 바꾸면 다 잘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안 그랬잖아요."

결국 야당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면서 지원을 하고, 때로는 채찍도 휘둘러야 한다는 말이다. 윤석열 정권 들어 제기된 퇴행적인 환경 정책 중 문재인 정부 때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 폐기를 빼놓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2021년 1월, 세종보 해체와 공주보 부분해체 등 금강과 영산강에 있는 5개 보의 처리를 결정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2023년 8월, 감사원이 내놓은 4대강 사업 감사 결과를 빌미로 전 정권의 결정을 취소했다. 오는 5월부터 6년여 동안 수문을 전면 개방했던 세종보를 재가동할 예정이다.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우)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있다.
ⓒ 김병기
  
"윤석열 대통령의 가장 절망적인 부분은..."

김 전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4대강 정책에 대해 "대표적인 현안이기에 대표적으로 뒤로 갈 것"이라고 우려한 뒤 이같이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가장 절망적인 부분은 어떤 제도나 주장이 있으면, 이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나왔는지를 생각해보거나 공부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환경정책이 만들어진 건 무분별한 개발 행위가 환경 전체를 망가뜨리고 인간도 존재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겁니다."

그가 환경부장관으로 재임했을 시기, 환경부는 과학적인 4대강 모니터링 자료를 발표했었다. 2018년 6월 국무조정실, 환경부, 국토교통부가 공동으로 배포한 '4대강 보 개방 1년 중간결과 및 향후계획 발표' 보도자료에는 "수질의 경우, 보 개방 이후 개방 폭이 큰 보를 중심으로 조류 농도가 유의미하게 감소했고 보 수문을 완전히 개방한 세종보, 공주보에서는 조류농도(클로로필 a)가 개방 전에 비해 약 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적시돼 있다. 

같은 날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도 15개 보가 설치된 4대강 수계 22곳의 수생태계 건강성을 보 설치 전인 2008년~2009년과 보 설치 후인 2013~2016년을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보 설치 후 건강성이 가장 크게 하락한 보는 세종보였다. 어류는 '좋음 B'에서 '나쁨 D' 등급, 저서동물은 '보통 C'에서 '매우 나쁨 E' 등급으로 하락했다. 특히 어류 조사에서 세종보는 보 설치 전 평균 772마리에서 110마리로 85.8%가 감소했다.

"윤석열 정부의 세종보 재가동... 정책이 아니라 몽니"
  
 세종보 재가동을 앞두고 세종시가 세종보 주변 퇴적지의 준설과 수목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 김병기
김 전 장관은 윤석열 정부가 전 정권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폐기한 채 '댐 건설' '하천 준설' 등의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4대강에 어떤 미래가 펼쳐질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최근 <오마이뉴스>가 올렸던 세종보 공사 사진(위 사진)을 보면서, 저기 어느 구석에서 자연생태가 살아있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절망적인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이어 "문재인 정부 때 수문을 열어 데이터를 축적하는 등의 시간을 너무 많이 할애해서 실제로 한 개 보도 해체하지 못하고 (정권이) 끝나버렸다"고 안타까움을 내비친 뒤 "지금부터라도 국회와 시민사회가 노력해서 문재인 정부 때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의 수준으로 다시 끌어올려야만, 환경인식을 가진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한발짝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오는 5월로 예정된 세종보 재가동 문제에 대해 "물은 갇히면 썩고, 그 썩은 물은 물이 아니라 오염수"라며 "(세종보 재가동은) 정책이 아니라 몽니라고 봐야 한다. (물정책) 역사적으로도 토건세력들이 배를 불리던 30년 전으로 후퇴하는 것이며 이론적으로도 전혀 이점이 없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가 4대강 정책을 재자연화로 잡은 것은 이전 정부들의 정책을 반대하기 위한 게 아니라, 그 정책이 자연생태계 전체를 구하는 길이고, 수십 년 동안 세계의 많은 집단 지성이 만들어놓은 물정책 방향을 수행하는 길이었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단순히 진영 논리가 아닌 환경 정책의 오랜 방향을 다시 한 번 살펴보셔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
ⓒ 김병기
"이재명, 노점상 정비해 자연환경 살린 추진력 기대"

이날 김 전 장관은 지난 총선에서 승리한 거대야당의 역할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한마디 해달라고 요청했다.

"저는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를 지낼 때 산골짜기(남한산성 내 도립공원) 노점상을 정비해서 그곳의 자연환경을 복원했을 때 감동을 받았습니다. (4대강 문제도) 올바른 방향으로 당시의 추진력이 다시 한 번 발휘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김 전 장관은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서둘러 짐을 챙긴 뒤 "영산강에서 활동하는 환경단체 관계자와의 약속 시간이 늦었다"고 말하면서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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