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봐도 초록, 보리밥 한 끼... 영혼까지 새로워진 시간
[박도 기자]
▲ 원주 간현 소금산 출렁다리 |
ⓒ 박도 |
소금산 출렁다리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이라고 한다. 천하를 호령하던 권력자도 총 한 방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도 하고, 감옥에서 숨죽이며 살던 사형수가 어느 날 천하를 움켜쥐기도 하는 게 인생이기도 하다. 소년시절 남의 다리 밑을 기어가던 별 볼일 없던 한 아이(한신)가 나중에 왕이 되는 이야기도 있고, 대학교 본관을 짓는 데 돌덩이를 어께에 지고 나르던 노동자가 대한민국 최대 갑부가 돼 소떼 일천 마리를 트럭에 싣고 귀향을 했던 한 재벌(정주영)도 있었다.
나는 올해로 15년째 원주시민으로 살고 있다. 이전에 원주는 '군사도시'로만 알았을 뿐 나와도 전혀 인연이 없던 고장이었다. 현직 교사시절 수학여행단을 인솔 때 당시, 서울 경서중학교 수학여행단의 모산 건널목 사건으로 서울시 교육위원회에서 단체 전세버스 수학여행은 불허할 때였기에 어쩔 수 없이 청량리에서 원주까지 열차여행으로 원주 역에 발을 디뎠던 기억, 그리고 동해안 해돋이를 보고자 밤 열차로 이곳을 지나쳤던 추억이 있었다.
▲ 계단 사이의 오름 숫자 표시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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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의 계절
바야흐로 신록의 계절, 모처럼 날씨조차도 쾌청했다. 한 이웃이 원주 시 문화관광해설사인 바, 그는 이번 주말이 간현유원지 근무라고 나에게 동행을 권유하기에 따라 나셨다. '신록의 달'이요, '계절의 여왕'이란 5월을 코앞에 둔 때라 온 누리의 신록은 절정으로 그곳 가는 도중 어린이처럼 탄성을 연발했다. 막 돋아난 새싹과 잎들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간현유원지에 도착한 뒤 숱한 관광객들을 따라 출렁다리에 오르고자 산행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출렁다리까지는 578계단을 올라야 했다. 사전 준비 운동도 하지 않고 복장조차도 갖추지 못해 오름길이 팍팍했다.
▲ “꿈을 계속 간직하고 있으면 반드시 실현할 때가 온다.” 는 쾨테의 금언 |
ⓒ 박도 |
새로운 기운을 얻다
"꿈을 계속 간직하고 있으면 반드시 실현할 때가 온다." - 괴테
"큰 희망이 큰 사람을 만든다." -토머스 폴리
"자신감 있는 표정을 지으면 자신감이 생긴다." -찰스 다윈
등등의 글귀를 읽으며 오를 때마다 마치 나에게 들려주는 금언 같았다. 사실 이즈음 나는 인생의 황혼기로 극도의 저기압 속에 살았다. 나 자신의 능력에 대한 회의감으로 도무지 삶의 의욕조차도 잃고 있다. 그런 저기압 속에 살고 있는 나에게 그 말들은 금언으로 새로운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마침내 578계단을 다 오르자 곧장 대망의 출렁다리가 눈앞에 펼쳐졌다.
▲ 간현 소금산의 출렁다리(가까운 곳)다리와 울렁(먼곳)다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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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리를 건너자 동행 안내인은 내 기력을 눈치 채고 울렁다리는 겨울에 건너는 게 더 운치 있다고 말했다. 그 말에 다음으로 미룬 채 거기서 하늘 바람 길을 통해 하산한 다음 유원지 근처 보리밥집에 들러 모처럼 보리밥을 맛있게 먹었다.
나는 원래 경상도에서 나고 자라 어릴 때 보리밥 지겹게 먹고 자랐다. 그 무렵에는 세 끼 보리밥을 먹어도 부자였다. 세 끼 가운데 하루 한두 끼는 나물밥이나 콩죽, 호박죽 등으로 끼니를 때웠다. 그 지겹던 보리밥이 이처럼 맛있을 수가. 식후 셔틀 버스를 타고 바로 이웃 뮤지엄산과 오크밸리 골프장을 거치면서 언저리 신록을 눈이 시리도록 만끽했다.
내 영혼도 새로운 기운을 얻은 매우 귀중한 시간이었다.
▲ 간현 유원지에서 바라본 구 중앙선 철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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