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골에 그친 손흥민, 뼈아픈 북런던더비 부진
[이준목 기자]
▲ 아스널전 패배에 아쉬워하는 손흥민 |
ⓒ 로이터/연합뉴스 |
다음 시즌에도 유럽 챔피언스리그(UCL)를 누비는 손흥민의 모습을 보기는 어려운 것일까. 손흥민의 토트넘이 안방에서 라이벌에 뼈아픈 패배를 당하면서 챔피언스리그 진출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졌다.
4월 28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5라운드 '북런던더비'에서 홈팀 토트넘이 아스널에게 2대 3으로 패했다.
토트넘은 리그 선두 아스널을 상대로 볼 점유율에서 앞서는 경기를 펼치고도 수비불안으로 전반에만 내리 3골을 먼저 허용하며 승기를 내줬다. 후반 들어 수비수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만회골과 손흥민의 페널티킥 골이 터지며 두 골을 만회했지만, 끝내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지 못하며 승점을 얻는 데 실패했다.
아스널은 토트넘을 제물로 승점 80점 고지에 오르며 선두를 지켰다. 영광의 무패 우승을 달성했던 아르센 벵거 감독 시절의 2003-2004 시즌 이후 20년 만의 리그 우승 가능성을 이어갔다.
반면 토트넘은 지난 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전 0-4 참패에 이어 2연패 늪에 빠졌다. 18승 6무 9패로 승점 60점에 머문 토트넘은, 차기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진출 마지노선 4위 애스턴 빌라(승점 67)와 승점 격차가 7점으로 더 벌어졌다. 토트넘은 골득실에서도 +15로 내려가며 빌라의 +21골과는 6골 차이로 뒤지고 있다.
토트넘이 아직 2경기를 덜 치렀지만 잔여 경기에서 모두 승리한다고 해도 자력으로는 빌라와의 격차를 뒤집지 못한다. 천운으로 빌라가 남은 3경기에서 모두 미끄러지고, 토트넘은 5경기에서 최소 4승 이상을 거둬야 기적적인 역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막판 대진운이 가장 험난한 토트넘은, 남은 경기 역시 첼시(5월 3일) 리버풀(6일) 맨체스터시티(15일) 등 강호들과의 대결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어서 현실적으로 얼마나 승점을 추가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토트넘이 4위를 탈환할 가능성은 사실상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시즌 막바지로 갈수록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추구하는 '포스볼'의 한계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는 것도 전망을 어둡게 한다. 토트넘은 지난달 10일 빌라전에서 4대 0으로 완승한 이후 6경기 연속 클린시트에 실패했다. 특히 뉴캐슬과 아스널전에서 2경기 동안 무려 7골을 내줄만큼 수비가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공격적인 축구를 추구하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어떤 팀을 만나도 라인을 끌어올려서 맞불을 놓는 플레이를 고집한다. 다만 이로 인해 역습 상황에서 수비 뒷공간이 그대로 노출되거나 세트피스 수비에서 약점을 드러내며 무너지는 패턴이 점점 반복되고 있다. 아스널전 3실점 역시 2골이 코너킥 수비 상황(호이비에르의 자책골 1골 포함), 한 골은 아스널의 역습 상황에서 롱패스 한번에 사카에게 뒷공간을 내주며 허용한 두 번째 실점 장면이었다.
에이스 손흥민의 부진도 아쉽다. 손흥민은 비록 PK골을 넣으며 시즌 16호골(전체 7위)로 4경기만에 다시 득점포를 가동했다. 북런던더비 통산 8골(2도움)째를 기록하며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를 달성했다. 하지만 골을 제외한 손흥민의 전반적인 경기력은 여전히 저조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날도 손흥민을 최전방에 기용하는 '손TOP' 카드를 꺼냈다. 그런데 손흥민은 최근들어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지난 뉴캐슬전에서는 유독 저조한 활약을 펼치며 후반 13분 만에 조기 교체되어 나오기도 했다.
영국 현지에서는 포스트플레이와 몸싸움이 취약한 손흥민을 수비 압박이 강한 최전방 원톱으로 기용하기보다는 익숙한 왼쪽 윙어로 다시 돌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 활용법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결과는 또다시 대실패로 끝났다. 아스널은 라이벌전에서 자존심을 내세우며 맞불을 놓는 대신, 수비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선택했다. 점유율은 토트넘이 더 높게 가져갔지만 아스널은 대신 촘촘한 간격 유지를 통하여 손흥민을 비롯한 토트넘 공격진에게 장기인 침투할 수 있는 공간을 잘 내주지 않았다.
원톱인 손흥민이 몸싸움과 헤딩 경합을 기대할수 없는 선수임에도 대부분의 시간동안 토트넘은 부정확한 크로스와 무의미한 횡패스만 거듭하는 단조로운 패턴으로 귀중한 공격기회들 낭비했다. 2선에서 손흥민의 찬스를 지원해야 할 데얀 클루셉스키와 티모 베르너, 제임스 매디슨도 모두 부진을 면치 못했다.
전반 45분 손흥민이 모처럼 골키퍼와 맞서는 장면이 이날 거의 유일했던 좋은 기회였지만, 손흥민의 슛은 너무 높이 떠서 골문을 벗어나고 말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이 계속 부진하자 후반 중반에야 히샬리송이 투입되며 변화를 줬지만, 이미 타이밍이 너무 늦었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최전방에서 위협적인 찬스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토트넘은 만일 지금의 순위를 유지한다면 5위로 최소한 다음 시즌 UEFA 유로파 리그 티켓은 거머쥘 수 있다. 지난 시즌 8위에 그치며 유럽 클럽 대항전 진출조차 좌절됐던 것을 감안하면, 토트넘이 에이스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의 이탈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막판까지 4강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만으로 기대 이상의 선전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시즌 초반 개막 10경기 무패행진(8승 2무)를 달리며 한때 우승 후보로까지 거론될 만큼 뜨거운 돌풍을 일으켰던 것과 비교하면, 마무리가 점점 용두사미가 되어가고 있다는 아쉬움은 피할 수 없다.
손흥민 역시 올시즌 팀의 새로운 주장이자 에이스로 고군분투했으나 막바지로 갈수록 힘이 빠지고 있는 모습이다. 손흥민의 부활과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 조정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토트넘의 4위 탈환 희망은 사실상 다음 경기인 첼시전을 끝으로 물거품으로 끝날 수도 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국·일본에게 '호구' 된 윤 정부... 3년 진짜 길다"
- '윤석열 안방' 무너지나... 박근혜보다 안 좋은 징후
- 민생지원금, 정부는 반대할 자격 없다
- 기사 대필, 대본 하달... '노조파괴' SPC그룹의 화려한 언플
- 이것이 '친일 재테크'... 그 재산 다 어디서 났을까
- 국회의장이 따라야 할 건 '중립'일까 '민의'일까
- 고래 입에 빨려들어간 기분... 이토록 찬란한 지하세계라니
- "환율 불안정성, 7월부터 더 높아질 수도... 준비해야"
- 인천시, '명예도로명'으로 도시브랜드 경쟁력 높인다
- 50발 중 42발, 이순신의 놀라운 활쏘기 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