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불안정성, 7월부터 더 높아질 수도... 준비해야"

이영광 2024. 4. 2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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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박정호 명지대 특임 교수

[이영광 기자]

최근 외환시장이 심상치 않다. 지난 16일 장 중 한때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며 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섰다. 역사상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간 건 1997년, 2008년, 2022년 그리고 이번이 네 번째다.

최근의 강달러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는 외환 시장이 요동칠수록 경제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외환시장 흐름을 짚어보고자 지난 26일 박정호 명지대 특임 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박 교수와의 일문일답. 
 
 박정호 명지대 특임 교수
ⓒ 박정호TV
 
- 지난 16일 원·달러 환율이 장 중 한때 1400원까지 올라갔잖아요. 최근 환율 흐름은 어떻게 보고 계세요?

"지금 환율 흐름은 국내적인 요소보다도 대외적인 요소로 크게 움직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동 지역에서의 불안전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강달러 기조가 더 고조됐고요. 무엇보다도 당초 기대했던 바와 달리 미국 연준에서 연말까지도 기준금리를 낮추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등 많은 제3세계 국가의 화폐 가치의 약세가 만들어지는 등 외부적인 요인이 더 컸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번에 또 주목해야 될 게 있어요. 환율 부분에 있어서 단기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인 변화들도 앞으로 고민해야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환율이라는 게 원래 수출을 많이 해서 외화를 많이 벌면, 안정돼 가는 게 일반적인 추세거든요. 그런데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군이라고 할 수 있는 이차 전지, 전기자동차, 반도체 산업과 관련된 공장들이 전부 다 해외에 건설됐습니다.

그럴 경우 수출이 잘 돼도 우리나라로 달러가 유입되는 것이 아니라 현지 법인에 달러가 쌓이는 구조가 생겨요. 그러면 수출이 잘 돼도 달러가 약세로 바뀌지 못하는 거죠. 학자들 중엔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적정 환율 조닝 자체가 1300원대 수준으로 바뀔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표명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 1300원대로 바뀌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환율은 교역과 비즈니스를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점이 됩니다. 원자재를 얼마의 환율에 사와 우리가 얼마에 팔면 얼마가 남는다는 게 예측 가능해야 하죠. 이런 걸 예측할 때 제일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가 바로 환율입니다. 그런데 처음에 계약할 때는 환율이 1200원 정도라고 생각해서 1200원대 원자재 사 오고 얼마에 팔면 되겠다 생각했는데 갑자기 (환율이) 1300원, 1400원으로 바뀌잖아요. (이렇게 되면) 무조건 우리나라 제품 가격이 떨어져서 좋은 게 아니라 그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자원들을 더 비싸게 사와야 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환율이 단기적으로 크게 변화했을 때 그게 더 안 좋은 요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1997년, 2008년, 2022년에도 환율이 1400원까지 간 적 있잖아요. 그때와 지금은 다른 건가요?

"과거에도 환율이 1400원대까지 갔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 절반 정도는 우리나라 내부 경제에 큰 문제가 생겨서 그렇게 된 적이 있고요. 나머지 또 한 절반 정도는 대외적인 불안전성이 높아져서 그렇게 된 적이 있는데요. 이번에는 대외적인 불안전성이 더 크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대화적인 불안전성이 더 크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는 건가요?

"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되는 건 사실이에요. 사실 우리나라 중앙정부에서도 원래 환율은 개입하면 안 되는 건데 이번에 전격적으로 개입하게 된 것도 바로 그런 부분에 있다고 보시면 되겠죠."

- 지금은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갔죠. 그러나 1500원대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는 것 같은데.

"아직 환율이 1500원까지 갈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대외적인 불안정성이라는 건 전쟁이나 테러 등 보이지 않는 돌발 변수이기 때문에 누구도 예측하기가 어려워요. 따라서 무조건 1500원까지 안 간다고 단정적으로 생각하기보다 추가로 위험이 생긴다면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나름의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통상적으로 환율이 불안정했었을 때 시장에 안정감을 주기 위해 주요 국가들과의 통화 스와프를 많이 체결해요. 서로 간에 필요한 돈을 빌려주고 빌릴 수 있는 법적 근거 만들어주는 거죠. 또 한 가지는 금 같은 걸 매입해놔서 국고를 잘 다져놓는 것, 그리고 외화 비축고를 많이 늘려놓는 것이 할 수 있는 방안들입니다."

- 문제는 강달러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 미칠지인 것 같아요.

"사실 과거에는 우리나라 원화 가치가 싸지고 달러 가치가 높아지면 우리 제품이 수출이 잘 돼서 좋다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그건 사실과 다르고요. 환율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원래 기업인들이 기대했던 수준으로 유지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서 기대됐던 수준으로 유지가 되지 않으면 오히려 그게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그렇기에 최근처럼 환율이 급변하는 것은 당연히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준다고 보시는 게 좋을 거예요."

- 어떤 악영향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일단 첫 번째 악영향은 기업이 매출을 올려도 손해 볼 수도 있는 거예요. 더 비싼 가격에 원자재 사와서 더 싼 가격에 물건 팔 수도 있거든요. 두 번째 문제는 당초 기대했던 물가 수준보다 높은 물가 수준이 유지되는 경우가 생겨요. 그렇게 되면 국내 경기가 위축되거나 소비가 위축될 수 있는 요인이 생기고요. 바로 그런 것들이 환율이 예상보다 높았을 때 생기는 부작용입니다."

- 강달러에 대한 정부 대응은 어떻게 보세요?

"정부의 대응은 그래도 바람직한 현상으로 가고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 총재가 적합한 시점에 구두 개입해서 일단 시장을 안정시켰고 그 다음에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이라든가 주요 국가들의 기존 중앙은행 총재들과도 나름대로 긴밀히 소통하면서 대응책을 만드는 등, 그런 차원에서는 상당히 의미 있는 대응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 좀 아쉬운 부분이 있을까요?

"이번에는 외부적인 요인이 워낙 컸기 때문에 우리나라 내부의 관리 시스템 미비로 보기는 어려워요. 이번엔 정부에 특별히 아쉬운 점이 있다고 판단되지는 않고요. 단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앞으로 7월부터 우리나라 외환시장이 더 자유로워지거든요. 외환시장이 더 자유로워졌을 때 환율 불안전성이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준비를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혹시 이렇게 가다가 외환 위기도 올 수 있나요?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지금은 외화가 얼마큼 반출되고 있고 들어오는지 또 얼마가 필요한지를 명확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이에요. IMF 외환위기 때는 우리나라에 외화 보유가 얼마나 있는지 남았는지조차도 제대로 몰랐거든요. 그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런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전북의소리'에 중복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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