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에 침투한 AI 제작 이미지…어떻게 볼 것인가 [D:영화 뷰]

류지윤 2024. 4. 2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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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영국 콜린스 사전이 매년 사회적 트렌드와 문화의 변화를 반영해 선정한 '올해의 단어' 중 하나는 AI(인공지능)다. 이제 AI는 일상에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존재이자 단어가 됐다. AI 커버곡으로 좋아하는 가수의 목소리로 듣고 싶은 노래를 만들 수 있으며 원하는 바를 입력하면 AI가 사진과 그림으로 만들어주는 세상이 됐다. 그리고 이제 AI는 영화 속 이미지를 대체, 혹은 보완하는 존재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AI는 기술의 발전과 예술의 영역 침범, 신뢰 부분에서 아직 모두의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주제는 최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제니퍼는 무슨 짓을 했는가'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실해졌다. 캐나다에서 2010년 부모를 청부 살인한 혐의로 체포된 제니퍼 팬의 실화를 다룬 '제니퍼는 무슨 짓을 했는가'에서 AI 이미지 사용 의혹이 제기 되면서다. 이 작품은 제니퍼 팬이 부모님이 괴한으로부터 총격을 당했다고 직접 911에 신고했지만, 수사 결과 전 남자친구와 가족을 살해하려고 계획한 사건을 따라간다.

'제니퍼는 무슨 짓을 했는가'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인 만큼, 이 과정이 범죄 스릴러 못지 않은 긴장감을 유지하며 몰입감을 선사했다. 그러나 극 중 제니퍼 팬이 파티를 즐기는 모습을 포착한 사진에서 손 모양과 귀, 귀걸이, 치아 등이 부자연스러웠다. 이는 곧 현실감과 긴장감을 떨어트렸다.

실제 사건을 담은 다큐멘터리에 실제 사진이나 영상이 아닌 AI로 제작한 이미지는 사건을 왜곡할 수 있으며 신뢰도를 떨어트리기 때문이다. 심지어 제니퍼 팬은 1급 살인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결백을 주장하고 있어 아직 진행 중인 사건이다. 재판의 여론 형성에 편향성을 비롯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AI 사용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항의가 잇따랐다.

'제니퍼는 무슨 짓을 했는가'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개봉을 앞둔 영화 '악마와의 토크쇼'도 AI 이미지 사용으로 미국에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악마와의 토크쇼'는 실제 인기 토크쇼인 '돈 레인 쇼’에서 벌어진 영매 대 초자연현상 회의론자의 일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엑소시스트', '네트워크', '코미디의 왕'을 모티브해 무분별한 폭력이 난무한 의심과 불신의 시기이자 오컬트의 부흥기인 1970년대와 시청률의 노예가 된 방송국을 풍자한 내용을 다뤘다.

영화 대부분은 1977년 핼러윈에 방송된 가상의 원본 영상으로 시대적 무대, 의상 등이 쓰였으나, 타이틀 카드를 포함한 총 3가지 이미지에 AI 제작 이미지가 사용됐다. 이에 '악마와의 토크쇼' 캐머런 카이네스, 콜린 카이네스 감독은 "우리가 항상 상상했던 1970년대 미학을 이 영화에 구현하기 위해 그래픽 및 프로덕션 디자인 팀과 함께 추가로 편집한 3개의 스틸 이미지로 AI를 실험했다"라고 밝혔다.

이후 이 사건은 영화계의 AI에 대한 더 폭 넓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영화와 TV에서의 AI 활용은 지난해 할리우드에서 미국작가조합 미국배우조합과 영화·TV제작자연합의 대립을 가져온 화두였기 때문이다. 미국작가조합과 미국배우조합은 영화·TV제작자연합과 146일 만에 협상했고 "작가, 배우들의 이익과 보호 조치를 담은 이례적인 합의안"이라고만 짧게 알렸다.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파업은 배우와 작가들이 주도하면서 일러스트레이터나 애니메이터 등에 대한 처우 포함되지 않았다.

'악마의 토크쇼'는 할리우드 파업이 일어나기 전 2022년에 촬영됐지만, AI 사용이 미디어에 보편화되면 수많은 스태프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면서 미국 온라인 상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AI 활용은 기술적인 혜택 뿐만 아니라 잠재적 위험과 윤리 문제를 두고 많은 산업, 특히 할리우드에서 사그라들지 않는 논쟁거리다. 가짜 이미지, 가짜 뉴스, 딥페이크 등으로 인한 정보의 신뢰성 문제를 안게 되며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흐리게 만든다. 이는 곧 받아들이는 정보의 진실에 의문을 갖게 만든다. 하지만 반대편에서는 주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선택의 방식일 뿐으로 사용과 오용의 범주에 대해 조금 더 명확하게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의 관점이 미디어에 침투한 AI 활용을 향해 질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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