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내 얼굴로 팝아트…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작품 같네요

성선해 2024. 4. 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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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아트 작가들이 사용했던 기법으로 자신의 초상화를 그린 최은서(왼쪽)·이서준 학생기자.


예술(藝術)은 특별한 재료·기교·양식 등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인간의 활동 혹은 그 작품을 말해요. 예술이라고 하면 미술관·박물관에 전시된 유명 작가의 작품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러한 인식에 기초해 예술이란 순수한 동기에 의해 창조된 순수 예술에 가까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존재하기도 하죠.

하지만 신문·잡지·영화·텔레비전 등과 같이 많은 사람에게 대량으로 정보·사상을 전달하는 매스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스타,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상품, 만화 캐릭터 등 상업적 이미지도 예술 작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미술 사조가 있어요. 바로 1950년대 초 영국에서 태동해서 1960년대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확산한 팝아트(Pop Art)입니다.

팝아트가 시작된 영국에선 물질적인 면에 치중된 대중문화의 천박성과 여기에 빠진 사람들을 비판하기 위해 대중문화에 자주 등장하는 이미지를 작품에 차용했죠. 영국을 대표하는 팝아트 작가 리처드 해밀턴의 대표작 '오늘의 가정을 그토록 색다르고 멋지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1956)를 보면 잡지·광고 이미지를 콜라주해 광고가 넘쳐나는 대량소비시대를 풍자했어요.

미국의 팝아트 작가 앤디 워홀의 대표작인 '캠벨 수프 캔' 시리즈. 일상적인 물건은 예술품이 될 수 없다는 편견을 깬 작품이다. 중앙포토


반면 미국으로 건너간 팝아트는 대중이 사랑하는 스타, 마트에 가면 흔한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수프 캔, 다국적 기업이 생산하는 음료, 만화책의 한 페이지를 펼쳐놓은 것 같은 그림체 등 대중문화의 이미지를 작품의 소재로 적극적으로 수용했어요. 즉, 고급문화로 여겨지던 기존의 회화·조각에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요소를 도입해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면서 기존에 예술이 가진 권위에 반기를 든 것이죠.

대표적인 작가는 만화의 한 장면처럼 작품을 그리던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 할리우드 스타와 대량 생산 제품 등 대중적 이미지를 실크 스크린 기법으로 되풀이해 기존 회화 문법을 비틀었던 앤디 워홀(Andy Warhol) 등입니다. 이들의 작품은 표현이 간결하고, 선명한 색깔을 사용한 경우도 많아 강렬한 인상을 주죠.

만화적인 작품을 많이 남긴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Kiss V'.

이처럼 일상적인 소재에서 영감을 얻고, 엄숙함보다는 친근한 예술을 지향하는 팝아트의 매력을 직접 체험해 볼 수도 있답니다. 이서준·최은서 학생기자가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공방 그림달림을 찾아 자신의 사진을 활용해 팝아트 초상화를 그려보기로 했어요. 이희경 대표가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여러 초상화 앞에서 소중 학생기자단을 맞이했죠.

"팝아트 초상화란 무엇인가요?" 서준 학생기자가 질문했어요. "주로 대중문화에서 유명한 인물을 표현했던 팝아트 초상화는 간결한 표현과 선명한 색채가 특징이에요. 그래서 캐릭터화하기도 편하고 누구든 그릴 수 있죠. 이처럼 여러분의 사진을 선명한 형태와 색채로 재해석해 초상화를 그려볼 거예요."

팝아트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필요한 준비물은 자신의 사진을 인쇄한 A4 용지, 해당 사진의 크기에 맞는 캔버스, 먹지, 아크릴 물감, 팔레트, 연필, 2호·6호·10호 사이즈 채색용 붓, 바니쉬와 바니쉬용 붓입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이희경(맨 왼쪽) 대표에게 단순한 형태와 대담한 색채가 특징인 팝아트 초상화에 대해 배웠다.


먼저 자신의 사진 크기에 맞는 캔버스를 고릅니다. 우거진 수풀을 배경으로 찍은 독사진에서 자신의 상반신 부분만 잘라서 그리기로 한 서준 학생기자는 정사각형에 해당하는 20X20cm 캔버스를, 세로가 가로보다 긴 증명사진을 인쇄해 가져온 은서 학생기자는 18X26cm 캔버스를 택했죠.

"이제 캔버스 위에 먹지를 스카치테이프로 붙인 뒤, 먹지 위에 사진을 인쇄한 A4 용지를 붙이세요. 그리고 사진 속 자기 얼굴 형태를 연필로 따라 그리면 먹지를 통해 캔버스에도 내 모습이 그려질 거예요."

눈·코·입부터 얼굴 윤곽까지 먹지 위에 연필로 열심히 형태를 그려나간 소중 학생기자단. 선을 잘 못 그으면 어쩌나 걱정되기도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먹지로 캔버스에 형태를 그린 뒤에는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하는데, 아크릴 물감은 금방 마르기 때문에 수정이 쉬운 편이에요.

사람의 얼굴은 각도를 조금만 바꿔도 형태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 그리기 어려운 소재다. 팝아트 초상화는 사진 위에 먹지를 대고 형태를 복제한 뒤 채색하기 때문에 초보자도 쉽게 그릴 수 있다.

열심히 자기 얼굴을 그리던 은서 학생기자가 "형태를 직접 눈으로 관찰해 스케치부터 시작하는 일반적인 초상화와 비교했을 때 팝아트 초상화의 장점은 무엇인가요"라고 물었죠. "본래 사람의 얼굴은 가장 그리기 어려운 소재 중 하나예요. 하지만 이렇게 먹지를 통해 따라 그리면 쉽게 그릴 수 있죠."

먹지를 통해 사진 속 내 모습을 캔버스에 대략 옮기는 작업이 끝나면 이제 2호 붓과 검은색 물감을 사용해 형태를 그려줄 겁니다. 흑백 만화책을 보면 얇은 검은색 선으로 인물과 배경의 형태를 표현하죠. 그런 작업을 캔버스 위에 한다고 생각하면 돼요.

윤곽선 그리기 작업이 끝나면 피부·옷·배경 등 면적이 넓은 곳부터 단색으로 칠합니다. 피부·옷 등은 6호 붓으로, 배경은 10호 붓으로 채색해요. 이 단계부터는 자신이 원하는 색을 잘 생각해야 해요. 예를 들어 피부를 연한 살구색으로 칠하고 싶다면 연주황색 물감에 흰색 물감을 섞어서 색을 뽑아내야 하죠. 하지만 사진과 똑같은 색깔을 캔버스에 구현하는 데 집착할 필요는 없어요. 앤디 워홀은 '금빛 메릴린 먼로'(1962)에서 메릴린 먼로의 피부색을 연보라색으로 표현했죠. 이처럼 색채에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개성을 작품에 반영할 수 있어요.

자신의 사진에서 얼굴과 몸의 외형을 따와서 그리는 팝아트 초상화는 초보자도 쉽게 그릴 수 있다.


서준 학생기자는 사진 속에서는 남색이던 자신의 상의를 그림에서는 하늘색으로 칠하고 싶어했는데요. 이럴 경우 파란색 물감에 흰색 물감을 섞으면 됩니다. "물감을 한꺼번에 많이 섞지 말고, 조금씩 섞으면서 내가 원하는 색을 찾으면 돼요. 이 과정이 익숙해지면 내가 원하는 색을 빨리 찾아낼 수 있답니다." 은서 학생기자는 자신의 머리카락 색을 사진과 같은 검은색이 아닌 밝은 갈색으로 채색했죠.

이 대표의 설명을 들으며 채색에 몰입한 소중 학생기자단. 그런데 물감을 묻힌 붓이 지나간 자리임에도 캔버스의 흰색이 여전히 보이는 구간이 있었어요. 이것은 붓에 물감을 넉넉하게 묻히지 않았거나, 붓질이 너무 빠르게 캔버스의 표면을 스쳐 지나갔다는 뜻이에요. 이럴 때는 물감이 마르길 기다린 뒤 다시 채색하면 됩니다.

이렇게 넓은 면적의 채색이 끝나면 눈동자·입술·치아 등 면적이 좁은 부분을 2호 붓으로 채색합니다. 얼굴에 생기를 더하고 싶으면 볼 터치용 화장품인 블러셔로 볼에 홍조를 표현해도 돼요. 이렇듯 붓과 물감만으로 초상화를 그려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벗어나면 더 재미있는 작업을 할 수 있죠.

팝아트 초상화는 물감과 붓 외에도 콜라주·실크스크린 등 다양한 기법으로 제작할 수 있다.

채색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2호 붓에 검은색 물감을 묻혀 얼굴과 몸의 윤곽을 다시 그려줍니다. 그러면 물감에 덮여 있던 윤곽선이 다시 살아나면서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그림체가 더욱 강조되죠. 웃을 때 눈가에 생기는 주름, 보조개나 코를 중심으로 미간에 생기는 음영 등은 피부에 채색한 물감보다 한 단계 어두운 색깔로 칠해서 표현합니다. 반면 머리카락의 윤기는 머리카락 색보다 한 단계 밝은 색깔로 표현하죠.

아크릴 물감이 다 마르면 마지막으로 캔버스에 바니시를 칠한 뒤 응달에서 1시간 정도 건조합니다. 바니시는 광택이 있는 투명한 도료인데요. 캔버스에 발라두면 표면을 코팅해 오염이나 변색을 방지하는 역할을 해요.

이렇게 완성한 팝아트 초상화는 일상적인 소재를 복제해 임의적 색채를 더한다는 점에서 앤디 워홀이 시도한 실크스크린 기법과 비슷한 면이 있죠. 또 단순한 형태와 만화책에 등장할 법한 그림체라는 점에서 'Whaam!'(1963), '절망(Hopeless)'(1963) 등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이미 존재하는 사진에서 형태를 따와서 간결한 표현과 선명한 색감으로 그림에 창의력을 불어넣기에 초보자도 그리기 쉽고, 선물용·인테리어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요. 또 붓과 물감 외에도 리처드 해밀턴처럼 종이·인쇄물·사진 등을 오려 붙이는 콜라주, 앤디 워홀처럼 테에 붙인 실크(비단) 같은 섬유 소재의 가는 구멍을 통해 스퀴지로 잉크·물감을 통과시켜 찍어내는 실크스크린 등 다양한 기법을 적용할 수도 있어요. 여러분도 팝아트 작가들처럼 자신만의 방법으로 팝아트 작품을 만들어 보세요.

■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 저는 팝아트라는 미술 사조가 있다는 건 들어본 적 있지만, 관련해서 직접 설명을 듣거나 그려본 것은 처음이에요. 그래서 이희경 대표님이 하나하나 알려주실 때마다 새로웠어요. 팝아트 설명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바로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을 활용함으로써 친근하게 다가오는 '대중화'예요. 팝아트 작가 중 설치·회화·콜라주 등 여러 가지 종류의 예술 활동을 하는 데이비드 호크니라는 영국 출신 화가가 있어요. 저는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힐링'이 돼서 좋아해요. 팝아트 초상화를 그리며 색을 다 칠하고 난 뒤 테두리를 다시 그리는 작업을 했는데, 이 과정이 가장 재미있었어요. 테두리가 생기니 그림이 더욱 선명해지고 테두리를 그리기 전보다 더 제 얼굴과 비슷해졌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이제 초상화를 그릴 때 팝아트 작가들처럼 형태를 단순화하는 기법을 많이 활용하려 해요. 그림달림의 아늑하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오랜만에 캔버스에 그림을 그려보니 마음도 편안해지고 뿌듯했습니다.

이서준(경기도 평촌초 6) 학생기자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미술책에서만 보던 팝아트 작품에 대해 알아보고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취재여서 더욱더 기대되었어요. 취재하러 들어간 그림달림에서는 팝아트에서 쓰였던 기법으로 그려진 초상화와 물감·붓 등 여러 미술용품이 많이 있어서 더욱 설렜죠. 이희경 대표님께 팝아트에 대해 질문한 뒤, 제 얼굴을 직접 팝아트에서 사용되던 기법으로 그려보니 팝아트 작가가 된 것 같은 기분도 들었습니다. 아트라고 하니 너무 어렵고 멀게 느껴졌는데 직접 해 보니 재미있고 생각보다 간편해서 나중에는 가족들의 얼굴을 그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취재를 통해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팝아트 작품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더 관심 있게 찾아보고 살펴보게 될 것 같아요.

최은서(경기도 행정초 4) 학생기자

글=성선해 기자 sung.sunha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이서준(경기도 평촌초 6)·최은서(경기도 행정초 4)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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