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체제 혁신해 초일류 기업 도약"…'덕장' 장인화가 그리는 포스코의 미래

오현길 2024. 4. 29.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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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적 기업문화, 역동적으로"
애플·MS처럼 세계 초일류 기업 꿈꿔
‘신윤리경영’을 선포…공감의 리더십

포스코그룹이 달라졌다. 세계 철강업체 가운데 가장 앞서 격주 주 4일제를 도입하는가 하면, 반바지와 샌들까지 허용하며 직원들 근무 복장도 잘 나가는 IT기업 부럽지 않다. 임원의 특권은 줄이고 있다. ‘1임원 2비서’로 수행비서를 줄인 데 이어 본사 임원 전용 주차장도 멀리 옮겼다. 올해부턴 급여도 최대 20%까지 반납도록 했다.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은 "리더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공감"이라며 "대내외 이해관계자의 신뢰와 지지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제공=포스코홀딩스)

경직되고 수직적인 기업문화를 역동적으로 바꾸려는 포스코의 실험은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의 지론에서 비롯됐다. 최근 ‘7대 미래혁신과제’를 통해 철강부문에서만 매년 1조원가량 원가를 절감하겠다고 밝힌 것도 역동적인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나온 목표다.

30년 넘게 포스코에 다니면서 한 우물을 판 ‘철강맨’인 장 회장에겐 수식어가 있다. 바로 ‘덕장(德將)’이다. 손자병법엔 용장(용감한 장수)이나 지장(지혜로운 장수)은 덕망이 있는 장수를 이길 수 없다고 나와 있다.

장 회장은 평소 "리더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공감"이라며 직원들과 소통에 적극 나서는 이유다. 소통 속에서 포스코가 변화해야 하는 문제점을 찾고, 곧바로 해결책을 마련한다. 취임 이후 ‘100일 현장동행’에 나서겠다는 것도 그의 의지다.

불필요한 문서 업무(페이크 워크)를 줄이고, 직급 호칭도 개편한다. 지시·보고·회의 등 일하는 방식도 바꾸면서 그룹 문화 혁신을 지속해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 주식 보상 제도를 폐지키로 하면서 경영자 본인 스스로 특권을 내려놨다.

철강이나 이차전지 소재와 같은 하드웨어를 만드는 기업이지만 초격차 사업으로 만들고 궁극적으로 이해관계자로부터 신뢰와 사랑받는 초일류 기업으로 승화시키는 힘은 ‘기업 정신’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임직원에게 심겠다는 취지다. 장 회장은 "포스코그룹이 초격차, 초일류 기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업계 1, 2위를 다투는 것보다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처럼 굳건한 위치를 차지하는 세계 초일류 기업이 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광양 제철소 전경. 사진=포스코퓨처엠

장 회장은 취임 후 '포스코미래혁신TF(태스크포스)'를 가동해 경영 현황을 점검하고, 관련 부서의 의견 청취 및 수차례에 걸친 토론을 통해 7대 미래혁신 과제를 확정했다. 장 회장은 지난 19일 열린 포스코홀딩스 이사회 전략세션에서 “7대 미래혁신 과제를 통해 핵심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영체제 전반을 혁신해 초일류 기업 도약을 위한 전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그룹의 주주와 고객, 지역사회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지배구조(거버넌스)를 혁신한다. ‘신윤리경영’을 선포하고 회사로부터 독립된 ‘포스코 클린위원회’를 신설해서 윤리에 대한 내부 기준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장 회장은 직원 대의기구를 비롯해 지역사회 이해관계자들과 공감에 기반한 진정성 있는 소통을 이어나가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대내외 이해관계자의 신뢰와 지지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포스코그룹은 철강과 미래소재라는 양대 사업구조를 유지하면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한다. 철강은 국내외 경기침체와 중국발 공급과잉,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까지 더해지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작년 말부터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의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6.9% 감소한 18조520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7.3% 감소한 5830억원을 기록했다.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사업 모두 경고등이 켜졌다. 하지만 장 회장의 시선은 단순히 ‘철강 본원 경쟁력 회복’에 머물러 있지 않다.

‘초격차 경쟁우위 확보’를 위해 고객 관점에서 혁신 제품을 개발하고, 설비 효율화와 공정 최적화를 과감하게 추진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원가의 구조적 혁신과 설비 효율화로 매년 1조원 이상 원가 절감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중장기 성장을 위해 저탄소 생산체제 전환도 2026년까지 순차적으로 실행한다. 전기로 고급강 생산기술을 개발하고 수소환원 제철 기술의 단계별 확대를 통해서 탄소 배출을 줄인 철강제품을 조속히 출시해 저탄소 제품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이차전지소재 콤플렉스 전경. 사진=포스코퓨처엠

리튬, 니켈 등 올해 양산에 들어가는 이차전지소재 핵심 원료 공장을 조기에 안정화한다. 광석리튬 기반 이차전지용 수산화리튬공장인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은 상업생산을 개시했으며, 연산 2만5000t 규모의 아르헨티나 염호리튬 1단계 공장은 하반기 양산에 들어간다.

포스코그룹은 전기차 시장이 일시적 둔화를 기회 삼아 리튬 염호, 광산과 같은 우량자원 투자에 적극 나서는 등 사업 전략을 고도화하고, 고체전해질과 리튬메탈음극재 등 차세대 소재의 상업화에도 착수한다.

계열사별로 영위하고 있는 일부 사업에 대한 구조 개편을 통해 효율성과 사업 시너지를 높인다. 에너지 분야는 그룹 차원의 저탄소 에너지 대전환을 지원하고, 트레이딩·물류사업은 철강과 이차전지소재사업의 공급망 경쟁력을 강화한다. 건설·IT 사업은 그룹사업의 효율적 운영 토대를 강화하는데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룹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선도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도 천명했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취임 전부터 직원들과 수평적으로 소통하며 업무 추진 시 직원 본인이 스스로 책임과 역할을 찾도록 돕는 리더라고 평가를 받아왔다"면서 "안정과 혁신으로 현재의 위기를 발 빠르게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만들겠다는 게 장 회장의 뜻"이라고 말했다.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은 "리더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공감"이라며 "대내외 이해관계자의 신뢰와 지지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제공=포스코홀딩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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