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정부가 보조금 퍼붓는데 어떻게 버티나" 전기차 열풍에 눈물 나는 공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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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야 3~4년 버틴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경기 의왕시에서 공업사를 운영하는 최모씨(56)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최근 2년 사이 같은 동네에서 최씨가 아는 공업사만 5곳이 문을 닫았다.
최씨는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퍼붓는데, 우리 같은 영세 업자가 버틸 수가 있느냐"라며 "나도 적자가 심해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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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기차 5년 새 500% 넘게 늘어
동네 공업사 폐업 가시화…"연착륙 도와야"
"길어야 3~4년 버틴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경기 의왕시에서 공업사를 운영하는 최모씨(56)가 한숨을 내쉬었다. 최씨는 22년째 한 자리에서 공업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2년 사이 같은 동네에서 최씨가 아는 공업사만 5곳이 문을 닫았다.
최씨는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퍼붓는데, 우리 같은 영세 업자가 버틸 수가 있느냐"라며 "나도 적자가 심해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공업사의 매출이 감소되기 시작한 시점은 전기차 보급 확대 시점과 맞물린다. 주된 수입원이던 엔진오일을 점검, 교체하러 오는 손님이 줄면서 매출은 뚝 떨어졌다. 여기에 주행 거리에 따라 교체해야 하는 연료 필터, 점화 플러그 등 소모품도 없어졌다.
한 개인 공업사 관계자는 "전기차는 엔진오일을 교체할 필요도 없고, 소모품도 적어 공업사를 찾을 일이 거의 없다"며 "예전엔 많으면 하루에 7~8대씩 들어왔던 것 같은데, 요즘엔 연장 한 번 못 만지고 퇴근하는 날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각종 보조금 정책으로 전기차를 구매하는 이들이 늘면서 전국 영세 공업사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아닌 소형 동네 공업사의 경우 벌써 점포 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어 이들이 변화에 녹아들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지역 자동차 정비 업소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2019년 3590개였던 정비 업소는 2022년 3306개로 줄었다. 반면 2019년 8만9000여대였던 전국 전기차 공급 대수는 2020년 13만4000여대로 늘더니 올해 2월엔 54만7000여대로 5년 만에 514% 이상 늘었다.
여파는 규모가 작고 영세한 동네 공업사에서부터 찾아온다. 이미 일부 지역의 경우 골목당 3~4곳씩 정비소가 사라지는 등 피해가 가시화하는 모습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래 차 전환으로 전국 정비업소 4만개 중에서 3만개가량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결국 전국 정비소 중에 30%만 남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국내 전기차 비중이 33%를 차지하게 되면 국내 부품기업 900여개가 감소하고 노동자 3만5000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변화하는 시대상을 거스를 순 없지만, 이들이 최대한 흐름의 변화 속에서 피해를 크게 입지 않도록 일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장기적으로 공업사들이 사라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그렇지만 정부는 변화하는 시대상을 '경착륙'이 아닌 '연착륙'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공업사들이 최대한 자연스럽게 흐름에 녹아들 수 있도록 일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엔 미래 차 정비 기술을 교육해주는 기관이 거의 없다. 이런 점을 인식하고 보완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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