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현장.Plus] 머리를 빡빡 민 박대원에게 입대 하루 전 풀타임 뛴 기분을 묻다

김희준 기자 2024. 4. 2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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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원(수원삼성). 김희준 기자

[풋볼리스트=수원] 김희준 기자= 박대원은 중학교 때부터 수원삼성과 인연을 맺었다. 2011년 매탄중학교에 입학해 매탄고등학교를 거쳐 고려대학교로 갔다. 2019년에는 수원에 입단해 본격적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8일 경남FC와 경기는 박대원이 입대 전 수원에서 치르는 마지막 경기였다. 박대원은 올해 김천상무에 합격해 4월 29일 입대를 앞뒀다. 아무래도 5월에 입대하는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입대 전 휴가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박대원은 물론 경남 원기종도 김천에 합격했음에도 선발 출장했고, 울산 이동경이나 전북 이동준 등 팀에 주축이 되는 선수들은 예정대로 경기를 소화했다.


염기훈 수원삼성 감독도 이에 감사를 표했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는 박대원의 입대에 "솔직한 마음으로 많이 아쉽다"며 "그렇지만 가기 전까지 경기는 다 뛰고 가야 한다고 얘기했고 (박)대원이도 휴가는 없다, 자기도 다 뛰고 가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박대원(오른쪽, 수원삼성). 서형권 기자

이날 박대원은 최근 보여준 대로 자신이 수원에 필요한 이유를 증명했다. 전반에는 주로 측면에 머무르면서 이따금 공격적인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뚫어냈다. 이전 경기에서 연승을 이끌어낸 안정감도 여전했다. 0-1로 뒤진 후반 중반에는 레프트백 이기제가 투입되면서 센터백으로 자리를 옮겨 경기 막판까지 상대 역습을 막아내 1-1 극적인 무승부를 이루는 데 일조했다.


경기 후 박대원은 경기 중에 숨겨왔던 다리 경련을 풀기 위해 곧바로 경기장에 드러누워 다리를 털었다. 동료의 도움을 받아 일어난 뒤 선수단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에게 다가가 작별 인사를 건넸다.


박대원은 "요 몇 주간 감정 기복이 좀 있었다. 개인적으로 군 문제를 해결해서 기쁘기도 했지만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함께하지 못하고 팀을 떠나게 돼 죄송한 마음"이라며 "내년에는 꼭 1부에서 같이 경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인터넷 편지 많이 써주시라"며 울음기 없이 씩씩하게 인사했다. 팬들은 박대원에게 '나의 사랑 나의 수원'을 부르는 걸로 화답했다.


박대원 입대를 응원하는 수원삼성 팬들. 서형권 기자

박대원은 단체사진을 찍은 뒤 동료 개개인과도 사진을 찍었다. 일본 선수인 카즈키는 박대원과 함께 경례를 하고 사진을 찍는 익살스러움을 보였다.


염 감독은 마지막까지 헌신한 박대원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을 통해 "박대원은 꾸준한 활약을 해줬다. 센터백과 사이드백을 오가며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줬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이다. 마지막까지 90분을 뛰면서 최선을 다했다. 모든 걸 쏟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감사하다. 가서 성장해 돌아오는 대원이의 모습을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박대원의 기분은 어땠을까. 박대원은 솔직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경기를 끝낸 소감을 묻자 "굉장히 '현타(현자타임)'가 온다고 해야 될까"라며 웃었다.


이어 "감독님도 끝까지 뛰길 원하셨고, 나도 끝까지 뛰길 원했던 거여서 후회는 없다. 신나게 놀고 들어갈 계획"이라고 이야기했다.


박대원(수원삼성). 서형권 기자

박대원은 입대 전 미리 머리를 자른 이유에 대해 "별로 크게 신경 쓰는 부분은 아니어서 시간도 아낄 겸 팬들에게 보여줄 겸 미리 깎고 경기를 뛰었다"며 "감독님은 머리가 잘 어울린다고 하셨는데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나"하고 너스레를 떨었다.


동료들의 평가는 어땠냐고 묻자 "처음에는 다들 막 웃더니 이제 잘 어울린다고 한다. (장)호익이 형이랑 이상민, 김주찬 같은 어린 애들이 가장 크게 웃었다. 자기들도 다 군대 가야 되고 머리 밀어야 되는데 그랬다"며 농담 섞인 애정을 보였다.


이날 박대원은 경기 전 구단 유소년 선수들에게 1,000만 원을 기부했다. 중학생 때부터 수원 유소년 팀에서 자라온 박대원이 입대 전 남긴 선물이었다. 이에 대해 "팀에 미안한 마음이 컸던 게 기부 이유였던 것 같다. 팀이 힘든 상황에 떠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해봤다. 그래서 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박대원(가운데, 수원삼성). 서형권 기자

박대원은 그밖에 많은 이야기에 대해 진솔하면서도 무겁지 않게 대답했다. 올해 수원의 승격을 바란다는 이야기, 김천에서 수원을 상대로 득점하고 싶다는 이야기, 절대 세리머니는 하지 않을 거란 이야기, 팬들에게 인터넷 편지 100장을 받고 싶다는 이야기, 동료들에게는 큰 기대를 안 한다는 이야기, 강현묵을 선임으로 만나 두렵다는 이야기 등 여러 말들이 오갔다.


김천에 가는 것에 대해 설렘 반, 두려움 반이라며 "솔직히 이런 응원을 받다가 다른 팀에 가서 경기를 뛰려고 하면 많이 생각날 것 같다. 응원이 많은 힘이 됐는데 약간 그리울 것 같다"며 마지막에 가장 큰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박대원은 인터뷰를 마치고 취재진의 요청에 선뜻 경례 자세를 했다. 군필자가 봐도 완벽한 수준의 각도였다. 사진 촬영을 마친 뒤에는 인사를 나누고 군 입대 선물과 캐리어를 든 채 믹스트존을 빠져나갔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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