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오늘부터 나를 고쳐 쓰기로 했다<1>

조인경 2024. 4.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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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만성질환에 시달리면서도 야근을 밥 먹듯이 하던 방송작가에서 생활체육인이자 글쓰기 코치로 거듭난 김선영 작가가 '다시 태어나지 않고도 내 삶을 바꾸는 법'을 이야기한다.

살려고 발버둥 치다 보니 결과적으로 삶은 더 나은 방향으로 흘렀고 그렇게 마흔에 접어든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하고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 됐다.

그러던 어느 날, 거실 소파에 누워 소셜 미디어를 넘겨보다가 나와 비슷한 시기에 요가를 배우던 친구가 올린 동영상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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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만성질환에 시달리면서도 야근을 밥 먹듯이 하던 방송작가에서 생활체육인이자 글쓰기 코치로 거듭난 김선영 작가가 ‘다시 태어나지 않고도 내 삶을 바꾸는 법’을 이야기한다. 그는 남들보다 부실한 몸을 타고난 탓에 어려서부터 삶이 고단했지만, 그만큼 몸도 삶도 스스로 고쳐 쓰는 기술을 일찌감치 터득했다. 어떤 방법이든 선입견을 갖지 않고 직접 부딪쳐 시도해 보며 자신을 키우고 돌보는 노하우를 발견했다. 살려고 발버둥 치다 보니 결과적으로 삶은 더 나은 방향으로 흘렀고 그렇게 마흔에 접어든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하고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 됐다. 하고 싶은 건 많지만 몸이 따라 주지 않고, 반짝 솟았던 의욕도 저질 체력 앞에서 꺾이고 만다면 이 책을 참고해 자신에게 맞는 고쳐 쓰기를 시도해 보자.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인생의 재미와 즐거움을 마지막까지 알차게 누리고 싶은 이들에게 긍정의 기운을 한껏 불어넣는 책이다. 글자 수1043자.

나에게도 심리적 장벽을 무너뜨린 경험이 있다. 아쉬탕가 동작은 정해진 순서가 있는데, 가장 기본인 프라이머리 시리즈를 반만 하는 데도 한 시간은 족히 걸린다. 2년 넘게 수련했지만 나는 하프 시리즈의 동작도 제대로 완성하지 못했다. 특히 ‘시르시아사나(머리 서기)’를 할 순서가 다가오면 가슴이 방망이질 쳤다. ‘오늘도 또 안 되겠지’ ‘분명 쓰러질 거야’ 하는 불길한 예감이 자연스레 따라붙었다. 머리를 요가 매트에 박은 채 애처로운 발끝만 콩콩 굴렀다. 역시나 될 리가 없다. 한 번 과감하게 시도했다가 앞으로 고꾸라진 적이 있었기에 겁이 더 많아졌다. 속상했다. 요가에 진심인 사람으로서 거꾸로 서는 기쁨을 꼭 한 번은 맛보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거실 소파에 누워 소셜 미디어를 넘겨보다가 나와 비슷한 시기에 요가를 배우던 친구가 올린 동영상을 발견했다. 매트에 정수리를 대더니 가뿐하게 다리를 들어 올려 머리 서기에 성공하는 장면이었다.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이런, 질투가 꿈틀댔다.

‘나라고 왜 안 되겠어?’ 오기가 생겨 갑자기 매트도 깔지 않은 채 거실 바닥에 정수리를 대고 자세를 잡았다. 양손으로 뒤통수를 야무지게 받치고 엎드린 자세에서 엉덩이를 천장을 향해 끌어올린다. 날개뼈를 양쪽으로 벌리고 복부에 힘을 준다. 이마 쪽으로 발끝을 세워 걸어오는데 웬걸, 갑자기 다리가 가벼워지더니 하늘로 붕-하고 올라가는 게 아닌가. 너무 가볍게, 마치 누가 들어 올리기나 한 듯 다리가 올라가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당연히 안 된다고 선을 그었던 동작이 마음가짐만 바꾸었을 뿐인데 된다. ‘오늘도 안 되겠지’와 ‘나라고 안 되겠어?’의 차이는 강력했다. 마치 그동안 안 아픈 사람이 꾀병을 부린 것처럼, 할 줄 아는데 안 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내가 요가를 하면서 배운 것은 대개 이런 것들이다. 아주 조금씩 진척된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아도, 차이가 없는 것 같아도 차곡차곡 쌓인 시간은 반드시 보상한다. ‘꾸준히 하면 된다’는 말을 운동하기 전에도 모르지 않았다. 다만 그것을 머리로만 이해하는 것과 몸으로 통과하여 깨닫는 일은 다른 차원이었다.

-김선영, <오늘부터 나를 고쳐 쓰기로 했다>, 부키, 1만75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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