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배민 영업이익 7000억원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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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배달앱 하청업자들입니다." 온라인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 본 어떤 글의 제목이다.
글쓴이의 자조 섞인 한 문장에는 '배달 플랫폼과 자영업자 간 기울어진 권력 구도, 이 같은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따라오게 되는 자영업자의 좌절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00만 손님을 꽉 잡고 있는 배달앱으로부터 자영업자들이 벗어나기란 쉽지 않은 환경이다.
손님에게 주는 '배달비 무료 쿠폰' 비용마저 자영업자가 일부 부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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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배달앱 하청업자들입니다.” 온라인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 본 어떤 글의 제목이다. 배달의민족이 수수료 정률제 서비스인 ‘배민1 플러스’를 내놓은 뒤 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등 3개 배달 플랫폼이 ‘배달비 무료’ 경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던 무렵의 글이다.
글쓴이의 자조 섞인 한 문장에는 ‘배달 플랫폼과 자영업자 간 기울어진 권력 구도, 이 같은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따라오게 되는 자영업자의 좌절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식당 사장이라고는 하지만 배달 플랫폼에 얽매여 있는 상황, 선뜻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서 선택권을 잃어가는 이들의 씁쓸함이 그 한 문장에서 읽혔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는 “보이콧으로 맞서야 한다”는 주장도 곧잘 눈에 띈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배달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26조4000억원에 이르렀다.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배달앱을 이용한 사람은 2000만명 안팎에 이른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배달앱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배민 2186만명, 쿠팡이츠 626만명, 요기요 571만명이다. 산술적으로 3383만명이 배달앱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1개 이상 플랫폼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 실제 이용자 규모는 2000만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2000만 손님을 꽉 잡고 있는 배달앱으로부터 자영업자들이 벗어나기란 쉽지 않은 환경이다.
배달 플랫폼 업계의 입장은 꽤나 산뜻하다. 신규 서비스를 포함해 모든 서비스 이용 여부는 전적으로 개별 자영업자의 선택에 달렸다고 강조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누구도 배달앱 입점과 다양한 서비스 가입을 강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계약관계에서 우위는 전적으로 배달 플랫폼이 차지하고 있다. 겉보기엔 ‘옵션’이지만 실상은 ‘필수’인 선택지가 놓여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배민1 플러스’도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가입하게 되는 서비스다. 신규 서비스를 배달앱 전면에 배치해 손님들이 ‘배민1 플러스’ 위주로 이용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손님들이 움직이는 길목마다 큼지막하게 ‘배달비 무료’ 현수막을 내걸고 있는 셈이다. 손님들은 ‘더 싸게 주문할 수 있는 곳’으로 움직이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현수막은 자영업자가 세전 6.8%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배민1 플러스’에 새로 가입해야만 걸어준다. 이 현수막을 걸지 않으면 손님이 오는 길목이 사실상 차단되거나 좁아지는 셈이다. 식당 입장에선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맞기 위해 배달 플랫폼 신규 서비스를 추가로 이용해야 하나 고민하게 된다. 장기적으로 남는 게 많지 않은 ‘박리다매’ 구조여도 그들에게 다른 선택지가 많지 않다. 손님이 오가는 길목에서 호객 행위를 해주는 대신 중개수수료, 배달비, 카드결제수수료까지 다 받아가도 다른 방도가 마땅치 않다. 손님에게 주는 ‘배달비 무료 쿠폰’ 비용마저 자영업자가 일부 부담한다. 수수료율 인하로 상생을 요구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이 바닥 룰을 따르기 싫으면 여기서 나가면 된다”는 식의 비정한 응수를 할 뿐이다.
자영업자는 위축돼 있고 소비자는 외식물가 급등에 허덕일 때 시장 점유율 65%인 배민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매출 3조4155억원, 영업이익 6998억원을 기록했다. 무려 7000억원에 육박하는 이익을 냈다. 국내 유통업계에서 이만큼의 이익을 올린 기업은 쿠팡밖에 없다. 쿠팡은 연매출 31조8298억원을 올리고도 배민보다 수익을 덜 냈다. 2200만명의 MAU를 쥔 배민은 자영업자와 손님을 이어주는 길목에 서서 이렇게 고수익 사업을 펼치고 있다.
문수정 산업2부 차장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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