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사니] 잘나갈 때 조심해야 한다
민주당에 힘 실어준 건 아냐
순식간에 민심 잃을 수 있다
4·10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의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 정확히 말하면 이재명 대표를 필두로 한 친명(친이재명)계의 기세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여기저기서 이 대표를 만나고 싶어 하고 이 대표를 피의자 취급하던 윤석열 대통령까지 손을 내밀었다. 당 안팎에선 이 대표가 대표직을 연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차기 원내대표는 ‘명핵관’(이재명 핵심 관계자) 박찬대 의원으로 교통정리까지 끝냈다. 중립을 지켜야 할 국회의장 후보들마저 ‘명심(明心)’을 내세운다.
민주당은 이 기세를 몰아 22대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 자리도 가져오려 하고 있다.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은 원내대표가 하므로 ‘강성 친명’ 박 의원이 선임할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이 어떤 인물일지 대강 예상이 된다. 당초 민주당 내에서도 국회의장-당대표-원내대표로 이어지는 강경 일변도의 인적 구성에 대한 우려가 감지됐지만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 민주당 사람들에게 ‘이래도 괜찮냐’고 물으면 “이것이 총선 민심”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승리에 한껏 취해 있는 민주당에 찬물을 끼얹는 것일 수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총선 민심은 이게 다가 아닌 것 같다. 대승 뒤에는 분명 민주당의 오만에 대한 심판도 있었다. 친명 안귀령의 무리한 공천으로 ‘텃밭’ 서울 도봉갑을 16년 만에 보수에 넘겨줬고, ‘아빠찬스’ 논란을 일으킨 공영운을 밀어붙였다가 여권 후보 분열이라는 엄청난 호재를 걷어찬 경기 화성을이 있다. 경기 수원정의 ‘막말 논란’ 김준혁도 ‘대파 이수정’을 만나 대진표가 좋았을 뿐이지 결코 이긴 게 아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총선 성적표를 들이밀며 오만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총선 전엔 당 안팎에서 지도부가 문제의 인사들(김준혁·양문석)을 탈당시켰다가 논란을 해소한 뒤 다시 입당시킬 수 있다는 등 ‘반성의 시나리오’가 돌아다녔는데 총선 이후 쏙 들어갔다. 입법 독주도 민생법안까지는 이해하려 했는데 민주유공자법까지 할 줄은 몰랐다.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분들과 그 유족들에 대해 의료와 경로 혜택을 주는 것이어서 민생과 직결된다”(진성준 의원)고 그럴듯하게 포장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고무된 당 분위기를 우려하며 “총선에서 이긴 뒤 대선에서 이긴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정치권에는 총선에서 승리하면 대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통설이 있었다. 총선에서 패배한 정당에 대한 동정심과 의회 권력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동한다는 이유에서다. 모든 총선과 대선에 맞아떨어진 공식은 아니지만 가장 최근의 선례가 민주당이었다는 점이 걱정되는 모습이었다. 민주당은 2020년 21대 총선에서 180석을 얻은 뒤 2022년 20대 대선에서 심판받았다.
민주당 의원들 스스로 “우리에겐 윤석열이 있다”고 공공연하게 말하는 만큼 민주당은 이번 총선의 민심이 온전히 자신들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국민은 정부·여당을 혼내는 게 우선이었고 민주당이 그에 따른 반사이익을 톡톡히 얻은 것이지 민주당이 잘해서 표를 준 게 아니다. 175석에 도취하지만 말고 내심 원했던 탄핵·개헌 의석수인 200석에 못 미친 게 어떤 민심인지 곱씹어봐야 한다. 말로만 안다고 하지 말고 행동도 그래야 한다.
거대한 의석수만큼 이곳저곳에서 설화가 터질 수 있고, 이 설화가 당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 ‘180석으로 뭐 했느냐’는 비판을 극복하겠다고 하는 입법 드라이브가 순식간에 ‘힘자랑’으로 비칠 수도 있다. 수사기관이 얼마나 당을 옥죌지 예단할 수 없고, 이로 인해 친명 리스크가 불거지면 비명(비이재명)계가 재기하면서 극심한 계파 갈등이 야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은 이 대표가 그저 ‘만나주는’ 대상인 조국도 얼마나 세를 키울지 모른다. 뭐든 잘나갈 때 조심해야 한다.
김영선 정치부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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