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미·중 데탕트 2.0과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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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수요일부터 사흘 동안 중국을 방문했다.
또 미국은 중국의 과잉 생산을 무역 관계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며 경제 구조 개혁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 내 큰 사회 문제가 되어 있는 마약류인 펜타닐 제조와 수출을 규제하도록 중국이 협력하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실제 진전은 더디다.
이런 가운데 우리는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 문제를 데탕트 2.0을 촉진하는 미·중 간 주요 협력 사안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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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수요일부터 사흘 동안 중국을 방문했다. 금요일에는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서 5시간 넘는 회담을 했고 시진핑 주석과도 만났다.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방중은 작년 11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의 후속 회담 성격이 강하다.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은 악화일로에 있던 전략 경쟁을 ‘대화 있는 경쟁’으로 바꾸겠다는 합의를 이루었다.
미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의 방중 목적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주요 사안에서 진전을 이루는 것, 둘째는 양자, 지역 및 글로벌 사안과 관련해 미국의 우려를 분명하고 직접적으로 전하는 것이다. 셋째는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함으로써 오해와 잘못된 계산에 따른 갈등이 벌어지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 중국도 시 주석과의 면담을 포함하는 등 블링컨 장관의 방문을 신경 써서 준비했다. 시 주석은 상호존중, 평화공존, 상생협력이라는 원칙을 제시했고, 양국 간 견해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이런 원칙이 잘 지켜진다면 미·중 관계는 데탕트 2.0으로 진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1970년대 초 데탕트를 주도했던 키신저는 미국과 소련의 핵전쟁 발발이 공멸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그런 가공할 위험을 피하려고 소련과 경쟁하는 동시에 대화와 협상을 추진했다. 그 결과 미·소 간 전략무기감축협정이 체결됐고, 유럽안보협력대화 끝에 헬싱키 협정도 맺어졌다. 다만 미국의 약소국에 관한 관심은 약해져 당시 한국은 미국의 방위공약 약화 조짐에 노심초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이 주도한 데탕트가 한반도에서는 긴장 완화 대신 한국의 안보 위기의식을 촉발했던 것이다.
이번 블링컨 장관 방중의 직접적 성과가 크지 않았던 만큼 데탕트 2.0이 성큼 다가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양국이 인공지능(AI)에 관한 공식 대화를 수주 내에 개최한다는 발표가 그나마 눈에 띄는 성과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대만 문제, 남중국해, 중동 위기와 이란, 그리고 북한에 관한 논의가 있었지만 상호 차이를 확인했을 뿐이었다. 최근 미국은 중국이 간접적으로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또 미국은 중국의 과잉 생산을 무역 관계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며 경제 구조 개혁을 압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시 주석은 존중과 협력이라는 말만 하고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고 경고했고, 왕 부장은 양국 관계에 부정적 요인이 늘어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데탕트 2.0의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미·중 경쟁이 파국으로 흘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미·중 공동의 인식도 있다. 다만 양국 협력의 공간이 협소해서 협력 의제를 쉽게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 내 큰 사회 문제가 되어 있는 마약류인 펜타닐 제조와 수출을 규제하도록 중국이 협력하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실제 진전은 더디다.
이런 가운데 우리는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 문제를 데탕트 2.0을 촉진하는 미·중 간 주요 협력 사안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볼 만하다. 미국과 중국은 북한이 국제적 핵 비확산 규범을 유지하는 데 공동의 이익이 있지만 지정학적 경쟁을 둘러싼 계산으로 북한에 대한 태도와 정책을 달리하고 있다. 북한은 신냉전의 도래를 오히려 환영하며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데탕트 2.0의 환경에서는 북한의 전략적 계산이 작동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 우리는 데탕트를 위기로 보았던 1970년대 초와 달리 데탕트 2.0을 촉진하면서 이를 한반도에서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는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마상윤(가톨릭대 교수·국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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