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지식과 직관

2024. 4. 29. 00:3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오래전 서양에서 문자가 처음 발명되었을 때 철학자들은 사람들이 더는 머리로 무언가를 기억하려 하지 않게 될 것이라 걱정하였다고 한다.

이후 종이와 책이 발명되었을 때에도 같은 이유로 염려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현대에 이르러 인류 지식의 유서 깊은 보고처럼 여겨지는 책이라는 존재가 한때는 전통문화와 사회 통념을 해칠 것이라 염려되는 최신 기술이었던 셈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선오 시인


오래전 서양에서 문자가 처음 발명되었을 때 철학자들은 사람들이 더는 머리로 무언가를 기억하려 하지 않게 될 것이라 걱정하였다고 한다. 이후 종이와 책이 발명되었을 때에도 같은 이유로 염려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현대에 이르러 인류 지식의 유서 깊은 보고처럼 여겨지는 책이라는 존재가 한때는 전통문화와 사회 통념을 해칠 것이라 염려되는 최신 기술이었던 셈이다.

이러한 일화는 현대인인 우리에게 거의 우습게 들린다. 고도로 발달한 지금의 문명사회는 책을 통한 지식의 축적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모습임을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책으로 전해진 의학 지식이 수많은 질병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해 왔고, 평균 수명은 늘어났으며, 축적된 건축과 공학 지식이 지금의 기술을 가능케 했다. 이제 인류는 차고 넘칠 만큼의 식량을 수확할 수 있다. 법과 도덕과 윤리의 체계가 형성되었다. 예술은 다채로운 방식으로 발달했다. 일상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지구 반대편으로의 여행이 가능해진 것 역시 책이 아니었다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그렇다면 인류는 옳은 방향으로 진화해 왔는가? 그러한 질문에 대해 확언할 수는 없다. 지구는 몇백 년 뒤면 더 사람이 살 수 없을 만큼 뜨거워질 것이다. 기후위기로 인해 우리가 마지막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미세먼지 가득한 서울에서는 탁한 하늘밖에 볼 수 없다. 이 모든 것은 인류가 지식을 탐욕스럽게 쌓고 지식을 실현할 도구로서 자연을 사용해 온 대가다. 인간과 자연 사이의 연결과 유대는 서서히 끊어져 왔다. 고대인들의 염려는 얼마간 타당한 지점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정보의 양이 방대해짐에 따라 뇌의 업무를 외주 주는 방식은 인류의 직관과 기억 능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왔을 것이다. 자본과 지식의 축적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인류는 이제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 미세먼지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이 는다.

김선오 시인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