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我非生而知之者也(아비생이지지자야)
2024. 4. 29. 00:20
사람은 누구라도 자기보다 월등한 능력을 가진 사람 앞에서 주눅이 들어 ‘저렇게 타고난 사람이 있으니… 난 안 돼’라는 비관적 생각을 할 수 있다. 공자 당시에도 공자의 박학다식함을 부러워하며 공자를 태어나면서부터 안 ‘생이지지자(生而知之者)’로 여기는 사람이 있었나 보다. 공자는 사람들의 이런 인식을 부정하며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안 사람이 아니다. 다만, 옛 것을 좋아하고 배울 게 있을 때마다 집중하여 배우는 사람일 뿐이다”라고 하였다.
남의 소질이나 노력은 헤아리지 않고 성과만 부러워하면 불행을 자초한다. “추국춘란각유시(秋菊春蘭各有時)”라는 말이 있다. “가을 국화와 봄 난초가 각기 피는 철이 다르다”는 뜻이다. 덧붙여 나는 “북송남죽별소처(北松南竹別所處)” 즉 “북쪽의 소나무와 남쪽의 대나무는 자라는 환경이 다르다”는 말도 하고 싶다. 사람마다 타고난 소질과 처한 환경이 다를 뿐, 태어나면서부터 뭐든지 다 잘 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토끼를 따라잡으려 할 게 아니라 거북이는 거북이에게 맞는 일을 해야 한다. 돈을 잘 번다는 이유로 무턱대고 의사가 되려고 해서도 안 된다. 의사라서 다 돈을 잘 버는 것도 아니고, 돈을 잘 번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것도 아니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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